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 함께 앉는 카페

호주 멜버른 여행기

by 고슬윤





비가 추적추적 왔다.

한국은 점점 여름을 향해가고 있다는데 호주는 가을을 겪고 있는 중이라 여기저기서 낙엽비가 내린다. 갈색의 파삭한 잎들이 큼직하게 뚝 뚝 떨어진다. 평소 낮에는 17도를 유지하고 있던 터라 얇은 후드집업도 충분했으나, 오늘은 소나기로 인해 체감 기온이 확 떨어져 가뜩이나 얇은 옷을 한 움큼 잡아 여몄다.



비를 맞으며 다 젖은 반팔 차림으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학생들도 있었고 모자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뚜벅뚜벅 걷는 중년도 있었다. 나는 그중에 얼굴만 겨우 손바닥으로 가린 채 잰걸음으로 걷는 츄리닝 청년. 길가에서 구글앱을 서둘러 켜서 갈 곳을 찾아봤다. 비가 뚝뚝 묻고 흘러서 터치가 잘 안 되어서 몇 번이나 소매로 문질러가며 찾아간 커피로 유명한 카페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작은 의자부터 바 테이블까지 섭렵한 사람들. 그 사이에 쭈뼛대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행히 그 길거리는 모두 가게가 늘어서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재빨리 그곳을 지나쳐 걸었다. 한 3블록 정도가 모두 가게였는데, 이 중 카페 하나 정도는 있겠지. 전통 이집트 레스토랑, 쫀득한 콘 젤라토 가게, 쇼윈도에서 이탈리안 화덕 피자를 만드는 셰프, 서울포차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혀있는 네온사인까지 모든 게 있었다. 그중 작게 보이는 커피집.



푹신한 1인용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따뜻한 라떼와 부드러워 보이는 빵을 주문했고 몸을 녹였다. 내가 앉은 소파는 1인용이지만 벽의 중앙에 등을 대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좌우로 돌려 아담한 가게를 전부 볼 수 있었다. 2인용, 3인용, 4인용까지 다양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모두 편안한 쿠션이 깔려있었다. 조용히 편안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고, 대화하는 소리, 책장을 넘기고 컵을 컵받침에 놓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나의 우측 대각선에는 2-3인용 소파와 1인용 소파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의 좌석이 있었다. 그리고 1인용 소파에는 멋진 노신사분이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가게의 규모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나의 바로 뒤에 들어온 또 다른 학생은 앉을 곳이 없어 잠깐 두리번거리더니, 곧이어 그 노신사분께 앞에 앉아도 되는지 묻고 자리에 착석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하나의 커뮤니티에서는 가벼운 이야기가 오갔고, 학생은 자신의 메뉴를 처리한 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인사를 하고 떠났다. 곧이어 들어온 쾌활한 부부도 그 2인용 좌석에 합석을 했고, 그 자리에 앉은 3명은 한참 동안이나 서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이어 2명이 더 들어왔는데, 그 공간에 의자까지 끌고 와 모두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떠한 사람을 환대하고 환영하는 것

멜버른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당신은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이 합석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웃으며 화답하고, 기쁜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을 즐긴다면 멜버른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누군가를 환대할 수 있는 마음을 오늘 심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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