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반대편에서 시의 다음 자리를 기록하는 첫 문장
한동안 나는
시가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느꼈다.
정확히는,
내가 쓴 시가 세상과 접촉하지 못한 채
어딘가에 멈춰 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문장은 충분히 정제되어 있었고,
질문도 분명했다.
그럼에도 시는
누군가에게 도달하기 전에
이미 한 번 더 꺾여 있었다.
기술은 감정을 학습했고,
언어는 속도를 얻었다.
이제 감탄은 즉각 생성되고,
슬픔은 문장으로 정리된다.
그 속도 앞에서
시는 자주 늦는다.
나는 그 지점에서 묻게 되었다.
사람이 시를 쓰는 시대는 정말 끝난 것일까,
아니면
시가 사람의 손을 떠나
다른 자리를 찾고 있는 것일까.
시를 쓰면서도
나는 늘 시 바깥을 함께 생각해 왔다.
시가 말하지 않은 부분,
의도적으로 비워 둔 문장,
끝내 한 줄로 옮기지 못한 감각들.
어쩌면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완성된 시’가 아니라
시가 되기 직전의 생각,
혹은 시가 되고 난 뒤
남겨진 침묵이었는지도 모른다.
빛은 언제나 잘 기록된다.
하지만 빛이 닿지 않은 쪽은
대부분 설명 없이 지나간다.
그늘, 침묵, 소외, 상처, 상실.
시는 종종 그곳에서 시작되지만
끝까지 그 자리를 데려오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글은
하나의 시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시가 놓여 있었던 자리를
다시 더듬어 보기 위한 기록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시를 쓴다.
하지만 지금은
시를 완성하기보다
시가 멈춘 자리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
이 글은
시가 되지 못한 문장들의 임시 거처이고,
형식을 얻지 못한 질문들의 대기실이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시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다.
기술이 앞서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자주 지나친다.
너무 빨라서 놓친 감정들,
정확함 속에서 밀려난 흔들림들.
이곳에서는
그것들을 다시 불러오려 한다.
정답으로서가 아니라,
지워지기 전의 감각으로.
시가 머물던 자리 이후,
나는 이곳에
그다음 자리를 천천히 그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