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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Apr 28. 2022

유튜브로 외치는 "신 짜오!".

베트남어 독학하기             일러스트 by하노이민언냐

신 짜오!! 거기 아무도 없나요? 여기도 저기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2019년 10월 말, 우리가 왔을 때만 해도 베트남어 수업은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인들이 많은 꺼우제이나 미딩 지역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유러피안이나 일본인들이 많은 호떠이도 미딩만큼은 아니지만 간간히 눈에 띄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사라졌다. 많은 일본인, 유러피안들의 조기 귀국이 그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수개월에 걸친 도시 전체 록다운이 결정타가 되었다. 수업이 전면 금지되며 과반수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역시 코로나에 장사 없다.

“Chị ơi, E** đống cửa rồi mạ.”



내가 다니던 E 어학원은 다행히 폐업은 면하는 듯했다. 하지만 점점 회비 날짜를 알리는 문자조차 뜸해지더니 근근이 유지하던 간판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 보니 임금체불이 계속되어 많은 강사진빠지고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다. 결국 격리 생활이 한창이던 여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야 말았다. 1  동안 함께 해온 베트남어 선생님이 이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 10년간 강사 생활만  그녀는 심지어 다른 어학원으로 이직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예 다른 직업으로 전향했다. 그녀와의 수업을 놓치기 싫었던 나는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7시에 온라인 레슨을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녁을 챙겨야 하는 피크 타임에 수업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11 말에 수업을 정리했다. 그녀도 나도 애잔한 마음 가득이었지만, 슬픈 이별을 고해야 했다. 물론 여전히 카톡을 주고받고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한다. 이제는 그녀와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베트남어를 손 놓은지도 한 달이 되었다. 여기서 포기한다 한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말이다. 음.. 리그에서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그럼 여기서 이만 퇴장할 것인가. 그래도 괜찮을까. 산책하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대답은 Never! Không! Pas du tout! ダメダメ! 베트남어 포기를 포기해주마!

 

계획적이라는 단어는 남극과 북극 사이 거리만큼이나 내겐 먼 단어다. 하지만 2022만큼은 플랜이란 걸 세운다며 소란을 피웠었다. 2022년만큼은 획기적으로 변하겠다고 선언했던 나! 부끄럽다. 벌써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지만 무슨 계획을 세웠더라…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계획이란 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이렇게 우물쭈물  때리다가 시계는 2023년까지 곧장 내달릴 테지. 지금은 포기가 아니라 재기할 때다.


베트남어는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였다.  정확히 말해 자격증 취득과 불편함 없는 의사소통이 목표였다. 코비드로 모든 어학 시험은 취소가 되어 불투명해졌지만 수업은 계속해왔다. 성조가 없는 한국어와 달리 5개나 되는 베트남어다. 알파벳을 쓰지만 발음이 우리 상상 속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가 바로  성조다. 많은 한국인들은 발음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Không.” 살펴보자. no 또는 not 의미하는 “.” 우리가 생각하는 bean 콩이 절대 아니다. 공기반 소리반을 섞어 입천장과 콧구멍으로 소리를 뿜듯이 내야 한다. 코를 휴지에 풀랑 말랑   나는  킁킁 거리는 소리말이다. 그리고 나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6개월이 걸렸다. 모든 외국어는 초급반에서 중급반, 고급반으로 올라갈수록 포기가 많아지는 피라미드형 구조다. 하지만 베트남어는 포기가 초급 3개월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중급까지 가는 이들은 50프로도 되지 않는다. 피라미드는커녕 목부터 급하게 좁아지는 이른바 ‘맥주병구조라고   있다.  또한 몸통을 반으로 후려쳐 짧은 바디에 홀쭉한 넥이  모양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베트남어를 끝까지 잡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해외 생활에 임하는 개똥철학 때문이다.  달을 살더라도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지내고 싶다는  나의 모토다. 이는 꽃이나 사진으로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의사소통이 관건이다.


처음부터 막무가내였다. 호텔에서 매일 만나는 하우스 키퍼들에게 99.9프로 틀린 발음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흔한 인사인 “Xin chào. 신쨔오”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무수한 실수에도 굴하지 않고 더듬더듬 엉망진창 베트남어를 시연했다. 그들은 리셉션 직원과는 달리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기에 이런 나를 신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하우스 키퍼들은 물론 벨보이들에게도 말이다. 그들의 언어로 열심히 소통하려는 노력과 성의를 보이자 입을 꾹 닫고 다소 경직되어 있던 이들도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일본인 이웃 K는 이 호텔의 전 직원들이 나를 안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나는 모르지만 그들은 나를 알고 있다니.. 어눌한 베트남어를 하는 한국인은 이렇게 하노이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Chị có khoẻ không ạ?” 찌, 하우 아 유?

