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러의 또 다른 주거 형태로 게스트하우스(게하)가 있다.
일종의 여행자 숙소인데,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체류하며 생활하는 많은 워홀러들도 있다.
스트라스필드 쉐어하우스에서 나보다 먼저 내 방을 예약한 사람이 있었기에 난 방을 빼야만 했다.
그리고 집을 알아보던 중, 아는 분이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라며 킹스크로스에 위치한 한 게하를 소개해줬고, 그 길로 나는 방도 둘러보지 않은 채 게하에 일주일간 예약하였다.
게하가 있던 킹스크로스라는 지역은 시드니에서도 상당히 우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범죄 사고도 많고, 많은 술집과 유흥가 거리로 유명한데, 난 이것도 모른 채 킹스크로스로 온 것이다.
미리 찾아놓은 방도 없었고, 이미 짐은 들고 집을 나온 상태라 일단 게하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머물 방을 열어 보았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내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방 이곳저곳 헤치고 다녔다.
‘……’
순간 할 말을 잃고 한국에 있는 집 생각이 너무나 났다.
‘아… 나 집에 가고 싶다…’
처음 시드니에서 2달간은 집도 좋았고, 일자리도 구한 상태라 상당히 안정적이었지만, 집을 나와서는 그저 떠돌이 신세였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방을 구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렇게 게하생활이 시작되었다.
게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코가 빨간 멕시코 친구도 있었고, 프랑스 악센트가 심한 영어로 말하는 프랑스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 매니저 KJ 형님이 있었다.
이 매니저 형님을 통해 게하생활이 지루하진 않았다.
매일 밤 여행자들끼리 모여 술 한잔하는 자리에 나를 불러주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도와주었고 형님을 통해 많은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 방에서 머물고 있던 캐나다 여자들은 내 앞에서 옷도 잘 갈아입었다.
‘내가 남자로 안 보이나?’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지만, 게하에선 대부분 그런 걸로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 더한 사건사고들도 많은데, 그 일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겠다.
그렇게 약 일주일간 게하 체험을 하였다.
게하에도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다양한 여행객을 만날 수 있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장점이 최대 장점일 것이다.
단점은 엄청 많다.
귀중품을 도난당하기 쉽고, 생전 모르는 사람들과 한방을 쓰기 때문에 불편하며, 위생적으로 상당히 더럽다.
게하에 가기 전 배드버그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게하에 수많은 여행객들이 오고가며,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있는 곳에는 배드버그가 발생하곤 하는데, 배드버그에 한번 물리면 온몸이 간지럽고, 모든 물건을 소독하든지 갖다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에서 배드버그에 걸리지 않게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 또한 배드버그에 물리지 않기 위해 침대에 비닐로 칭칭 감은 뒤 잠을 잤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닐로 보호막을 하나라도 더 치고 싶었다.
어쨌든 호주에서 배드버그 물리는 일은 없었지만, 배드버그에 대해 항상 조심하자.
호주 시드니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많은 게하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건 사고가 많이 있다.
내 선글라스를 도둑맞기도 하고, 방 안에서 성관계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았고, 방 안에서 침 뱉고 토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났는데 내 침대에 낯선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황했다.
알고 보니 2층 침대에 사는 친구였다. 밤새 술 먹고, 2층에서 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기어 올라온 침대가 내 침대였는데, 아침에 일어나서야 알았다.
다행히도 그 친구가 술 먹고 나를 안 더듬어서 다행이었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정말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다.
*집 나오면 개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