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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Dec 09. 2022

베트남 소수민족 - 사파에서 온 겨울 요정들

사파 여성 지원 프로젝트 - 일러스트by민언냐

결혼 연령 15-16세

출산 연령 15-18세

조부모 연령 30 초반 - 40대​



20세기? 노! 21세기 오늘날 ‘사파(Sapa) 여성들’의 이야기다. 스마트폰은 필수! 산, 바다, 들 어디 가나 고속 인터넷이 팡팡 터지는 21 세기이지만 여기, 전통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이 있다. 시간을 거스르는 그녀들! 그래서 더 특별한 사파의 그녀들을 만났다.


"It is already such a miracle for them to come to Hanoi from Sapa.

It is a long journey in their life."


프랑스어를 함께 공부하며 만난 K! 그녀는 5년간 Artistri Sud에서 활동하고 있다. Artistri Sud는 사파의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페어’를 통해 클라이언트들을 직접 만나고 자신들의 자원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시험하는 파이널 단계! 그동안 K가 왜 그렇게 바빴는지 이해가 간다. 그리고 대망의 ‘페어’에 초대받았다.

K와도 한컷

캐나다에서 온 금발의 리더 *는 K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거라는 말을 거듭 강조한다. 실제로 사파의 여성들을 직접 응원하고 모집하는 과정을 K가 직접 참여한 것이다. 그녀는 하노이로 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다. 사파에는 흐몽족, 레드다오족 등 4만 명정도의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 공통적으로 평생 한 마을에서 태어나,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때 머릿속을 파고드는 질문 하나!


그럼 사파는 어떤 곳이지?


고속 열차인 ‘익스프레스 야간열차’를 이용해도(294킬로) 7시간 30분이 걸리는 고원지대 사파! 하노이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면 아침 6시에 사파에서 눈을 뜨는 셈이다.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국경에 위치한 최북단의 마을이지만 제법 이국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과거 프랑스 점령 시기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의 스위스로도 불린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지만 바람이 강하다. 특히 안개가 짙기로 유명해 ‘구름의 도시’라고 불린다. ‘구름의 도시’가 주는 어감은 낭만적이지만 실제 안개의 농도는 상상 초월! 한겨울(요즘)에는 눈앞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발을 내딛는 걸음마다 실눈을 뜨고 유심히 걸어야 할 정도다. 한 여름은 26도! 하지만 이마저도 강수량이 높아 여행이 힘들다. 그래서 여행에는 겉옷과 방한복은 머스트 아이템! 그녀들이 겹겹이 치마와 상의를 입는 것도 바람을 막기 위함이고 말이다.

알록달록 북부 지방의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들! 사진집으로만 봤는데 실물 영접을 하는 영광된 순간이다.


함께 간 L과 내가 들어서자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외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게 짐작이 되었다. 이때다! 브로큰 베트남어, 대 방출!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 기쁜 소식! 어설픈 베트남어에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야호~ 이러려고 공부했습니다.

“Chị ơi! Bao nhiêu tuổi ạ?”

(찌 어이! 몇 살이예요?)


물건을 살피고 구경하는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이를 물어왔다. 그렇지, 호칭부터 나이 따라 바꾸는 베트남에서 나이 질문이 빠지면 섭섭하다. ‘본 므어이 Bốn mươi tuổi’(40살)를 넘겼다고 나이밍 아웃! ‘우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리액션이란! 그러고 보니 모두가 앳된 얼굴이다. 그녀들의 피부는 나와 달라! 피부 탄력은 거짓말을 못해! 사파에서는 몇 살에 결혼하냐고 슬쩍 물었다. 15세가 넘으면 대부분 결혼을 하고 16세 이후에는 출산을 한다는 놀라운 대답! 내 나이면 할머니가 되고도 남으니 그들의 반응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한 땀 한 땀 장인이 만든 각종 패브릭과 장신구들! 하루 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아!

손으로 만든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따뜻함이 느껴져 좋다. 조물조물 사람의 체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기분이 들어 추워진 날씨에 어울리고 말이다.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특산품들은 수공 생산되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과 색상을 띠고 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아이들과는 비교 불가! 쿠션이나 벽에 거는 장식 패브릭도 사고 싶지만, 어디에 둘지 감이 도저히 오지 않아 포기했다. 인테리어의 고수들이 잘 활용할 수 있을 법한 진기한 물건들이 많다. 내공이 부족한 민언냐는 웁니다. 또르르.

사파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바느질을 잘하는 걸까.