“Chị rất khoẻ. Cửa hàng  chống em thế nào?” 찌, 베리 굿. 하우 이즈 엠즈 허즈번즈 스토어?

“Bình thường. Cảm ơn, chị.” 낫 배드. 땡큐, 찌.


물론 항상 이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엉터리 베트남어에 피곤해하기도 한다. 그들의 영어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당시 예상치 못한 영어 대답과 냉담한 반응에 주눅이 드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분명 로컬 시장의 상인, 택시 기사님들과 베트남어를  , 비로소 언어의 위력을 실감할  있었다. 베트남어를 하면 무표정하던 얼굴에 온기가 번지는  보인다. 그렇게 눈짓, 발짓이 아닌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려고 했다. 그리고 직원들과 영어가 가능한 매니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요구하고 이야기할  있게 되었다. 동갑인 하우스 키퍼는 이미 19  딸이 있다. 체격이 나와 비슷하다기에 사랑스러움이 과한 옷들을 정리해서 줬더니 아주 좋아했다. 32살의  다른 직원의 아들은 쭌이 보다 1 적은 10살이다. 그녀들의 내밀한 사정은 몰라도 프로필은 뽑을  있다.  살에 시집을 갔는지는 고향은 어딘지 말이다. 그들 또한 내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바다 도시인 부산에서 왔기에 해산물 킬러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다.


사실 부산에서 만났던 수많은 영어권 강사들이 나의 베트남어 학습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대부분이 북미나 영국 출신으로 함께 일한 이들만 해도 100명은 된다. 하지만 그들  한국어를   아는 이는  적이 없다. 물론 직업상 영어를 잘하는 이들이 직장에 차고 넘치니 한국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생 경험을 위해 한두 해만 머물다 가는 사회 초년생들도 많았고 말이다. 하노이 또한 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적어도  년의 시간을 보낸다면 시장에서 가격 정도는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17 동안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살던 캐나다인 선생님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는 간단한 주문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글은 고사하고 숫자도 손가락으로 표현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그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저 알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비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쉬는 시간마다 내게 한국 사회와 영어 교육의 폐해에 대해 매일 같이 침을 튀기며 비판하곤 했다. 마치 온 한국을 다 꿰뚫어 본다는 듯 말이다.  


어차피 외국인에게 외국어는 어려운 게 당연하다. 물론 현지인처럼 잘하면 매우 좋겠지만 말이지. 그저 노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자는 게 결론이다. 여전히 성조에 치이고 발음에 울지만 모든 노력은 결국 나의 둥지를 더 안정감 있게 만든다는데 귀결된다.


그리고 이 민스러운 개똥철학이 오늘도 의자에 앉게 한다. 베트남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다.


P.S. 어학 공부의 핵심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곰곰이 찾아보면 유튜브나 인터넷에는 실력이 증명된 강사들이 훨씬 많다. 문제는 강제성이 부족하다 것이다.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무념무상으로 시간을 보내느니 뭐라도 하는 게 맞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독학이다. (물론 유튜브 채널에는 소정의 회비를 내고 유료 회원이 되기도 한다. 더 많은 학습 자료를 제공받고 정기적인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1인이므로 이에 대한 후기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


베트남 수업을 할 때도 가끔 확인하던 채널들이지만 요즘 더 열심히 영상을 보고 도움을 받고 있다.


1. 유리 YURI TV


"뭐? 이게 한국인이라고?"


