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하노이 오후, 한적한 골목길 카페에 ‘너바나‘와 ’ 브르노 마스’ 사이를 떠도는 방랑자가 있다.
nậu cafe & cassette workshop, 당당한 라떼 소환! 카세트테이프의 향수에 열광하는 엠지들 모여! 클릭 한 번이면 음악은 물론 세탁기부터 에어컨까지 조작이 가능한 지금! 재생 버튼을 눌러대는 수고가 실종된 지 오래다. 하지만 여기, 하노이에 여전히 자발적 고생을 기반으로 음악을 듣는 공간이 있다. 게다가 베트남 젠지 세대(2000 년 초반의 출생자들)가 더 열광하고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킵 고잉!
이번이 몇 번째였나. 포기와 한숨으로 마무리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간절히 기도하는 듯 모아낸 양손과 쫑긋 세운 귀를 보라. 폭발물 제거의 막중한 미션이 떨어진 건가요. 엑스맨도 울고 갈 21 세기 평화 지킴이, 미션 임파서블 ‘톰 아저씨’도 이길 기세다. 빰 빰 빰 빰 삐로리~ ‘미션 임파서블 인 하노이’!
캔 유 필 마이 헐트 빗?!
색색깔로 늘어선 LP 판 행렬에 수족관의 열대어를 떠올린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비주얼에 브라보~ 나무 의자 위를 나는 LP 판부터 너우 카페 & 카세트 워크 숍이란 이름까지, 아이덴티티가 명백해 기분 좋은 너! 맘에 든다. 카페의 문을 열자, 야외석에 밀리지 않을 내부가 똿! 테이프 진열장에 뮤직 러버는 신난다. 둠칫두둠칫, 드럼 소리가 아니다.가슴속 심장 소리가 들리나?!
연중무휴도 모자라 아침 8시부터 밤 11시라는 영업시간에 놀랐다. 그러고 보면 미국인 친구 A가 한국 카페의 늦은 오픈 시간을 불평한 적이 있다. 진정한 ‘모닝커피’를 마실 곳이 없다며 ’논 모닝커피‘를 한탄한 것이다. 하지만 8시부터 밤 11시라니! 한 손엔 맥주병과 한 손엔 기타를 든 히피적 ’ 쭈 chủ’(주인)를 멋대로 상상했던 나, 반성하자! 쥔장은 영업에 진심인 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일지 모른다. 숨찬 영업시간에 만 가지 망상을 펼치던 순간, 구름 위를 떠돌던 몽상가를 사로잡은 게 있었다. 바로 메뉴판! 엘피판을 재활용한 센스에 허걱, 감동받았… 녜~ 녜~ 감동 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버린 엘피판도 다시 보자!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친환경적 성향에 반했다. 스타일리시함과 에코 프렌들리 함의 만남은 긴 노동에 비례하나요~ 메뉴판도 맘에 들지만 가격도 은혜롭다. 블랙커피가 1700 원(35000 동)으로 라떼나 코코넛 커피도 5만 동, 2500 원이라는 하노이의 당연한 로컬 물가에 다시 한번 내적 환성을 지른다. 베트남 까페, 만세!
길고 좁은 골목을 헤매고 걸어 발견한 파라다이스 그리고 시원한 코코넛 커피의 하모니.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처럼 녹아든 달달한 코코넛과 고소한 커피는 완벽 그 잡채! 바닥에 숨죽인 젤리의 쫀득함은 무엇?! 골목길을 돌아 찾아낸 '너우 까페 & 카세트 워크숍‘은 까페 꼿 즈어(코코넛 커피)와 닮았다. 진정 50 케이, 한화 2500원이 맞나요! 더워지는 요즘 날씨에 더욱 간절해지는 커피와 가격이지 말입니다. 있을 때,잘하란 교훈은 커피에도 그렇다. 원데이 투 꽌 카페(quán càphê)에 그쳤던 그때! 원 데이 쓰리 아니 포 까페를 가지 않은 걸 후회합니다. 주르륵~
원터치 클릭? 놉! 양손 노동이 온전히 필요하던 X세대의 음악 감상! 이런 수고를 낭만이라 부르고 동경하는 20대 젠지들!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의 기분이 이런 걸까? X세대는 흠칫 뒷걸음친다. 직원은 물론 듬성듬성 자리를 잡은 손님들의 평균 연령에 놀랐다. 나, 욕심부려도 될까. 신로이 깍 엠(Xin lỗi, các em. 미안합니다, 동생들)! 하지만 돌아가기엔 두 동공이 이미 돌아버렸다. 카세트테이프를 한 아름 품어버린 걸요!
오랜만에 영접하는 대형 카세트 플레이어! 이렇게 컸던가.
늠름한 것도 모자라 핸섬하기까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도 좋지만 묵직한 카세트 플레이어의 클래식함은 무시할 수 없다. 불편함보다는 묵직한 무게감이 매력적이다. 귀가 그리고 손이 그 무게를 기억해 내니 말이다. 카세트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철컥 철컥! 지지직 거리는 잡음마저 반갑다. 오감이 즐겁지 아니한가.
그래~ 이 맛이야!
