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스펜서에 이어 나의 두 번째 영어 선생님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워홀러로, 로렌 또한 영어 선생님으로 일했다. 마이클 잭슨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의 이름의 이니셜 'M'자를 팔목에 문신으로 새길 정도로 마이클 잭슨의 팬이었다.
로렌과는 많은 추억이 있다. 스펜서와의 수업은 토론 위주였지만, 로렌은 체계적으로 영어를 가르쳐 주었다. 문법, 작문, 스피킹, 토론 등의 다양한 수업이 있었고, 그 수업을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해오는 열성 있는 선생님이었다.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를 비교하며 공부할 때는 정말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신문을 읽고 토론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직접 신문 기사를 쓰는 연습도 했다. 호주에서는 매주 화요일 'Movie Day'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것도 공부라며 다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물론 한글 자막이 없었고, 영어로 이해해야 했다.
그렇게 한글 자막 없이 본 영화는 그림만 보며 나만의 상상의 날개를 펴나가기 바빴다. 하지만 로렌은 영화를 보며 수업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 영화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토론 주제를 제시해 우리에게 영화를 이해하게끔 공부시켰다. 이러한 다양한 공부 방법으로 로렌의 수업 시간은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한 번은 로렌이 친구도 데려와서 함께 수업하며, 수업 후 간단하게 술 한잔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우리는 한국 게임을 가르쳤고, 로렌은 아일랜드의 술 게임을 가르쳐 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열심히 영어를 가르치던 로렌이 나보다 먼저 스트라스필드를 떠난다고 했다. 로렌이 떠나는 날, 우리는 로렌을 위한 송별회를 하기로 결정했고, 스트라스필드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한국식 삼겹살 파티와 함께 호주식으로 소시지도 구워 먹었다. 그리고 다 함께 춤추며 사진 찍고, 로렌의 마지막 날을 즐거운 축제로 마무리 지었다.
로렌을 통해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당시 유럽은 그리스 금융 위기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호주에서는 수많은 유럽인을 만났고, 모두 유럽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로렌 또한 아일랜드의 경제가 좋지 않아 호주로 일을 구하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호주 다음에 어느 나라로 갈지 고민하던 중, 우리는 그녀에게 한국에 가서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을 추천해 주었다.
그녀는 실제로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였다. 로렌이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호주에 있어서 한국에서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만날 기회도 있었지만, 약혼자가 생긴 로렌에게 연락하기는 왠지 미안해서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로렌을 보며,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이 되라고 추천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그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Don’t you think so?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를 자주 외쳤던 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