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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Nov 08. 2022

한국에는 있고 베트남에는 없는 ‘용모단정’

베트남 구인광고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거기 자네! 우리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나.


애정 하는 하노이 편집숍! Gian Don! 좋아한다면 너의 모든 걸 지켜보고 싶다. 좋은 건 놓치고 싶지 않아! 꽂히면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스토킹 기질 다분한 집착의 민언냐다. 그리고 얼마 전, 쟌던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인스타그램이 떴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답게 영어 가능자를 구한다는 글이 똿! Me! Me! Me! 그거 ‘나’시켜주면 안 될까요? 그렇다면 베트남에서는 어떤 인재를 찾을까.


베트남에서 구직 활동, 필수 조건! 샅샅이 파헤쳐 보자!

Yêu Cầu (요구)


- Nhiệt tình, trung thưc, có trách nhiệm cao với công việc, muốn gắn bó làm dài

- 열정, 성실, 일에 대한 강한 책임감(베트남어는 높은 책임감으로 표현), 장기 근무 희망


- giao tiếp tiếng anh cơ bản

- 기본(cơ bản) 영어 회화(giao tiếp)


-chủ động trong công việc.

- 업무에 능동(chủ động) 적인 자세


 Muốn đóng góp và phát triển lâu dài cùng Gian Don

- 참여(đóng góp 기여하다) 및 쟌던과 함께 장기간 성장할 수 있는 이.


Quyền lợi (권리, 이권)


-Gian Don tiếp xúc với nhiều bạn nước ngoài từ các nước khác.

- 다른 각국에서 온 많은 외국인들과 소통(tiếp xúc 접촉하다.)


-rèn luyện kĩ năng Tiếng Anh (70% khách hàng hiện tại của Gian Don là người nước ngoài.)

- 외국어 실력(기능; kĩ năng) 단련(rèn luyện) (현재 쟌던의 고객 70%은 외국인)


-Làm việc trong môi trường thoải mái

- 편안한 업무 환경(môi trường)


-Hương% theo doanh số hàng tháng.

- 매달 매상(doanh số)에 따른 포상


Các bạn có thể sắp xếp để cân đối thời gian cá nhân.

모두 개인 시간에 맞춰 시간 조절(cân đối ; 균형 잡다) 가능.​


* Mời bạn gửi CV và inbox trực tiếp trên Page của GIANDON​

*누구나 CV(이력서)와 쟌던의 홈페이지에 직접 지원 가능.


베트남 구인 광고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표현은 책임감이 강한이 아닌 '높다'라고 하는 것 그리고 영어 실력을 '영어 기능'으로 표현하는 정도다. 결국 이러쿵저러쿵해도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구인의 조건은 매 한 가지다. 책임감, 열정, 성실, 적극적인 자세 그리고 장기 근무!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한국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그게 빠지지 않았나. 바로 ‘용모 단정’! 특히 서비스 직종은 ‘용모 단정’이 필수 아닐까. 하지만 광고 어디에도 외모에 대한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신! 선! 해! 궁금한 건 못 참는 1인, 다른 구인 광고도 파보기로 했다.

베트남에서의 구인은 신문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한다. 웹사이트 Vietnamwork나 Vieclam24h도 유명하지만 누가 뭐래도 페이스북이 가장 빠르다. 베트남에서 페이스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쇼핑은 물론 집 계약, 구인구직까지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부터 작은 빵집, 유치원 선생님까지 모든 건 페이스북에 있다. SNS는 그저 젊은 이들의 활동영역으로만 알고 등한시했던 나도 베트남에서는 페북을 들여다보니 말이다. 구인 광고를 찾아보니 외모를 언급하거나 입사 조건으로 기입한 곳은 없었다. 임금, 나이, 시간, 경험 등은 언급되지만 말이다. 물론 ‘gọn gàng’이라는 단어는 쓸 수 있다. ‘단정한, 깨끗한’이란 뜻인데 이는 외모보다는 단정한 차림을 일컫는다. 실제로 면접 문화에도 온도차가 있는데, 한국에선 면접하면 깔끔한 블랙 앤 화이트로 딱 떨어지는 정장이 필수지 않나. 하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캐주얼한 복장은 물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응시자도 있다니 왜 ‘곤 강’을 붙이는지 이해가 간다.


돌이켜 보면 취업과 외모의 굴레에서 허우적 댄 경험이 내게도 있다. 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지금이야 중국인 관광객으로 중국어 가능자를 뽑기도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부산은 일본 여행객이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일어 가능자를 우대했던 당시 분위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향수와 화장품 코너에서 일한 지 두 달이 지나자, 다른 코너 언니들과도 친해졌다. 특히 앞에 있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S*-II 언니들이 참 예뻐해 줬다. 당시 매니저이던 A언니는 만삭으로 출산 휴가를 앞두고 있었다. 또한 여배우들을 전면에 세운 전설의 광고 카피 "놓치지 않을꺼예요."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오르는 매상과 함께 매장은 날이 갈수록 바빠졌다. 결국 추가 채용이 불가피했다. 언니들은 나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당시 대학 졸업반이었지만 취업 계획이 제로였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화장품에 관심도 많았고 국제공항에서 일어와 영어를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보고를 올리자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B 대리! 당시 국제공항 면세점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이었다. 그리고 인사 또한 관광공사의 대리님에게 보고를 하는... 지금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시스템이었다. 그때 B 대리는 나를 거론하자 단번에 ‘NO’라고 했다. 이건 마치 고백도 하기 전에 차인 찝찝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짝남도 아닌데 차인 그런 기분이랄까! 단호박 거절의 이유는 ‘민’은 S*-II의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단다. 언니들은 수차례 아쉬워했고 동시에 미안해했다. 결국 한 달이 지나자 하늘하늘 40킬로 초반에 코스모스 같은 친구가 들어왔다. 확실히 그녀는 그림으로 치자면 수묵화나 잔잔화 풍경화다. 그에 비해 한창 색조화장을 즐기던 그때의 민은 분명 강렬한 색감의 이글대는 인상파인 '반 고흐'랄까. 그녀는 판매 경험이 전무해 일에 익숙해지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물론 이것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의견은 1도 포함되지 않은 순전히 B 대리의 결정이었다. 부리부리한 쌍꺼풀 눈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몸무게 때문이었을까. 본의 아니게 제멋대로 이미지 도장이 찍히고 결정당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분명 당시 S*-II 구인 광고에도 있었을 것이다. 용모단정, 이 네 글자는 ‘불면 날아갈 듯 여리여리한 몸에 밝은 쿨톤의 S*-II에 맞는 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었을 것이다. 용모단정은 진정 단정하기만 한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그 뒤 영국으로 가면서 일을 그만뒀지만 S*-II는 지금도 손이 안 간다. 왠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금기같이 느껴진다. 물론 사악한 가격도 한 몫하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는 파트타임까지 구인 광고라면 어디에나 등장하는 네 글자, 하지만 그 무게감과 숨은 뜻은 무궁무진다.


베트남에는 없는 단어, 용모 단정! 그러고 보니 구인 조건란에 외모를 명시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개국이나 될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피. 에스. 베트남도 약자를 많이 쓴다. 구인광고에서 PG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는 Promotion Girl을 일컫는다. 이런 특정한 직업군은 người hình ưa nhìn을 사용하기도 한다. ưa nhìn은 '매력 있는, 아름다운'을 뜻하는데, 모델이나 PG는 특수 직업이니 예외라는데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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