사파에서 태어난 여성이라면 바느질은 누구나 배운다. 기량의 차이는 있지만 날 때부터 보고 자라, 나 같은 똥 손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손과 눈을 가지는 것이다. 전통 의상들 또한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만들어낸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실력에 감탄 또 감탄! 이날 가져온 현금을 탈탈 털리겠다는 슬픈 예감은 딱 맞아떨어졌다. 쩡이의 취저로 바로 빼앗긴 오색실 팔찌를 달랑 하나만 산 게 가장 후회된다. 단돈 2만 동으로 천 원이었는데 말이요. 이럴 때는 초절약 모드에 손이 콩만큼 작아지는 민언냐! 유죄! 선물용으로 더 샀어야 한다는 후회의 츠나미가 몰려온다.  

사랑의 공을 그대에게!


사파는 로맨틱한 전통이 있다. 바로 ‘공’으로 연심을 주고받는 것이. 담벼락을 넘어 사랑하는 남녀 고백 공을 던지는 것이다. 공이 사랑의 큐피드인 셈이다. 상대방이 받으면 빰 빠바밤~ 커플 매칭 성공! 하지만 아무리 던져도 허공만 돌다 바닥으로 꽂힌다면.. 후략하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새드 앤딩이니깐... 그저 눈물의 밤을 새우는 흑역사가 추가되겠지. 공을 던져 애정을 표현한다고 하니 귀엽기도 하고 로맨틱한 기분이 든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선명한 색상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덤~ 하나, 둘, 세 개를 손에 쥐어 들었다. 3만 동이면 1500 원이니 장식용으로도 나쁘지 않다… 는 비겁한 변명을 하며 말이다. 저녁에 이야기를 들려주니 남편이 자꾸 공을 던진다. 이렇게 설레지 않는 고백, 있기 없기? 그렇게 한동안 부질없는 공던지기만 무한 반복했다.

목걸이가 원더풀~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신구에 시선 강탈! 눈을 반짝거리며 유심히 보며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스톱! 어글리 코리안! 당황했을 S는 흔쾌히 빼서 보여 준다. 어쩌면 은(bạc; 박)으로 된 거냐며 무식한 질문을 해대, 직접 보여주자 싶었는지도 모른다.(은이라면 색도 변하고 무거워서 하지 못한다며 웃었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군요.) 들어보고 만져보니 초경량이다. 재료가 뭔지 알 수 없지만 색도 변하지 않는다니! 탐 난다. 베트남어를 하는 내가 반가웠을까. 선한 웃음을 띠고 열심히 제품을 설명하는 그녀들! 그리고 사진을 찍자는 진상 액션에도 친절하게 응답해 준다. 야호~ 사파! 사랑한다.


전통 의상은 물론 가방, 파우치까지! 사파는 온통 예술가로 가득 찬 동네입니꺄~ 비명이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색상의 하모니! 에코백으로 산은 몰라도 작은 언덕은 쌓을 수 있는 1인! 끓어오르는 구매욕을 누르느라 내적 사투를 벌였다지요. 만 원이 넘지 않던 퍼플 크로스백을 사지 않는 그때의 나! 싸다구~ 한숨만 쉰다. 예쁜 태슬이 달린 가방이 이토록 간절할 줄은 그때는 몰랐다.

"I want to establish school for little girls in my home town. It is my dream."


그리고 하노이에서 대학을 다니는 또 다른 신여성! T를 만났다. 그녀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깜짝 놀랐다. 부모님은 결혼을 원했지만 하노이로 유학을 왔다는 T!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니, 한 편의 영화가 따로 없다. 무엇보다 맑고 고운 피부에 놀랐다. 사파 여성들은 대부분 어둡고 건강한 피부를 뽐낸다. 하지만 T는 영롱한 피부를 띄고 있다. 그래서 ‘낑(Kinh 베트남 민족) 족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아오자이를 입고 오늘날의 베트남 어를 쓰는 ‘베트남인’은 ‘낑’족이다.) 아름다운 미모를 뿜 뿜 하는 그녀는 마음까지 아름답구나. 그녀의 고향에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여자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15세에 결혼을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라는 그녀의 말에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한국 음식과 드라마, 음악을 사랑하는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인사를 했다.

이날의 행사는 대 성공! 작은 행사였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모습이 잊을 수 없다.


베트남의 모든 여성들과 Artistri Sud의 도전에게도 뜨거운 치어스! 앞으로 꽃길만 걷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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