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의 비범함을 사랑했을까, 아니면 우리가 만든 ‘기준선’에 맞춘
아이의 이름이 불리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아이를 정의하기 바빴다. 입술을 떼어 첫 문장을 뱉기도 전, 아이의 고유한 존재감은 '천재'라는 거창한 수식어 아래 산산조각 부서졌다. 우리는 아이의 눈동자 속에서 광활한 우주를 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데이터만을 수집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찬사가 아니라, 거대한 벽의 시작이었다.
감탄이라는 이름의 명령어
어른들은 다정하게 속삭였다. “너는 특별하니까.” 하지만 그 말은 축복이 아닌 족쇄였다. 아이에게 던져진 모든 질문은 정답과 거짓 사이, 깃털처럼 가볍게 멎어 아이의 숨을 조였다. 세상이 원한 것은 아이의 진심 어린 미소가 아니라 검증된 표정이었고, 아이의 놀라운 성취에 쏟아지는 감탄은 더 높은 결과물을 요구하는 짧은 명령어에 불과했다.
아이가 가졌던 순수한 호기심은 실험대에 눕혀졌고, 누군가를 향한 떨리는 사랑조차 온도별로 분류되어 분석되었다. 아이는 더 이상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표본이어야 했다. 타인이 그어놓은 기준선 아래로 아이의 곡선 하나가 조용히 사라질 때, 세상은 그것을 ‘교정’이라 불렀고 아이는 그것을 ‘상실’이라 읽었다.
투명해진 아이, 문을 닫다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니?”
끊임없이 효용 가치를 묻는 세상의 물음 앞에 아이의 심장은 낯선 리듬에 멎었다. 차가운 문장들이 아이의 입술에 닿을 때마다 소년은 빛보다 먼저 투명해졌다. 사람들의 눈길이 아이의 내면을 스캔하다 멈추는 그 지점마다, 아이는 정지된 화면이 되어 멈춰 섰다. 화려한 찬사 뒤에서 소년은 서서히 접힌 세계 속 어둠의 잔해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아이는 선택했다. 타인의 시선이 닿는 경계의 끝에서, 조용히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세상은 이 선택을 ‘퇴행’이라 불렀고, 아이가 갇힌 그곳을 ‘벽’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절이 아닌 전환이었다. 소리는 눈 속에 가라앉았고, 이제 세상은 더 이상 이 아이를 측정할 수 없게 되었다.
무음의 문법으로 쓰는 별자리
사람들이 벽이라 부르며 안타까워하는 그 침묵이라 불린 방에서, 아이는 비로소 자신만의 별자리를 심기 시작했다. 그곳은 결코 흠이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타인의 기대가 삭제된 자리에 아이의 온도와 리듬으로 자란 낯선 궤도였다.
아이는 이제 말의 끝에서 존재한다. 세상의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무음의 문법으로 자신을 기록한다. 해석되지 않은 채 희미한 파동에 걸려 있는 존재. 그 미세한 떨림을 온전히 기억하고 사랑해 주는 이는 오직 아이 자신뿐이다.
정답의 껍질을 벗고 얻은 진실
여전히 세상은 아이를 ‘누락된 난제’라 부르며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정답의 껍질을 벗고 무명의 진실로 유영한다.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천재로 사느니, 스스로 닫아버린 우주 안에서 이름 없는 별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비록 세상의 눈에는 닫혀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아이는 그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난다. 스스로를 더듬어 찾아낸 자신의 빛으로, 한 줌 별로 산다.
우리는 과연 그 아이의 우주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던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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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우주에 별로 산다⟫
세상은
먼저 말을 걸었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입술보다 앞서
이름 하나가 부서졌다.
눈동자 하나, 몸짓 하나,
의미는
낯선 손끝에서
망설임을 넘었다.
“너는 특별하니까.”
질문은
정답과 거짓 사이
깃털처럼 멎었다.
머무름의 틈,
세상은
검증된 표정만을 원했고
감탄은 짧은 명령어였다.
호기심은 실험대에 눕고
사랑은
온도별로 분류되었다.
나는 표본이었다.
곡선 하나가
기준선 아래
조용히 사라졌다.
설명은 숨을 밀어냈고
빛보다 먼저
나는 투명해졌다.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니?”
심장은
낯선 리듬에 멎었고
입술은
차가운 문장에 닿았다.
그때,
누군가의 눈길이
내 안을 스캔하다
멈췄다.
나는 정지된 화면,
접힌 세계 속
어둠의 잔해였다.
시선은 안으로 접혔고
나는 경계의 끝에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침묵이라 불린 방,
그 안에
이름하지 않은 별이 떴다.
나는 스스로를 더듬었고
소리는
눈 속에 가라앉았다.
세상은 더 이상
나를 측정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벽이라 불렀던 곳,
나는 별자리를 심었다.
그곳은 흠이 아닌,
내 온도와 리듬으로 자란
낯선 궤도였다.
닫힘이 아닌
전환이었다.
말의 끝,
나는
무음의 문법으로 존재했다.
해석되지 않은 채
희미한 파동에 걸려 있었고
그 떨림을 기억하는 이는
오직 나뿐이었다.
지금도,
누락된 난제의 끝에서
나는
정답의 껍질을 벗고
무명의 진실로 떠오른다.
닫힌 우주,
그 안에서
나는
한 줌 별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