율샘하면 네이버 카페다. 가입하면 무료로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공부는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만큼 다운로드하여 종이로 출력을 해야 공부가 된다. 그저 듣기만 하면 한 귀로 듣고 공중에 날리게 된다. 많이 들어서 실력이 늘기도 하지만 성조가 있는 베트남어는 쓰고 읽어야 하는 수고가 많이 드는 언어다. 실용적인 표현은 물론 한국인들이 틀리기 쉬운 발음을 음절 음절 끊어가며 자세히 티칭 해준다. 이쯤 되면 정말 공짜로 수업을 들어도 되는지 양심에 찔릴 정도다. 호찌민에서 유년기를 보낸 율샘의 비디오를 베트남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호찌민 사람과 100프로 같다고 놀라워한다. 유튜브나 인터넷 상의 베트남어는 남부 발음이 대부분이다. 북부 발음의 콘텐츠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호찌민이 경제의 포문을 먼저 열어 무역 교류가 더 활발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노이가 행정 도시라면 호찌민은 경제 도시다. 드라마 섀도잉을 하는 유튜브도 있지만 거의가 호찌민 발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율샘의 하노이 발음(북부)과 호찌민 발음(남부) 동시 시연은 귀하디 귀한 자료다. "이번엔 북부 발음 들어 보시겠습니다!"라는 그녀의 멘트를 들으며 감사와 존경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리스펙트! 베트남어 하면 누가 뭐래도 율샘! 베트남어 유튜브들 중 가장 신뢰하는 채널이다.


2. CHERRiHyERi


"신챠오 깍 반! Xin chào, các bạn! 안녕하세요, 여러분!"


늘 활기찬 목소리로 유튜브를 시작하는 체리 혜리는 특유의 상큼 발랄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체리 혜리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베트남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베트남어를 하는 한국인 유튜버가 베트남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이 신기한 조합, 시작부터 매력적이지 않은가. 베트남에서 유년을 보낸 율샘이 전문 강사라면 체리 혜리는 결이 다르다. 그녀는 강사가 아니라 셀러브리티다. 웬만한 베트남 MZ 세대들은 한 번쯤은 그녀의 이름을 들어 봤다니 그 위상이 대단하다. 구독자도 114만 명, 명실상부한 유명 유튜버다. 코비드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베트남은 한국 연예인들의 또 다른 기회의 장이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베트남에서의 활동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통역을 담당하는 체리 혜리가 있었고 말이다. 현재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여전히 베트남어 비디오를 업데이트 중이다. 소녀 같은 외모와 호찌민의 낭랑한 말투가 사랑스럽다. 비디오는 베트남어 자막이 함께 있어 문장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한국인이 쓰기 쉬운 단어나 문장들을 접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표현보다는 2030의 말투를 구사한다. 종종 그녀가 말한 문장을 따로 써서 암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실생활에 써먹기 좋은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처음 호찌민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시작할 무렵 자주 했던 실수가 담긴 에피소드를 가장 재미게 본 일인이다. 율샘은 유년기를 호찌민에서 보냈지만 체리 혜리는 다르다. 물론 대학생이라는 기동력 있는 신선한 뇌는 나와 다르지만, 그녀 또한 성인이 되어 베트남어를 시작했다. 나도 열심히 하면 유창해지지 않을까 하는 무지갯빛 희망과 함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인으로서 헷갈리기 쉬운 베트남어 문법이나 단어의 포인트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핵심 성조를 빠르게 캐치하는 그녀는 분명 외국어에 뛰어난 게 확실하다. 문화 소개와 코디, 먹방 등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꼭 베트남어 공부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재밌게 시청하기 좋다. 애교 넘치는 매력덩어리 체리 혜리로 고고씽~



3. 프엉티비


"Simple is the best."


기본에 가장 충분한 그야말로 학습 채널이다. 그 어떤 다이내믹한 영상도 기대하지 말자. 학습자가 베트남어에만 집중하도록 만든 영상들이다. 프엉티비는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들이 시도하기 좋다. 그리고 중급자들 또한 그동안 익힌 단어들을 다시 한번 재 정돈하기 적합하다. 계속 나오는 오디오에 발음에 많은 효과를 봤다. 문장뿐만이 아니라 단어, 과거형, 미래형, 근접 과거형의 문법에도 완벽한 채널이다. 안타깝게도 1년 전에 업로드된 뒤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자료가 업로드되어 있으니 우리에겐 이미 충분하다.


4. 베트남어링크앤런


"네이티브가 가르쳐주는 베트남어의 정석!"


베트남 원어민 선생님의 유창한 한국어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오랫동안 한국인 대상 수업을 한 베테랑 강사다. 매주 업로드되며 현지인에게 직접 듣는 베트남 문화 이야기는 훨씬 생생하다. 수업이 꾀나 아카데믹하고 티칭 또한 체계적이다. 마치 어학원에 온 기분까지 들어 많은 자극이 된다. 25분 또는 1시간 내외의 비디오도 많다. 초급을 위한 비디오도 있지만 왠지 진지한 분위기에 한 발 뒤로 물러나게 된다. 중급 이상의 본격적인 레벨 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강추한다. 초급 자라도 고퀄의 풀 강의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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