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지지 않는 얼굴에 대하여
덩 덕기 덩 따 얼쑤,
더덩 덕기 덩 따 얼쑤.
탈을 쓴 춤군,
굿거리 장단 타고
오금을 펴며
한삼 길게 뻗어
파란 허공을 가른다.
마당은 흔들리며
탈과 숨결을 맞춘다.
이름을 지운 이들,
목에 걸린 굴레,
자비 뒤에 숨은 탐욕,
가부장 아래 눌린 숨,
유리벽 속 침묵하는 얼굴들.
칼과 불로 뒤집으려던 세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꺼지고 부러져
시간에 묻히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좌절은 징검이 되어
침묵은 메아리가 된다.
세대를 지속할 혼을 담을 그릇을 빚는다.
“최면이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무엇이든 말한다.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다.
춤사위 하나하나,
하늘로 오르며
오래 간직한 꿈을 향해
한삼 자락 뻗어
세속을 벗어난다.
구수한 재담 속에
어머니의 한을
속 시원히 달래주리라.
탈을 쓰면
내 세상에서
내 언어로 노래하고
내 몸짓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우스꽝스런 취발이에 비장함을 새기고,
넉살의 말뚝이 세치 혀로 세상을 비웃고,
지화자 한 판 춤으로
경계를 허문다.
가장 방심한 순간에
가장 날카로운 진실을 더하리라.
탈, 그 안에 천 년의 이야기를 담는다.
깊은 밤 모인 눈빛들,
가장 익숙한 일상의 몸짓으로
탈을 빚고 춤을 뽑아내며
읊조린다.
“한날 한시,
사람 사는 마을 저잣거리마다 펼쳐라.
이 땅 가슴마다 품게 하라.
이제 이 더러운 굿판을 집어 치워라.”
바람이 이는 밤,
낡은 해 기울고
한가위 새 달 뜰 때,
쇳소리 벼락이 내리치고
대지의 북소리가 요동친다.
그 아래 일천 개의 탈이 춤춘다.
발끝은 부드러우나
날카로운 선.
넋두리 한껏 웃음 속
스며든 설움.
흥은 한을 담는다.
억눌린 한숨은
파문으로 모여 파도가 된다.
기어이 성을 넘는다.
밤의 장단이 멈추지 않는다.
얼굴 없는 춤사위,
먼동이 틀 때까지
마당을 물들인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조용히 번져간다.
탈을 쓴 이 땅의 새로운 숨으로,
이제, 저항의 시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