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빌라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어느 날 밤이었어요. 이상하게도 밤중에 밖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계속 나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손뼉을 치는 소리가 말이에요.
-짝.
-짝. 짝.
저는 평소 소리에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닌데도 그 소리만큼은 이상하게 거슬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소리가 나는 쪽을 살짝 내다보기로 결정했지요. 창밖으로 바깥을 힐끔 내다봤다가 별일 아니면 다시 잠을 자고, 뭐 불량배 같은 게 있으면 머리를 쏙 집어넣은 다음 경찰에 신고하면 되겠지 싶었어요.
그렇게 저는 소리가 나는 쪽의 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어요. 솔직히 창을 열기 전까지 저는 당연히 고등학생 불량배 패거리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어요. 우리 동네는 좀 좋지 않은 동네라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어른들을 향해 침을 뱉는 학생들이 좀 있었거든요. 하지만 창을 열고 고개를 배꼼 내밀어봤는데도 불량배 무리 같은 건 보이지 않았어요.
-짝.
-짝. 짝.
그렇지만 소리는 계속 났어요. 사람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소리는 계속 난다니 이상한 일이지요.
저는 고개를 조금 더 밖으로 내밀었어요. 그러다 예상했던 지점보다 훨씬 더 낮은 곳에서 그 소리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하얀 손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었어요.
세상에나. 저는 당연히 사람이 내는 소리인줄 알았죠. 설마 사람 손만이 내는 소리인 줄은 몰랐어요. 하긴 그 누가 상상했겠어요.
하얀 손들은 중지와 검지로 솜씨 좋게 뛰어다니며, 엄지와 소지를 마치 팔이라도 되는 양 흔들고 있었어요.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박자를 맞추듯이 옆에 있는 다른 손과 부딪혀 소리를 내곤 했지요.
-짝짝. 짝짝.
그걸 보고 있던 저는, 당연하게도 무서워져서 창 안으로 머리를 쏙 집어넣었답니다. 머리를 쏙 집어넣고, 창문을 잠갔어요. 다른 창들도, 그리고 대문도 다 제대로 잠겼나 확인했답니다. 문을 다 잠그고 나니 무섭긴 해도 안심이 되더군요. 저것들은 그냥 손이잖아요.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올 수는 없겠다 싶었죠.
-짝.
-짝. 짝.
밖에서는 계속해서 손들이 춤을 추는 소리가 났어요. 저는 어째야 될지 생각했어요. 경찰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하면 미친 사람이란 소리만 들을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직접 나가서 쫓기는 좀 너무 기괴하고 무서웠죠.
어째야 될지 고민하는 사이 저는 점점 더 졸려졌어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거든요. 저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로 머리를 둘러싼 채로 잠을 청했어요. 중간 중간 잠에서 깨긴 했지만, 그래도 아침까지 몇 시간 정도는 잘 수 있었답니다.
그 뒤로 그 이상한 것들은 종종 우리 빌라 앞에 나타나 춤을 추다 사라졌답니다.
아. 왜 손이 아니라 ‘이상한 것들’이라고 하냐고요? 그게 말이에요. 손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거든요. 손뿐만이 아니라, 눈알도 나타났고요, 코도 나타났고요, 입도, 발도, 배도 나타났어요. (조금 품위 없는 얘기라 망설였는데, 가장 징그러웠던 건 거시기가 나타났을 때였어요. 우웩. 정말 더러웠다고요.) 한 번에 한 종류씩, 돌아가면서 나타났는데, 나타날 때마다 그것들은 늘 둥글게 춤들 추다가 사라졌어요. 사실 그것들이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지들끼리 춤만 추다 사라지는 거니까 저도 웬만하면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게다가 그네들도 사람들을 배려하기라도 하듯 사람이 다니지 않는 늦은 시간에만 나타나서 춤을 췄고요.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다른 애들은 다 괜찮은데, 손들이 나타나서 춤출 때가 문제였어요. 다른 애들은 지들끼리 부딪칠 때 별 소리가 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손들은 저들끼리 부딪칠 때 항상 선명하고 시끄러운 ‘짝’ 소리가 났어요. 전 손들이 춤출 때마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답니다.
