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시관에서 본 게 이거였나, 저거였나. 비슷비슷한 색깔의 전시회와 박물관에 무뎌진 거기, 유 you! 불평은 거기까지다. 처진 어깨와 건조한 가슴을 녹아낼 커피와 아트 스페이스가 하노이에는 넘쳐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함께 꼬우, 뭅 뭅! (자신감 만 프로를 엎고 건방진 명령형 발사!)
베트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블러드 뚝뚝 빨간 바탕에 존재감 갑, 노오란 스따가 똿! 펄럭이는 국기 아래 굳세게 선 삼엄한 경비의 공안이 아닐까. 베트남을 떠올리기만 해도 움찔하며 북한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그저 공산주의라는 딱딱한 미지의 세계로만 여기던 때가 내게도 있다. 베트남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던 무지렁이 시절이지만 말이다. 초록색 제복의 웃음이라곤 없이 우뚝 선 공안, 자유가 제한된 도시는 경직 그 자체다. 물론 없는 모습은 아니지만 이게 다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해다. 마치 미쿡인들이 “북한 가봤냐? Have you ever been to North Korea? 북한 갈 수 있어? Can you go to North Korea?”등의 붕어급 질문을 던지는 격이다. 특히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를 평양의 순한(?) 맛정도로 여긴 그때의 내게 등짝 스매싱 3 연타를 하사한다. 악! 악! 악! 당시 예술적 바이브는 1도 없다고 제멋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트와 먼 나라? 노옵! 지구 어디에도 없는 특유의 아트 갬성이 폭발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도시란 말씀! 새것만 추앙하는 오늘날과는 전혀 다른 매력과 감성이 촉촉하게 내리는 하노이, 카페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말입니다.
1. Manzi Artspace & cafe 만지 아트스페이스
로컬의 사진가, 예술가는 물론 베트남을 사랑하는 외국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전시가 항시 열리는 갤러리형 카페가 있다. 사실 카페형 갤러리라 불러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커피보다 예술적 공간에 먼저 압도되기 때문이다. 2 천 원 커피 한 잔에 즐기기에는 전시 퀄리티도 높다. 거기에 눈 뜨기도 힘든 아찔한 햇살을 버텨낼 생명수, 커피까지 있으니, 이것은 무적이 아니겠소~ chủ ơi(쮸 어이, 사장님)! 나이스~
모퉁이와 창문에 환장하는 1인, 찍어 놓은 사진마다 음습한 시각이란 생각이 든다.
세월의 역풍을 직방으로 받아 쭈글 쪼글 대기 시작한 건 눈가만이 아니죠~ 말린 오징어와 공통점이라면 수분 한 방울 없이 척박해지는 퍽퍽한 몸과 마음이란 말이오. 블라인드 틈 사이 먼지가 끼이듯 뇌 주름 주름마다 촘촘하게 끼인 번뇌를 청산하고 싶은 날, 우리네 인생에서 탈출구라면 바로 아알~트(한껏 혀를 굴려본다. 쓰읍~)가 아닙니꺄.
현지 젠지들은 물론 하노이 제법 안다는 외국인들은 모두가 아는 핫스폿이기도 하다. 메뉴판이 영어와 베트남으로 안내된 것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증거겠다.
무엇보다 고요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가장 맘에 든다. 바리스타이기보다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적 포스를 풍기는 종업원들의 유창한 영어 또한 매력 포인트! 마음에 드는 작품 구매 문의나 사진집에 대한 질문도 친절히 응대해 준다. 사실 이날 사진 전시가 꾀 맘에 든 1인! 결국 살 수 있는지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아쉽지만 베트남에서는 절판이 되어 판매를 따로 하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럴 거면 왜 내 맘만 흔든 거야~ 손에 쥐지 못한 사진집에 눈물이 주르륵~ 아쉽지만 지금 이 수운가안~만을 즐기고 돌아설 수밖에…... 종업원이라기보다 한없이 자유분방한 예술가 바이브의 그들! 접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말을 걸면 엄청난 친화력과 친절함을 방출한다. 구매 여부를 떠나 궁금한 건 모두 물어보자. 여행자의 특권이 뻔뻔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1층이 카페라면 2층은 온전한 미술 작품의 공간이다. 사실 나중에 안 거지만, 2층 사진 촬영이 금지.. 였다.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았던 대형 판화사진이나 여러 작품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은 양심상 거두어냈다. 어글리 코리안을 보았나. 도촬의 죄를 물어 신고하신다면… 또르르~ 철컹철컹 만은 피하고 싶은 소심한 한국인이랍니다.
1층의 사진전은 맘껏 보고 찍어도 된다는 말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봤지만 말이죠~
카페만으로도 전시회에 앉은 듯한 분위기 갑의 카페!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혼자만 알고 싶은 소유욕이 들끓는 카페 중 하나다.
2. 햇살마저 감동이야, Sol Archspace 솔 아치스페이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구그리는 지금 정신줄을 놓았습니다.-
구그리 Google, 이보게, 자네 진심인가? 정신 차려, 찰싹찰싹! 여기서 포기하면 안 돼!!
google map은 0m를 깜박이며 목적지에 당도했노라고 외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눈앞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빨랫줄뿐이다. 헉, 구글 맵을 무력하게 하는 너! 제아무리 구르기를 두드려봐도 소용이 없다.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구글 맵!
