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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Feb 14. 2023

베트남, 찬밥 갤럭시와 찬양의 아이폰

베트남, 욕망의 아이폰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꽃을 든 꽃시장? 놉! 사과가 빛나는 꽃시장! 세상에 가장 비싼 ‘애플’의 향연이다.


하노이의 겨울은 기승전결 비로 점철된다. 대기를 한 겹 걷어내어 쭉 짜면 물이 한 바가지 쏟아질 듯한 습함이다. 이런 눅눅한 하루에 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건 호아(꽃, hoa)뿐이다. 꽃시장으로 고!

베트남은 아이폰만 쓴다고 법에 나와있나요?


일본 꽃순이 ㅁ과 꽝안 꽃 시장으로 향했다. 비가 오면 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텅텅 빈다. 손님이 없으니, 상인들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 킬링타임에는 뭐다? 국경, 세대를 넘은 1등 공신, 스마트 폰이다. 열이면 열, 모두가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 흔들림 없는 집중력에 브라보! 그런데 시장을 돌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손에 들린 폰의 뒤태의 사과 로고다. 옆 집, 뒷집, 앞집 모두가 애플로 대동단결한 것이다. 여긴 샌프란시스코입니꺄.


이쯤 되면 갤럭시를 쓰는 한국인의 마음에 섭섭함이 쓰나미처럼 차오른다. 베트남과 삼성은 최고의 사업 파트너가 아닌가.

요즘 검색창에 ‘삼성 베트남‘을 입력하면 ’ 삼성 베트남 철수’가 제일 먼저 뜬다. 코로나의 타격으로 스마트 폰 매출과 출하량이 덩달아 감소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물량 중 절반은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대형 TV  화면을 제조하는 삼성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투자를 확장하는 중이고 말이다. 공장 유치는 물론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베트남을 염두에 두며 작년 연말에는 ‘베트남 연구개발(R&D)까지 완공했다. 총투자액 또한 2008년 박닌성에 6억 700만 달러의 30배인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니 철수보다는 재정돈으로 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외국투자기업 중의 1등, VIP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 휴대폰 생산 공장인 삼성전자 생산 공장(SEV).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출처
반년치 월급을 올인해서라도 애플은 손에 넣는다.


K-Drama를 보고 K- Pop을 듣고 K- Food를 먹으며 K-Fashion을 입는 베트남! 하지만 왜 갤럭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까.


베트남에는 ‘thể hiện(테히언, 한자로는 體現 체현)이란 단어가 있다. 어학의 영원한 파트너, 네이버 사전은 ‘구체화하다, 체현하다 ‘ 그리고 ‘표현하다’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테히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자랑하다, 과시하다’의 의미가 있다. 베트남 문화에 과시하는 심리는 저변에 깔려있다. 그리고 '테히언'의 심리는 아이폰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사회적 부를 표현하는 욕망의 결정체인 것이다.


원정 출산? 놉! 원정 아이폰 구매!

한 예로 작년 10월 14일에 출시된 아이폰 14를 들 수 있다. 당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개시 첫날부터 만 수천 대의 판매고를 올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최대 소매업체인 FPT에서만 사전 예약이 5천 대를 넘었다. 테져이지동(Thế Giời Di động) 또한 만 2천 대의 사전예약 물량을 인도해, 첫날만 전체 1조 5천억 동, 한화로 약 894억 원이라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전예약자의 수가 수천 명을 초과하며 재고 부족이라는 긴급 사태가 발생했다. 인기 모델인 프로와 프로 맥스가 11월이 되어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싱가포르, 태국으로 ‘원정 구매’를 가는 웃픈 현상도 생겼다. 이런 걸 두고  환장 파티라고 하는 거지.


더욱 놀라운 것은 베트남은 과도한 관세로 악명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가가 해외보다 비싸게 측정된다. 실제로 자동차는 세금이 100 프로다. 예를 들어, 차가 1000 달러라면 세금까지 합쳐서 총 2000 달러를 내야 한다.(불과 6 -7 년 전에는 150 프로를 웃돌았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공정이지만 베트남의 아이폰 사랑은 막지 못한다. 실제로 ‘휴대전화는 아이폰, 오토바이는 혼다 SH, 베스파!’라는 문구가 불문율처럼 존재한다. 법전에 실리지만 않았지, 암암리에 인정하는 통념이다. 이 정도는 소비해 줘야 ‘쿨내’ 나는 인싸의 아우라를 뿜뿜 할 수 있다.


아이폰은 세련된 수입품, 갤럭시는 흔하디 흔한 국산품!

갤럭시에 등을 돌리지만 애플만은 열렬한 찬양을 보내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미지를 들 수 있다. 아이폰은 세련된 고급형, 부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반면 갤럭시는 자국 생산으로 국산품 이미지가 강하다. 베트남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한 삼성으로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함께 사는 가족, 지인 또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갤럭시에 대한 희소성은 많이 떨어진다. 실제로 베트남 GDP에서 20 프로 이상을 삼성이 담당하고 있으니 건너 건너 누군가는 삼성 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드 인 베트남', 이 세 단어가 주는 괴리감이 판매율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런 인식차이는 중고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베트남에서 중고폰 구입은 흔하다. 하지만 갤럭시가 똥 값의 굴욕을 받는 것에 반해 애플은 리셀 가격이 높다. 또한 수요가 많으니 거래도 수월하게 이뤄진다. 장기적 투자의 목적으로도 갤럭시보다는 애플이 낫다는 평이다.

매일 경제 출처, 베트남 내 삼성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한 번 뿌리내린 생각은 지배력이 막강하다. 특히 애플의 CEO 팀 쿡은 베트남을 주요 신흥시장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2024년 아이폰 16 출시에 맞춰 직영매장인 애플스토어의 개점 또한 염두에 두고 있어 애플의 베트남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완전한 굳히기에 돌입하려는지도 모른다. 갤럭시는 후발 주자로서 당연히 돌파할 이슈지만 생산국, 베트남 시장은 삼성에게 의미가 더 크다.


외국만 나오면 애국심 폭발하는 ‘수출 한정판 애국자’인 난 오늘도 플립 Z를 접고 편다. 베트남 친구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으니 틈새시장을 노린다. 유러피안, 일본인 친구들 앞에서 갤럭시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프랑스인 친구 P 부부는 지난 연말 애플을 버리고 갤럭시를 샀다. 나는야, 갤럭시 러버! 힘내자, 갤럭시!

피. 에스. 갤럭시 왓치에 갤럭시 폰을 테이블에 둔 민언냐! 하지만 지금 브런치 글을 ‘애플 패드’로 쓴다는 건 쉬잇~ 비밀이다. 솜털처럼 가벼운 충성심의 비겁한 영혼을 용서하소서,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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