음……. 아시잖아요? 세상엔 좀 잠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처음엔 무섭기도 하고, 아무래도 신경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 참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 점점 더 참을 수 없게 되었어요.
빌어먹을! 저에게도 저의 인생이 있단 말이에요.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가서 밤늦게까지 사장님에게 작취당하는 저만의 삶 말이에요! 잠은 제 삶의 낙이에요. 잠을 자지 못하면 일상을 견디기가 정말 힘들어져요. 정말 힘들어진다고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신체부위들에게 직접 말하기는 조금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서, 빌라 입구의 계단 앞에 쪽지를 붙였답니다.
「밤에 이곳에서 소란을 떨지 말아주세요. 입주민에게 피해가 갑니다.」
…효과가 있었냐고요? 글쎄요. 뭐라 말하기가 힘드네요. 일단 약간은 효과가 있었다고 해야겠죠. 누군가는 알아듣긴 알아들었는데, 오직 눈들만이 그 공지를 알아들었거든요. 발과 손과 귀, 코가 신나게 춤추는 가운데, 눈들만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춤을 추지 않고 밤새 기가 죽은 모습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있기만 했답니다.
눈 보라고 붙인 공지가 아니었어요! 그 망할 손들이 보라고 붙여놓은 공지였다고요! 하지만 공지를 눈만이 본 것을 보니, 더 이상의 쪽지를 붙이는 것도, 심지어 직접 말하는 것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았어요. 만약 직접 말을 한다면 귀만 이번 사건의 눈처럼 우울하게 원을 지어 앉아있을 뿐이겠지요.
저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어요. 손들이 나타나는 밤마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으니까요. 짜증이 쌓이고 쌓여서 분노와 원망이 되었어요. 그리고 혹시 아시나 모르겠는데, 분노와 원망이 어느 정도 수치를 넘어가면,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잊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짝. 짝.
-짝짜라짝짝. 짝짝. 짜라라라라라락 짝짝.
“그만!”
더는 참지 못한 어느 날 새벽, 저는 빗자루를 들고 집 앞으로 튀어나갔어요.
“그만! 이제는 충분하다고! 너희는 여기가 클럽인줄 아는 거냐?”
저는 한껏 등 근육을 긴장시켰던 퓨마처럼 튀어나가, 빗자루로 그놈의 손들을 무자비하게 뚜드려 팼어요. 그러자 손들은 혼비백산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나타나 때리는 바람에 손들은 계단에 부딪치고, 자기들끼리 부딪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아무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답니다. 이놈 저놈 다 때려주긴 했는데, 제대로 때린 것은 한 놈에 불과했어요. 모든 손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가장 먼저 때려준 손 하나였어요. 그건 가녀린 여성의 손이었는데, 기절이라도 한 듯 바닥에 쓰러져 파르르 새끼손가락을 떨고 있었어요.
저는 경고조로 그 손을 챙기기로 했죠. 저는 그 손을 들고 집으로 들어와, 그 손을 열쇠가 달린 서랍장에 넣었답니다.
한동안 그것들은 저희 집 앞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저는 덕분에 마음 놓고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평안하게 잠을 잔지 일주일 쯤 지났을까? 그날 저는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고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우유라도 마셔볼까 주방으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밖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잠도 안 오겠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겠다, 저는 창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기로 했어요. 왜냐면 소리가 들려오는 쪽이 꼭 그것들이 춤을 추던 그 방향 같았거든요.
“손들이 정말 화가 났어.”
“범인을 잡고 난나를 구하겠다던걸.”
“어떻게? 그 녀석들은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잖아. 차라리 그런 일을 당한게 눈이나 코라면 범인을 특정하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야.”
