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그라 페스티벌(Mardi Gras Parade)
호주에 도착한 첫날의 행운???
마디그라 페스티벌(Mardi Gras Parade)
호주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마침 마디그라 페스티벌이 열렸다.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이기에 반드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시드니 시티로 향했다. 영어를 못하는 우리 일행 중에서도 유난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연수를 마친 CY누나였다. 그녀의 영어 실력을 믿고 우리는 축제 장소로 이동했다.
축제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그중 한 레즈비언 그룹을 발견했다. "Excuse me, Can we take a picture together?"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자고 물어봤고, 대답은 아주 쿨했다. "Sure." 그렇게 호주에서 처음 만난 외국인들과 사진을 찍었다.
축제가 시작되자 우리는 퍼레이드 장소로 이동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성과 함께 축제는 더욱 뜨거워졌다. 상의를 탈의한 복장을 보며 나는 넋을 잃고 응원했고, 더 가까이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소리치며 축제의 열기를 만끽했다.
그때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호주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내 이름은 톰이야. 오늘 내 남자친구도 여기 축제에 나왔어."
"헉, 그럼 넌 게이...?"
"응, 난 게이야."
나는 게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여러 질문을 던졌다.
"왜 남자를 좋아해? 아이는 어떻게 가질 거야?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하셔?" 등의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중요한 건 사랑이야." 정말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대답이었다.
이 친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축제를 즐겼고, 그의 남자친구가 퍼레이드에 나타났을 때 게이 커플의 키스 장면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광경이 처음인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적 충격이었지만, 이들의 용기 있는 사랑에 결국 박수를 보냈다.
그날 축제에서 많은 놀라운 광경들을 볼 수 있었다.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모여 퍼레이드에 참가했으며, 동성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행진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다양한 단체들도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게이 청년이 관람객 쪽으로 달려와 연로하신 어머니의 볼에 키스하며
"Mom, I love you"라고 말하며 포옹하는 장면이었다.
'게이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호주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만약 당신의 아들딸이 동성애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들이 행복하다면 저희도 행복합니다."
만약 내가 부모님께 게이라고 한다면, 우리 부모님은 나를 호적에서 파실지도 모른다.
호주에서 처음 느낀 문화적 충격은 신선했다. 사회적 시선이 아닌 자녀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호주 부모님의 사랑은 한국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셨다.
호주에서의 이러한 경험을 통해, 훗날 나의 자녀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를 깨달았다.
물론,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난 여자가 좋다. 하지만 이 축제를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그들도 사람이고, 그들도 사랑하며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If God hates Gays, Why are we so cute?"
- 어느 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