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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Oct 05. 2021

호떠이 아싸 8살 쩡이, 10살에 인싸 되기- 2탄

찾는 사과 말고 받는 사과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하마터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왜 하필 우리 딸에게?’ ‘Why me?’ 따위의 내적 에고에 빠져들 뻔했다. 에고 따위 일을 모두 해결한 뒤, 남편과 맥주 앞에서 빠져도 늦지 않다. 전사가 검을 꺼내 들 듯 폰을 들고 비장한 손놀림으로 ㅇ이의 엄마의 번호를 찾았다.

친구들과 함께라 더 즐거운 나짱 휴가

 재빨리 머리에 시뮬레이션을 그리기 시작했다.

톡을 먼저 보내서 한 번 떠볼까? 아니다. 어쩌면 내니가 이미 ㅇ이의 엄마에게 사건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톡은 너무 소극적인 반격이다. 자칫하면 ‘웁스, 쏴뤼!’ 한 마디에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쩡이를 향한 찐 사과다!


더욱이 나의 분노를 담아내기에 문자는 충분치 않다. 담대하게 전화를 하자. 무슨 말을 어찌할지,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긴장되고 떨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약해지기엔 쩡이가 흘린 눈물이 너무 안타까웠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부산 쌈맘의 저력을 보여 주자고 결의를 다졌다.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띠로리로 띠로리로 띠로리로’

발신 음이 이렇게 다이내믹했던가. 영화 ‘죠스’의 빠밤 빠밤 하는 OST와 다름없었다.


“Hello. Hi, how are you?

 Do you have a little moment for me? I just wanna talk about ……”


"Hi, 민. How are you?

아무래도 내니한테 얘기 들었어. 톡을 보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니 내니 말고도 다른 아이들의 말을 들어 보고 싶어. 엄마들 눈으로 본 것도 아니잖아?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알고 싶거든. ㄹ이도 거기 있었다니, ㄹ이한테도 묻고 싶네. (이는 다섯 명의 여자아이들 중 가장 연장자인 11살 프랑스 아이다.)."

ㅇ이의 엄마도 말이 빨라지는 걸 보니 그녀 역시 긴장을 타고 있구나 싶었다. 그녀의 반응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ㄹ이 엄마는 ㅇ이 엄마의 절친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그녀의 말을 싹둑싹둑 끊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았다. 최대한 감정은 접어두고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아니, 사실 그런 인상을 주고 싶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나도 정확히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는 그 자리에 없었으니 말이다.


“너의 말은 충분히 이해했고 존중한다. 모든 정황을 너는 너대로 확인하고 나도 나대로 확인하자. 쩡이와 다시 이야기를 해볼게. 그리고 너의 확인이 모두 끝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그리고 난 전화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어......그래?........ 그럼 어디서 볼까?"

"우리 집으로 와줘."


 순간 그녀가 말을 잃었다. 5초간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더 밀어붙여야 했다.


"우리는 몇 시가 되어도 상관없어. ㅁ이나 제삼자를 대동해도 상관없어. 아이들끼리 직접 이야기해도 좋아.”라는 말을 덧붙여 쐐기를 박아버렸다.


 이왕이면 홈그라운드에서 그것도 오늘 밤을 넘기기 전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간을 끌수록 본질 흐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나는 호떠이에 갓 들어온 신입이었고 ㅇ이네 가족은 2년을 넘기고 있었으니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가 양상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하나는 사과를 받아야 이 사건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라는 게 어디 맡긴 것도 아니고 직접 받으러 찾아가는 건 내 성에 차지 않았다.


 사과는 받는 거지, 세탁물 찾듯이 몸소 받으러 가는 게 아니라는 주의다.


ㅇ이의 엄마는 생각보다 단호한 나의 요구에 주춤하는 듯했다. 조금 뜸을 들이더니 마침내 OKAY를 했다.


전화를 끊고 저녁 준비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을 식탁으로 불렀다. 노릇노릇하게 잘 튀겨진 돈가스의 냄새에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시간이 갈수록 무슨 말을 할지 더 또렷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 통화를 하기 전에는 잘하는 짓인지 확신이 안 서는 마음이 1할 정도 있었다. 소극적인 쩡이의 교우관계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쩡이가 그 그룹에서 다시 못 논다고 해도 미련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다국적 문화체험, 자연스러운 영어 이 두 가지는 참으로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왕따를 묵인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낼 수는 없다. 그게 아이에게 더 해롭다.

 

"쩡아, 너는 ㅇ이랑 요즘 사이가 어땠어?"

"어? 그냥... 같이 놀았는데? 왜?"

"아니, 엄마도 알아야 하니까. 아까 ㅇ이 엄마랑 통화했거든."

"어...들리드라."

"쩡아, 잘 못한 게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잘못하지 않았으면 사과할 필요 없다."

"어.... 근데 엄마, 나 잘못한 거 없다."

"어, 알겠다. 밥 무라. 돈가스는 맛있나?"