화살표와 사각형의 버튼들을 번갈아가며 눌리는 손맛은 ‘혜자 생님’의 미원만은 아니다. 맛있는 커피 한 모금과 함께 퍼지는 ‘맛’은 입에서 귀까지 취하기 충분하다. 철컹, 지이잉~ 눌러쓴 대형 헤드셋은 프로의 포스까지 풍긴다. 멋진 비주얼과는 별개로 사실 타이밍을 맞추기란 쉽지 않더라. ‘롸잇나우!’ 재빠르게 버튼을 누르고 양손으로 헤드셋을 움켜쥐었다. 후레이! 드디어 흐르는 인트로다. 하마터면 한 곡도 온전히 듣지 못할 뻔했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준 손가락이여, 치어스! 카세트테이프에 라떼 감성 한 스푼! 전주를 듣자 이미 3년 치 운을 끌어다 쓴 기분까지 든다.
씬나는 엘피 판도 좌라락~ 강렬한 시선의 마알빈 게이 아저씨와 락계의 엄친아(저씨) 반~ 조비, 비를즈 오랜만입니다. 왠지 이름을 배철수 아저씨 화법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만 그래?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틀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이 백만 배 상승한다.
머롸이어 캐뤼 언냐의 리즈시절, 최근 재개봉한 뱉맨! 영원한 젊음의 심벌인 너얼바나까지! 뭐 전설의 전당 입니까~
흥미로운 건 요아소비나 부르노 마스의 최신 앨범도 있다는 사실이다. 불법 복제의 스메엘~ 나만 느끼는 걸까. 베트남은 창작에 대한 존중 또는 인식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허나 저작권에 대한 제재가 강하지 않아 베트남에서는 불법 복제나 사이트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 또한 불법을 근절하는 공익 광고를 하던 때가 그리 멀지 않더란 말입니다. 베트남도 불법이 근절되길 기대한다.
너바나에서 브루노 마스 그리고 요아소비까지!
베트남 엠지 세대들에겐 녹음테이프도 박물관 골동품 수준이란 걸 이렇게 알게 된다. 설명서에는 어떻게 하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녹음하는지 아주 상세히.. 그래서 더 웃픈 설명서까지 있으니 말이다. 또르르~ 과연 고대 유물에 가까운 취급이 아닌가. 하노이에서 타임슬립을 하며 찐 Y2K로 돌아간 기분을 만끽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변한 게 있다면 시간을 한참 돌리고 돌려도~ 감아도 감아도~ 여전히 성인이었던 나의 연식뿐이지요. 요즘 들어 눈가 주름이 처연한 응어이 한꾸억은 엉뚱하게도 아이크림 주문이 더 급해졌다. 주위 젠지들의 팽팽한 눈가를 보니 쫀쫀한 아이크림부터 주문하는 나는야~ 마음만은 청추운~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를 진지하게 설명한 팜플렛
누군가에게는 잊힌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남아 떠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지금 우리가 등 돌려온 그날의 향수에 열광해 주는 그대들에게 브라보!
피. 에스. 학교 앞 불법 녹음테이프를 주말마다 실어 나르던 트럭 아저씨들은 지금 어디로 가셨을까.
피. 에스. 기사님은… 알고 보면 나를 싫어하셨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외출하는 마담 게다가 듣도 보도 못한 골목을 떠도니 말이다. 큰 대로의 City Garden이라는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는 레스토랑 입구에 내리면 한 방에 찾을 카페를 멀 디먼 역방향의 좁은 골목길에 세워주셨다. 이렇게 길을 꼬아 찾기도 힘들 텐데 말이지요. 골목길이 워낙 복잡하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쿨럭… 아무래도 지능적 안티였나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피. 에스. 2
음악 러버인 그대! 엘피판 헌팅에 빠져보자, 하노이 중고 엘피판 매장!
Đĩa Than Vintage - Hanoi (Vintage Vinyl Shop)
혼자만 알고픈 하지만 알만한 음악 러버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 하노이의 디어 탄 빈티지 숍이다. 카페는 아니지만 뮤직에 살고 죽는 음생음사의 1인으로서 LP판의 진동이 그리울 때면 가던 곳이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사장님!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면 2 -3 시간이 흐른다는 게 함정이지 말입니다.
Earth wind and Fire 하면 둠칫두둠칫? 흥겨운 ‘September’의 흥겨운 어깨춤이 떠오른 당신! 숨길 수 없는 X세대입니다.
요즘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인 아이돌 그룹 '보넥도' (Boynextdoor)의 미친 라이브로 유명한 ‘얼스 윈드 앤 파이어’? 아니죠~ 우리들은 알잖아요~ 1970년 대의 슈퍼 스따알! 화려한 의상을 찰랑이며 저 세상 텐션의 흥을 보여주던 미국의 전설적인 밴드 어스 윈드 앤 파이어랍니다. 오랜 연식의 앨범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100 프로 수입 앨범으로 대부분 일본 LP판이다.
한국이나 일본보다 저렴하다.
하노이에서 엘피판을 손에 넣고 싶은 이들에게는 꼭 추천한다. 외국인 고객이 많아 영어가 유창한 직원은 엘피플레이어나 앨범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가격은 앨범의 희귀성과 퀄리티에 따라 제각각이다. 중고이지만 믿고 구입이 가능한 건, 즉석에서 바로 뜯어 상품을 확인하고 재생까지 한 뒤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인터넷을 뒤질 이유가 없죠~ 손님이 뜸한 오후, 인심 좋은 디아 탄 빈티지 숍은 무한 음악 감상실로 변신하기도 한다. 원하는 건 죄다 틀어주니 말이다. 매장 한가득 메우는 대형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음악은 작은 콩나물로 들을 때와는 비교 불가! 한때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를 외치던 1인은 늘 지갑이 자동 해제된다는 게 함정이다. 모두들 지갑 관리 단디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