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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Oct 31. 2022

온세상 위로와 기도

#prayforitaewon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지이잉, 지이잉

어제 새벽.


아침 5시부터 핸드폰이 불이 난 듯 울리기 시작했다. 주말 늦잠을 숙명으로 여기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새벽 기상! 평일에도 일어나기 힘든 새벽 5시였다.

수십 통의 카톡에 잠이 깬 나는 무슨 일이 나도 단단히 났구나 싶었다. 그리고.. 슬픈 소식에 머리가 멍해졌다.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비보와 기사들로 머리가 멍해졌다. 1톤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 실화라고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프랑스인 친구 P는 어제 오후,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을 읽고 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프랑스어 뉴스의 링크를 공유하며 ‘I am sorry. 아임 쏘리.’라는 위로의 문자였다. '유감'이라는 말로는 그 크기가 다 담길 수 없지만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오롯이 전해졌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B 또한 시차를 넘어 위로의 연락을 해왔다.


프랑스, 베트남 등 국경을 넘어 보도될 만큼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국 국제학교 BIS의 인스타그램

그때! 문득 이태원이라는 세 글자가 머리를 뒤덮었다. 이! 태! 원! 순간 서울에 있는 ‘P 가족’이 떠오른 것이다. 그들은 6살의 딸을 둔 미국인 가족이다. 지난해, 서울로 발령을 받고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갔다. 호찌민, 나짱, 다낭, 호이안은 물론 방콕, 부산, 서울 등 대부분의 휴가를 함께 보내온 우리들이다. 쭌이를 보면 원숭이가 나무에 매달리듯 안기며, 쩡이를 친언니처럼 따르는 V의 천진한 얼굴이 떠올랐다. 폰을 열어 재빠르게 연락을 했다. 특히 P 가족은 지난주부터 친구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온다고 했다. 일주일간 함께 지내기로 한 것이다. 함께 소주잔을 든 채 환하게 웃는 사진이 스쳐 지나갔다. 미국에서 핼러윈은 빠질 수 없는 행사다. 친구들과 이태원으로 향했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Hi, Y! Are you doing well?”


안부를 묻는 인사로 톡을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긴장이 되어 손이 떨렸다. 그녀와 내가 주고받은 대화는 금요일이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친구들과 활짝 웃는 사진이 마지막이었다. 다음에 꼭 한복 투어에 나서자며 약속했고 말이다.

‘카톡’

그녀다. 톡을 보내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며 답을 기다렸다. 다행히 1분 만에 답이 왔다.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 이태원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마침 남편의 동료들과의 파티가 있어 직전까지 머물다 나왔다는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남편에게도 P 가족이 무사하다고 전하자, 다행이라며 모두가 안도했다.


출처 베트남 익스프레스

베트남에서도 많은 기사와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통감하고 명복을 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인원의 수를 제한하지 않았다고 탓하기도 하고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지 않겠냐는 댓글도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낮은 목소리로 쭌이가 입을 먼저 열었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쭌이가 새삼 의젓하다. 쩡이는 무서웠는지 눈물을 그렁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 또한 목소리가 떨리고 시야가 탁해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속 깊이 울컥한 마음이 밀려왔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렇게 먹먹했던 적이 없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마다 묵직한 돌이 놓인 것만 같다. 아이들도 나도 고인과 가족들을 위해 꽃을 두고 고개를 숙였다. 부디 떠난 이들에게도 남은 가족들에게도 온세상이 보내는 위로와 기도가 닿기를..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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