쭌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엄마, 완전 레스토랑서 파는 거 같다." 라며 씨익 웃어 보인다. 쭌이는 눈치력(力)이 국가 대표급이다. 아빠를 쏙 빼닮았다. 쩡이도 소스에 듬뿍 찍은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먹었다.

초대받아서 간 친구네 집에서 베이킹 중.

'딩동 딩동'


아이들이 저녁을 반쯤 먹었을까. 초인종 소리가 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사과'가 도착했구나!


ㅇ이와 ㅇ이의 엄마가 왔다. ㅇ이는 키 큰 엄마 뒤에 숨어있었지만 나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 ㅇ이도 인사했다. 특유의 프렌치 악센트, ㅇ의 엄마는 자신이 확인한 내용을 알려왔다. 그녀는 당신의 딸이 잘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ㅇ가 그런 행동을 이유는 분리불안…… 방어기제……블라블라였다. 미안하지만 그 뒤는 기억도 안 나고 듣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왜 그걸 타인을 공격하며 풀어야 했냐는 거다. 그리고 왜 쩡이냐는 것이다. 영어를 가장 못해서? 자신을 잘 표현하지 않아서? 아니면 그룹에서 가장 신입이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더는 냉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보고 말했다.


“그 대상이 쩡이 된 것에 대해 유감이야.” 그녀는 하던 말을 멈췄다.

“ㅇ이가 겪는 어려움은 이해했어. 나와 우리 아이들이 ㅇ이를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줘. 하지만 이번 일은 쩡이에게 사과해 줬으면 해.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래.”


내 말이 끝나자 그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딸에게도 주의를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내게 사과했고 쩡이와 말하고 싶다고 했다. 쭈뼛대며 쩡이가 앞으로 나왔다. 그때 쭌이는 쩡이의 어깨에 손을 둘러 마치 샴쌍둥이인 양 자세를 취했다. 오래비의 지원사격에 용기를 낸 듯 시선을 ㅇ이와 ㅇ이의 엄마로 돌렸다.


"쩡, 기분은 좀 어떠니?"

“……”

“ㅇ이때문에 상처(hurt) 받았지?”


쩡이는 'hurt'라는 한마디에 눈물을 터뜨렸다. 칼로 베인 상처에 소금 뿌린 듯이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그리고 ㅇ의 엄마도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쩡이를 안아주었다. 우는 쩡이를 다독이며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쭌이도 나도 안심했다. 하지만 ㅇ이는 계속 자신의 머리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나도 딸을 가진 엄마다. ㅇ이를 재촉하고 다그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ㅇ이에게 쩡이에게 사과할 준비가 되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ㅇ이는 한 걸음 나와 "I am sorry, Jjung."하고 사과를 했다. 쩡이는 눈물을 닦고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쩡이는 사과를 받는 법과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핼러윈 겸 친구의 생일 파티

 그 뒤로 ㅇ이는 쩡이에게 사과를 받아주어 고맙다는 편지, 그림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줬다. 쩡이는 그게 ㅇ이가 평소 가장 좋아하던 장난감인 걸 안다고 했다. 그냥 돌려줘야겠다고 하며 ㅇ이의 집 앞에 다시 두고 왔다. 사과를 해왔으니 용서해 주자는데 우리 가족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나는(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보인 남편은) 쩡이나 쭌이가 그때의 일을 잊지 않았으면 했다. 다른 누군가가 쩡이, 쭌이에게 또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그런 상황을 오면 'Stop it.'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국에서는 양보와 나눔의 교육을 많이 해다. 잘 지내라, 배려해라, 나눠라 하는 말을 더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관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 안 되는 건 안된다고 거절하기

2.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기

3. 못하면 못한다고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4. 고마움을 항상 표현하기

5. 사과는 진심을 다 해서 하기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길 바랬다. 그리고 선생님과 가족에게 말하길 신신당부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를 누가 따돌리려고 한다면 역시 바로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어리고 휩쓸리기 쉬운 어린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만큼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좋은지 싫은지도 표현하기 힘들하던 쩡이도, 웬만하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둥글둥글한 쭌이도 친구들에게 NO라고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들이 실제로 몇 번 정도 더 일어났다. 정말 상대만 바뀔 뿐이었다. 일본인 친구 ㅈ이 이번엔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 셔틀버스에서 주로 일어났는데, 수위가 꽤 높았다. ㅈ에게 "I hate you,ㅈ. Someone from your class "라는 발송인 미상의 편지가 왔다. 어떤 날은 뒤에서 ㅈ에게 쓰레기나 종이뭉치를 던지기도 하고 누가 몰래 ㅈ의 가방에 쓰레기를 넣어, 집에서 열어보니 빈 과자 봉지가 쏟아져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 닷새째 계속되자, ㅈ의 엄마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고 위로해 주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상황을 확인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셔틀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는 쩡이와 쭌이의 기세가 유난히 의기양양해 보였다. 무슨 상이라도 탔나 했더니 상을 주는 요일(아이들의 학교는 금요일마다 상을 준다.)도 아니었다. 나라를 구한 양 어깨가 한껏 승천해 있길래,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ㅈ을 도운 무용담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ㅈ의 험담을 하며 소곤대고 미움의 편지를 몰래 가방에 넣은 친구가 누군지 알아냈다고 했다. 글자체로 추리를 해냈다나,  아무튼 나름 잠복근무를 하듯이 동태를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쓰레기가 날아오는 방향에서 좌석의 위치까지 예측했다니 진지하게 진범(?)을 수색한 수고가 느껴졌다. 흔들리지 않고 ㅈ과 함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소리로 회심의 한방을 날려 주었다고 말했다.


