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지 않은 이름

돼지

by 마음을 쓰다

그날, 바람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울음이 멎은 들판 위로
희미한 먼지만이 둥둥 떠다녔다.


우리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태어난 까닭도, 사라질 이유도
누군가의 문장 속에 숨어 있을 뿐.
‘예방’이라는 한마디가
숨의 무게보다 무겁게 내려앉았다.


삽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우리의 체온은 천천히 지워졌고,
땅은 묵묵히 마지막을 덮었다.


그러나 어둠 아래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짧았던 생의 기억들이
차가운 흙 사이로 스며
미세한 떨림으로 남았다.


인간들이 돌아간 뒤,
밤은 우리를 품었다.
별빛은 침묵했고
달빛만이 우리의 자리를 비췄다.


아무도 듣지 못한 노래

살아서도, 죽어서도 부를 수 없던 노래가
그제야 흙 위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바람은 천천히 우리를 지나
다시 들판 위로 고요를 남겼다.

작가의 이전글혼자 걷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