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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Feb 10. 2022

내가 왕이 될 상인가? - 하노이 갈레뜨 데 후아

하노이에서 체험하는 프랑스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1월  6일, 올해도 돌아왔다. 프랑스의 '갈레뜨 데 후아 Gallette Des Rois'가 말이다. 프렌치 친구로부터 초대를 받은 우리들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하노이에서 접하는 프랑스 문화 체험, 이제는 익숙하다.            

가톨릭 문화인 프랑스는 크리스마스는 물론 주현절(예수 30회 탄생일로 세례를 받고 공증받은 날을 기념한다.), 부활절(4월 17일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일)까지 축하하고 기념을 한다. 종교에 문외한인 나는 프렌치 친구 B 덕분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하는 중이고 말이다. B의 집으로 오기 전, 쩡이와 쭌이에게 갈레뜨 데 후아에 대해 설명을 했다. 물론 이번에도 내 친구, 네이버의 덕을 톡톡히 봤다. 검색의 노력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늘 그렇듯 듣는 둥 마는 동했다. 아이들은 그저 친구들과 모여 케이크를 먹고 노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사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화체험 겸 이웃들과 코비드를 저주하는 상큼한 시간을 가지는 정도랄까.  경험은 뭐든 좋은 법이지.

그녀는 매년 프렌치 카페 'C'est bon.'에서 케이크를 준비한다. 쎄봉의 케이크는 맛이 좋아 쩡이의 작년 생일 케이크도 여기서 주문했다. 문제는 케이크의 맛이 아니라 넛츠였다. 쩡이는 넛츠에 알레르기가 있다. 케이크를 받지 않을 것을 제안하자 한사코 한 조각받고 싶다고 고집을 피웠다. 쩡이가 먹지 않으면 결국 내 뱃속으로 들어가고야 만다. 어차피 먹지도 못할 것을 왜 받냐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쩡이는 왜 그렇게 먹지 못할 케이크에 집착했을까. 그 비밀은 바로 '페브 Fève'라고 불리는 작은 자기 인형 때문이었다. 원래 페브는 잠두콩을 뜻한다. 과거에는 갈레뜨에 이 잠두콩을 넣었으나 오늘날에는 작은 자기 인형이나 피겨로 바뀌었다. 그리고 브를 발견한 사람은 그날의 왕과 여왕이 되어 왕관을 다. 신성함을 부여받았다고 여겨 모두에게 축하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갈레뜨 데 후아의 하이라이트가 이 페브찾기이다. 


"Min! You are 10 % for Fève!"


"Oh, come on! Only 10%?"


쩡이의 친구이자 B의 막내딸, A는 페브가 들어있는지 가능성을 보겠다며 식탁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쩡이는 25프로, 나는 10프로, 쩡이 옆에 앉은 호주 친구 H는 20프로라고 했다. 나는 A에게 겨우 10프로냐고 불평했다. A는 안에 페브가 있다면 레이어 사이가 불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받은 조각은 아주 작고 평편했다. 음, 설득력이 있다. A는 자신의 케이크가 앞에 놓이자 케이크를 슬쩍 들쳐보기 시작했다. B는 그런 딸에게 엄한 목소리로 반칙이라고 주의를 줬고 말이다. 입을 삐쭉거리는 A를 보고 어른들은 크게 웃었다.


두둥!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드디어 모두에게 한 조각씩 돌아갔다. 막상 케이크를 받아 들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아이들 또한 B가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주길만 기다렸다. 그녀가 먹자는 말을 하자 아이들은 재빠르게 자신의 케이크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어른들 또한 궁금한 마음은 같았다. 케이크를 먹으며 레이어 사이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과연, 빈대떡처럼 납작한 나의 케이크는 어떨까?  


쭌이도 나도 '꽝'이었다. 나띵, 반전 없는 갈레뜨였다. 쭌이는 잠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케이크를 와구와구 입에 넣기 시작했다.  


'까꿍'

하지만 그때, 쩡이의 눈에서 반짝하는 빛이 났다. 그리곤 서둘러 탑 레이어를 덮는 게 아닌가. 슬쩍 다가가서 케이크를 들어보니, 까꿍! 작은 자기 인형이 참하게 앉아 있다. 나는 로또에 당첨된 듯 브라보를 연발하며 축하했다. 쭌이는 영혼 없는 박수를 두세 번 치더니 먹던 갈레뜨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A는 자기는 단 한 번도 페브가 나온 적이 없다며 서운해했고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 쩡이를 부러워했다. 모든 시선이 쩡이에게 꽂히자 쩡이의 얼굴은 귀까지 벌게 졌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부끄러워진 것이다. 본인보다 더 기뻐하며 왕관을 씌우는 엄마가 부끄러웠는지 진정하라는 무언의 경고를 날렸다. 그리고 주위의 관심이 멀어질 때쯤 내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근데 이거 집에 가져가도 되나?"


"어, 당연하지."


쩡이는 답을 듣자마자 식탁 아래로 페브를 감추었다. 그리고 냅킨으로 페브에 묻은 빵가루를 닦기 시작했다. 몰래 냅킨으로 싸서 내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쩡이는 그날 친구들과 놀다가도 이따금씩 내게 왔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페브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다시 놀기를 반복했다. 소년들은(H, K, M, 쭌이) M의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마인크래프트를 논했다. 역시 게임은 만국 공통인가. 그리고 A와 쩡이, 곧 6살이 되는 남동생 J는 방 문을 닫은 채 장난감을 갖고 놀았고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체 모자이크를 하고 겨우 사진!

아이들이 노는 동안 7명의 어른들은 리빙룸에 둘러앉아 코비드를 저주하고 오미크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코비드 이야기와 각자가 겪은 격리 경험담을 고해성사하듯이 털어놓았다. 역시 친해지는데 코비드 욕만 한 건 없다. 그렇게 3시간 3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각자 저녁 식사를 위해 일어나기 시작했고 평범하지만 따뜻한 2022년의 갈레뜨 데 후와는 그렇게 끝이 났다.

welcome , Fève!

      P.S. 쭌이의 실수로 페브는 바닥에 세차게 머리를 박고 졌다. 다행히 초강력 본드로 목은 다시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작이 난 페브 앞에서 지구종말을 본 듯 망연자실한 표정의 쩡이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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