 "That's too mean! Don't do that!"


 우리 아이가 전교 1등을 하면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1등을 해온 적이 없어서 그 기분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쭌이와 쩡이가 맞게 가고 있고 그런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하노이 생활을 시작한 초반에도 쭌이는 제법 영어를 알아듣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토킹 머신인 쭌이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해서 스스로 답답해할 뿐이었다. 반면에 부끄럼 많던 쩡이는 실제로 초반에 누가 다가와도 쉽게 친해질 수 없었다. 나의 오래비 그러니까 쩡이의 외삼촌이 조카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 말 다 한 게 아닌가. 그것도 우린 바로 옆 동에 살아 일주일에 한 번은 모여서 저녁을 먹었는데 말이다. 가뜩이나 수줍어하는 성격인데 영어도 안되니, 주눅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일본인 친구ㅈ의 엄마가 하루는 이런 말도 했다. ㅈ보고 쩡이가 동갑이니 같이 놀자고 가서 말을 걸어보라고 했단다. 그런데 ㅈ이 "쩡이 쟤는 말을 걸어도 답이 없어. 아무 말도 안 해."라고 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도 그런 쩡이를 다그치고 왜 대답도 제대로 안 하는지 답답해하던 적이 있었다.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쩡이가 또래의 친구들에게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다른 친화력 좋은 친구들과 비교를 했던 적도 말이다. 엄마끼리 친한 건 둘째치고 아이들이 서먹하니 쉽사리 친구가 되기 어려워 마음이 쓰였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마다 적응하는 속도가 다 다른데, 엄마가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은연중에 아이를 채근하고 다그친 건 아니었는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ㅈ과 둘이 만나면 스파클이 파바박 튈 만큼 수다 삼매경이다. 심지어 문 잠그고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도 않는다. 둘이서 대체 뭘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피비의 까다로운 프렌치 소녀들과도 파자마 파티를 하고 매일 수영장에 같이 갈 정도로 친하다. ㅇ과도 만나면 더없이 반가워하며 잘 지낸다. 쩡이의 생일 파티에도 모두 일정을 변경해가며, 한 걸음에 달려온다.

풀장에서 낚시를 하겠다며,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쭌이와 쩡이를 찾아오는 친구는 점점 많아졌다.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솔로몬처럼 쩡이와 쭌이가 잘못된 것에 대해 의견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진실의 입이 되어 어른이 없었을 때,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는 날도 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라 다 믿을 수는 없다.) 엄마들에게는 착하고 바른 아이들로 자녀들 옆에 두어도 안심되는 쩡이와 쭌이가 되었다. 친구들에게는 또 어떻고? 누구의 편에도 치우치지 않지만 모두의 편이 되어, 함께 놀면 즐거운 친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외국인 친구들 중에는 자신의 의견을 매우 강하게 피력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과 놀 때도 쭌이와 쩡이는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거절은 하되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식의 회유와 설득의 스킬이 둘에게는 있다. 그리고 자신을 잘 표현하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어 미국인 친구 아담 부부로부터 ‘Sweet heart’로 불린다.(정작 집에서 둘은 항상 전시상태다.) 이렇게 단단해지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만8세, 한국 나이 9살 쩡이의 생일
만9세, 한국나이 10살 쩡이의 생일파티.

그 누구의 친구도 아니었던 쩡이가 이제 모두의 친구 쩡이가 되었다. 매일 타는 셔틀버스에서도 약속한 듯 다섯 명의 친구들과 뒷좌석에 쪼르르 앉는다. 수다를 떠느라 신이 나서 한껏 올라간 통실한 한쪽 볼에서 쩡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다. 이제는 배웅하는 엄마 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냉정한 딸내미 쩡이! 하지만 뭐 어떤가. 자식이 행복하다면야...

아싸 쩡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인싸 쩡이가 더 행복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던 날, 피자파티.

P.S. 실제로 따돌림은 상대만 교체될 뿐, 한동안 계속 일어났다. 아이들이 모이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피할 수 없는 주제 같았다. 그리고 내게 상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엄마도 있었다. 영어가 안돼서 이기도 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엄마들은 그나마 부딪힐 전의가 있는 거다. 반면에 그냥 묵인하고 지나가는 엄마들의 속 타는 경험담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 두려워하지 말자. ‘왜’보다는 ‘어떻게’ 싸울지를 먼저 생각할 일이다. 우리 모두 쌈맘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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