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대로 사랑했을 뿐인데,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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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곳에서 살다가 나와보니,
무수히 많은 가족들이 있었다"
"우리는 한민족, 대한민국으로 엮였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가족들이 있었고,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다"
"겉으로 보기엔 같은 문화였지만,
가족마다 특유의 사상과 문화가 따로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한 가족을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세뇌를 당했던 어린 시절
지금까지 난 결혼은 무조건 해야 되고, 대학교도 무조건 들어가야 되고,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에 예쁘고 참한 여자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만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면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았던 걸까?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난 '세뇌'를 당하며 살았던 것 같다.
"너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하니?" "네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뭐니?"
이런 종류의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 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난 살면서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앞으로 나는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촬영하면서 살고 싶다. 정말 멋지겠다.
아 근데.. 돈은 잘 벌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좋아할까?"
생각의 끝엔 항상 부모님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환경 속에서 보고, 들으며 하나의 인격과 신념과 기준이 생성되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라는 개체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개체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를 키울 때는 최대한 좋은 환경이 필요하고, 좋은 환경에는 부모의 습관과 말투, 사상 등이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아주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결혼 생활의 형태
1.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는 순간 아래와 같은 시스템을 가동한다.
2. 남자는 돈을 벌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진다.
3. 여자는 아이를 키우며, 살림살이를 돌보면서 가정을 책임진다.
4. 만약, 여자도 돈을 일정 수준 벌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육아와 살림을 일정 수준 분담한다.
5. 만약, 여자가 남자보다 돈을 훨씬 잘 벌면,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
6. 경제적인 주도권이 있는 사람이 '가장'이다.
7. 비상사태 시 남자가 먼저 희생하며, 여자는 아이를 우선적으로 챙긴다.
8. 아이는 우리의 미래다.
9. 아이가 결혼할 때까지는 부모가 책임진다.
10. '가족'이라는 단어에는 남녀의 양가 부모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동안 나한테 생겨난 신념, 기준, 인격을 통해 총 10가지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결혼 생활을
표현해 보았다. 크게 틀린 말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나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 10가지를 내 아내가, 아니면 다른 여자가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공감할 수도 있고,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또 봐도 나의 논리와 이성은 10가지의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 아내와 10년 넘게 싸우면서 알게 된 사실
위에서 언급한 내가 생각한 결혼생활의 형태 10가지는 보면 볼수록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내 생각에서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이 부분을 말하려면 디지털과 양자의 개념을 빗대어
설명이 필요하다.
디지털은 0과 1 두 가지 만을 가지고 세상을 표현한다. 즉, 나는 디지털적인 사고만 하는 인간이다.
이진법, 흑백, Yes No, 너 아니면 나, 양자택일... 이런 느낌이다.
양자는 0과 1 사이를 무수히 넘나드는 존재다. 여러 상태에 있으며 확률적이며, 관측이나 선택하는
순간 하나의 현실로 수렴하는 개념이다. 0.56 0.78 0.98... 뭐 이런 느낌인데, 좀 더 설명하면
좋아하지만 사랑하지 않아, 썸 타는 관계, 문자를 봤지만 답장을 안 하는 상태... 뭐 이런 애매한 선상이다.
즉, 나는 디지털이었고, 아내는 양자였다. 이 둘이 만나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면 답은 딱 나온다.
나는 아내를 답답해하고, 아내는 나를 무지하고, 고지식한 인간, 배려 없는 인간으로 여긴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그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한계 이상을 바라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아내는 상대방의 모든 상황과 기분에 대한 결정은 오로지 본인만 결정할 수 있고,
이건 개인의 고유 권리인 것이다.
아내가 말했다.
"나 이제 우리 애가 6학년이니깐 나도 경제적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싶어.
당장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앞으로 1~2년 뒤에는 소득이 생길 수도 있어.
다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서 집안 살림이나 여러 가지로
네가 맘에 안들 수 있고, 저녁도 매번 못 챙겨줄 수도 있으니 이해해 줘."
내가 말했다.
"이해 못 하겠어. 일단 나는 직장 생활에 100% 올인하고 있고, 애가 6학년이지만 앞으로
중3까지는 엄마의 관심이 필요한 나이일 텐데, 당장 일을 해서 적게 남아 소득이 있으면 몰라도,
앞으로 1~2년 뒤의 상황을 위해 네가 지금 해줘야 할 일에서 좀 소홀해지면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리고 나도 지금 너무 지쳤고, 힘든 상태야, 네가 날 좀 케어해 줬으면 좋겠고, 내가 집에 오면 정리된
집안에서 쉬고 싶어."
이런 식으로 우리의 미래 계획과 사고방식이 너무 달랐기에 사소한 말다툼이 많았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 보니 나에게 모순적인 부분이 분명 있었다.
내가 아내의 인생 전체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게 맞을까?
단지 우리가 결혼해서 애를 낳고 키우는 부부의 관계지만,
앞으로의 아내 인생을 내가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걸까?
아내와 깊은 대화를 나눈 결과, 아내가 바라는 건 앞으로 졸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이혼으로 서로 남남이 아닌 그동안의 살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그리고 우리의 아이는 아이대로 인생을 각자 개척하면서 사는 게 인간답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말을 듣고 있으니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동시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결혼을 했고, 누구를 사랑했고, 난 무엇을 바라면서 살았던 걸까.
마음이 아파왔다.
인정하기 싫었다.
그저...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만 생각했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리면 모두가 나를 인정해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기준이었고,
내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엄청 괴로웠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결혼 계획
1.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다면 미리 충분히 계획한다.
- 각자가 원하는 결혼생활에 대해 충분히 공유한다.
- 2세 계획, 경제적 책임, 육아/살림에 대한 부분을 미리 검토한다.
- 만약 위의 사항에서 협의가 안되면 결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한다.
2. 남녀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 정말 이 남자, 이 여자와 평생을 살 수 있는가?
-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배려와 존중을 표현하는가?
- 한 사람의 불행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용기가 충분한가?
3. 가족 구성원은 모두가 동등한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지?
- 서로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가족이며,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생활한다.
- 아이는 두 사람의 결실이며,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존재다.
- 남편과 아내는 인간으로서 각자가 존중을 받아야 된다.
가족이라는 굴레, 진정한 자신의 본질을 잊고 사는 사람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게 있다면 나는 이것을 말하고 싶다.
"자기 결정권"
이 시대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한 가지는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짜인 시나리오처럼 누군가의 인생의 기록을 참고만 하면서
따라가는 인생이 관련 옳은 것일까?
지금까지 난 누군가의 참고문헌을 보면서 인생을 살아온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인생은 내가 알아서 스스로 배우고 깨우치면서 살아야 하며, 모든 결정은 나의 책임이고,
그래야 진정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남녀가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부러운 일인지 이제야 깨달은 나 자신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
나는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아내와 아이를 가두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