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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Aug 12. 2023

캔자스 4

해외 생활

한날 빨래방에서 백인 남자치곤 아담한 키의 젊은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십중팔구 동전이 세탁기 투입구에 걸린 거였다. 능숙하게 투입구를 열어 동전을 빼서 건네주자 이 친구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주섬주섬 자기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충 이해하기로 20대 초반의 내 또래인데 일찍 결혼을 했고 아내는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크고 미인이란다. 그리고 본인은 배달 일을 하는데 교회 전도사라고 했다. 언제 한번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같이 가자고도 말했다. 학교를 다녀도 영어가 별로 늘지 않아서 이번 참에 내 또래와 어울리면 좋겠다 싶었다. 우리는 날짜를 정했다.


집에 돌아와서 큰고모님께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한국 교회를 이제 나가지 않겠다.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 교회를 가겠다. 내 친구가 미국 전도사다. 큰고모님은 친구가 전도사라는 말에 웃으셨다. 이 친구 이름은 랍(ROB)이었다. 랍을 따라 미국 교회를 갔다. 그런데 그곳은 전형적인 교회 건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강당을 빌려서 교회 행사를 진행했다. 무대 위에 전도사인 랍과 네 명의 동료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무대 위에 선 다섯 명의 앞에는 스탠딩 마이크가 있었다.  5인조는 율동을 하며 행진곡 같은 신나는 찬송가를 선창 했고 강당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두 을 머리 위로 올리고 손뼉을 치며 찬송가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Lord GOD mighty~, gonna sing sing sing for you!"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한국 교회와는 딴 판이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나도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며 따라 불렀다. 스트레스가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매주 랍의 집에 모여 랍의 지인들과 함께 성서를 공부했다. 랍의 지인들 중에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태를 가진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 여자도 있었다. 그 여자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전날 밤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오프날, 랍을 따라 서바이블 게임을 하러 갔다. 1990 년대 초에 미국에선 서바이블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실내가 아니라 산에 들어가서 실전처럼 했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트럭이 한대 왔다. 군복을 입은 예비역 군인 출신들이 트럭에서 각종 서바이블 게임용 무기를 내렸다. 참가자들은 각자 선호하는 무기를 고르고 안면보호대를 착용했다. 편을 나누고 산으로 들어가 실전 같은 게임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스릴이었다.


총알이 비비탄이 아니었다. 크기가 대략 어릴 적 갖고 놀았던 작은 구슬만 했다. 맞으면 옷에 총알이 터져 피처럼 보였다. 그리고 엄청 아팠다. 게임 도중에 나는 총알을 맞고 전사 처리되었는데 안 죽으려고 온 산을 어찌나 박박 기었던지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림 by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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