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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05. 2022

이런저런 생각은 그만하고 나랑 행복해져 볼래?

가을, 회복의 계절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좁혀 놓고는 숨통이 막히게 만들곤 한다. 그때 할 수 있는 건 '내비도'라는 말 뿐이다.



"내버려 둬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불안한 것들이 아니라 확실한 것들로 초점을 옮기는 건 몹시도 어려운 일이라 잠시의 시선 이동조차 버겁게 느껴지겠지만, 결국 옮기고 나면 아주 쉬운 일이 되고 만다.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 속에 놓였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가벼워진다. 인정하는 순간 좌절감이 찾아오겠지만, 강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한 단계 나아갔다는 걸 의미한다. 그냥 웃고 말면 쉽겠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냥 흘러가면 차나리 쉽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잖아. 흘러가는 물에 그대로 몸을 맡기면 될 걸, 물결과 반대로 가려니 버거운 것뿐이잖아."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한숨지을 이유는 없고, 흘러가는 물에 휩쓸리며 왜 물이 반대로 흐르지 않냐고 물을 수는 더더욱 없다. 흘러가는 물은 그 자체로 흐를 뿐이다. 흐르는 물을 보며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다.



"저건 내버려 둬. 흐르는 건 신경 쓰지 말고 해야 될 걸 해."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건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흔들릴지 흔들리지 않을지를 선택하는 건 어렵지만 정작 결정할 수 있는 건 하나 일지도 모른다.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할 수 있는 말은 "내비도"라는 말 밖에 없었다.



숱한 반복되는 과정조차 버거운 날은 늘 그렇듯 또 찾아온다. 그때 또 할 수 있는 말은 여전히 "내버려 둬" 하나일까? 이미 기분이 태도를 잠식했다면 차분히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는 행복해질 준비를 해본다.


     

“한 단계씩 차근차근해보자. 이런저런 생각은 그만하고 행복해져볼까?”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가을 : 회복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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