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돌 하나가 옮겨졌다.
흉터는 남았지만
시선은 머물지 않았다.
이미 정리된 책상 위,
서류는 각을 맞추고 있었고
도장은 망설임 없이 내려앉았다.
종이가 한 번 떨렸다.
비명 같았지만
곧 소음 속으로 섞였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침묵으로 동의했다.
그 사소한 긍정들이 쌓였다.
계단처럼.
누군가는 그 위로 올라섰고
누군가는 그 모서리에서 미끄러졌지만
아무도 멈춰 서서 묻지 않았다.
형광등 아래
얼굴들은 표정을 잃고 앉아 있었다.
비어 있는 얼굴들이 서로를 비추며
결국 하나의 표정으로 굳어갔다.
그곳에서는
크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결정되었다.
어디선가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맞물린 톱니들,
어긋나는 소리조차
정상적인 리듬으로 처리되었다.
빛은 충분했지만
그림자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
대신 보이지 않는 벽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났다.
온기는 그 벽에 막혀
서늘하게 식어갔다.
그 사이를 지나면서도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속도로 걸었다.
남은 것은 반복뿐이었다.
도장을 찍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에 앉는 일.
그 반복이 쌓일수록
마음의 감각은 점점 늦어졌다.
마침내,
누군가의 손끝이
아주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밀어냈다.
크게 부서지는 소리는 없었다.
다만,
그 일이 일어난 뒤에도
아무도 그것을
사건으로 기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말할 것이다.
누구도
어떤 의도하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