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준 Oct 20. 2023

내가 줄 수 있는 것

소확행

말, 행동, 생각이 내 영혼에 영원히 저장된다는 믿음이 생긴 이후로 나는 변했다. 정확히는 변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말을 할 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조심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말과 행동의 시작점인 생각을 일으킬 때 더더욱 조심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생각이 적어지고, 말수도 줄어드는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느낀다.


인생을 사는 목적을 수많은 전생에 지은 카르마를 소멸하는 것에 뒀다. 카르마를 소멸하기 위해 참회하고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부처님과 중생의 일화를 읽었다.




한 중생이 부처님을 찾아가 말했다. '저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으니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그것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중생이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자입니다'라고 말하자

부처님께서 '아무리 가난한 자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미소로 사람 대하기,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대하기,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 예의 바르게 대하기, 자리 양보하기' 등이다.



부처님과 중생의 일화를 마음에 새기고부터 사람을 대할 때는 늘 신경을 쓴다. 그리고 '남을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다. 며칠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헌혈이다. 돈이 없어도 내가 건강하다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제 청주터미널 센터 헌혈의 집을 찾아가 헌혈을 했다. 몇 달 전 새로 단장해서 참 깨끗하다. 올봄에 청주로 온 이후로 세 번째 헌혈이다. 그동안 군대 생활이나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몇 번 했었지만, 작년부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한다. 친절한 간호사들이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반겨줬다.


사실 헌혈은 남을 돕는 일이지만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우선 건강한 사람만이 헌혈을 할 수 있으니 내가 건강하다는 확신이 들고 남을 돕는 마음에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헌혈 후에는 각종 검사 결과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영화표와 상품권은 덤이다. 이번에는 헌혈 기념품 1+1 프로모션 기간이라서 운 좋게 영화표 2장과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헌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을비가 내렸다. 차창을 가볍게 때리는 빗소리가 참 듣기 좋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빗속을 둘이서'를 들으며...


사진 by 해정님

작가의 이전글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