첫 번째 사진의 게이트를 지나 쭈욱 쭈욱 의심하지 말고 좁은 골목을 직진한다면 열릴지어다.
골목카페의 끝판왕, 진정한 고수는 그림자도 숨기는 법이다. 골목 깊숙한 곳에 숨은 카페도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건 승부욕이 들끓는다. 오랜만에 적수를 만난 건가?!
굽이굽이 산골짜기.. 가 아니라 굽이굽이 빨랫줄을 가르고 나선 골목 주택가를 파고들어 겨우 도달한 ‘솔 아치스페이스’다. 여길 아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아마 유일한 한국인 고객이 아니었을까… 크흡! 미지의 좌표를 뚫으며 극한의 행복감을 느끼는 나, 변태인 걸까.
하노이의 숨은 카페를 죄다 섭렵할 정도로 하노이 베테랑인 일본인 친구 M. 우리는 한일 국경을 넘어 마이너적인 성향으로 의기투합한 하노이 방랑 2 인조다. 특히 그녀와 함께 하면 실패란 없다! 하노이에서의 5년간의 생활을 청산하고 호찌민으로 간 그녀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하노이를 자주 들린다. 그럴 때마다 함께 길을 나서곤 하는데 이번의 미지의 카페는 난이도가 별 다섯.. 아니 열 개로소이다. 구글을 의지해 도착한 곳엔 간판도 표지판도 없었다. 카페가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구글은 이미 길 안내를 놓아버린 지 오래고 말이다. 두리번거려도 보이는 건 온리 빨랫줄!
“Em ơi, chị muốn đi quán cà phê này, nhưng không thể tìm được. Em có biết quàn này ở đâu không?”
“엠 어이, 찌 무온 디 꽌 까 페 나이, 능 콩 테 팀 드억. 엠 꼬 비엣 꽌 나이 어 더우 콩?”
“엠 어이(연하를 부르는 호칭), 저 이 카페 가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어서요. 이 카페가 어디에 있는지 알죠?”
마침 백팩을 두르고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대학생(으로 보인)을 만났다. 신은 우릴 버리지 않았다. 헬멧을 착용하며 내민 구글 맵을 확인 하자 두 눈을 반짝이며 길을 알려준다.
맵을 보자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진정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일세~ 입구 근처까지 정확한 방향을 안내해 주고 홀연히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 그녀다.
두근두근, 그녀의 말에 용기를 내어본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비주얼의 주택가에 한 사람이 걷기도 좁은 길이지만 한걸음 두 걸음.. 그리고 비밀의 문이 왓! 드디어 찾았다.
한국에서는 없는 이국적인 공간이 웅크리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아무리 기웃거리고 서성거려 봐도 나오는 이가 없다. 목 놓아 ‘엠 어이’, ‘신짜오’를 외치지만 인기척이 없다. 잠시 주춤대는 우리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다?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한 발자국!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너 명의 사나이들이 각자의 컴퓨터를 펴고 작업을 하는 게 눈에 띄었다. 그들도 사람의 기척을 느껴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알로하~ 두 유 노우 서핑? 자네, 서핑 좀 하시나?”
쿨한 하와이안 셔츠를 걸친 서퍼 비주얼의 직원! 자네, 지금 장소를 잘못 찾은 게 아니오? 오키나와해변의 서핑 보드가 잘 어울릴 비주얼의 엠어이가 나왔다. M이 영어로 말을 걸자 당황한다. 베트남어를 배운 내가 나설 때인가. 두둥~ 베트남어로 카페가 맞냐고 하니 그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햇살 한 줌까지 예술이다. 박물관인가요?
확신이 서지 않던 카페,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앤티크 한 인테리어 소품은 그야말로 예술! 아트 감성 뿜뿜 충전하는 오후란 이런 거지.
햇살 한 줌까지 예술이다. 박물관인가요?
확신이 서지 않던 카페,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앤티크 한 인테리어 소품은 그야말로 예술! 아트 감성 뿜뿜 충전하는 오후란 이런 거지.
라테 두 잔으로 즐기는 하노이 감성 카페, 이거 두 잔만 마시고 이런 호사스러움을 즐겨도 될지 고민이 될 정도이지 말입니다.
되려 입장료를 내야 할 것 같은 예술 공간, ‘Sol Arch Space’는 어디를 찍어도 어여쁘구나. 깔끔하게 떨어지는 현대적인 카페를 원한다면 패스~ 하지만 이국적인 하노이를 만끽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또 하나의 하노이 탐험에 성공한 우리들에게 치어스~ 애썼다, 포기하지 않은 우리들이여!
피. 에스. 커피는 전형적인 베트남 스타일로 산미가 강하다. 전형적인 하노이 커피로 커피 내리는 속도 또한 베트남만의 ‘끄뜨뜨(cứtừtừ)’, 여유 있는 느림의 미학을 준다. 사실 이 공간은 외부와의 단절로 서두름이란 어울리지 않는단 게 정설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