“아무튼, 손들이 심상치 않아.”
소곤소곤 이야기하던 것들은 입들이었어요. 오랜만에 나타난 입들은 춤을 출 생각도 하지 않고, 자못 진지하게 입술에 주름을 만들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저놈들 자기들 얘기가 들리기는 하는 걸까요? 귀가 없는데? 흠. 아니면 귀가 없어도 같은 괴물들의 얘기는 들을 수 있는 걸까요?
“다른 부위들은 손들의 강경대응 선언에 반대하나봐. 하지만 솔직히 인간들에게 폐를 끼치긴 했잖아. 누구든 자기 땅에서 늘 파티를 벌이면 싫은 게 당연해.”
“자기 땅이라니? 그런 건 불공평해. 우리한텐 땅을 살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 우리들은 아무데나 원하는 데서 춤을 출 수 있다고!”
“그래. 내 땅 네 땅 가르는 건 인간의 규칙일 뿐이야. 우리와는 관계없어.”
입들은 주절주절 말이 많기도 했어요. 입들의 말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었어요. 인간은 미지의 무언가를 두려워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미지가 아닌 것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손들의 댄스파티는 더는 제게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어요. 저는 그것들과 붙어봤고, 그것들이 별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만약 내게 복수를 하러 찾아온다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어찌되었던, 그것들은 앞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요. 저를 공격하기는커녕, 저들끼리 때리고 난리를 칠걸요? 그 사이에 저는 그 놈들을 오래된 골프채로 부숴버리면 그만일 일이죠.
-덜컹덜컹.
한동안 잠잠하게 있었던 손, 그러니까 입들의 말로는 아마 난나일 그 손이 잠긴 서랍장 안에서 푸드덕 거리기 시작했어요. 덜컹거린다고 해도, 보이는 것처럼 가녀려서 힘이 별로 없는 손이라 그다지 시끄럽지는 않았어요. 또 나날이 힘이 빠져가는 듯 발악하는 기세가 점점 줄어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래도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손들과 저는 원수 사이였으니까요.
“닥쳐! 난나!”
저는 위협하듯 큰 소리를 치며 난나가 있는 서랍장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렸어요. 서랍장을 주먹으로 세 번 치자 난나는 금세 조용해 졌답니다.
책상을 두드리느라 힘을 쓴 탓일까요. 드디어 졸음이 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하품을 한 번 쩍 한 뒤, 다시 침대로 돌아갔답니다.
-짝.
-짝. 짝.
세상에나. 농담이겠죠? 저는 미간을 구긴 채로 침대에서 일어났어요. 입들이 떠든 대로 정말 손들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얘기는 들었지만 충격과 공포였죠. 물론 제가 무서운 건 아니었고요. 손들의 무모함이 충격과 공포였다고요. 저번에 빗자루만 가지고도 그렇게 얻어맞았는데, 도대체 무슨 용기로 다시 나타난 걸까요? 저는 혹시나 해서 준비해 뒀었던 골프채를 집어 들고 방문을 나섰어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못하게 해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위풍당당 대문을 열었죠.
“야! 진짜 여기 오지 말라고!”
저는 골프채를 들고 빌라 앞으로 뛰어나갔답니다. 손들을 가장 처음 매만져주었던 그 날과 마찬가지로요. 저는 그때까지 다분히 이전과 같은 전개가 되리라 상상하고 있었지요. 제가 손들을 때리면, 그들은 도망치는. 그런데 빌라 밖으로 나간 순간, 저는 저번과는 같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고 말았답니다.
-짝!
내가 뛰어나오자, 춤을 추던 손들이 마지막 박수를 춘 뒤 다들 멈춰 섰어요. 손들인데, 어떻게 제가 나오자마자 알아차렸냐고요? 글쎄요. 그게 말이죠. 이번엔 그냥 손이 아니었어요. 음……. 정말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데굴데굴, 눈들이 그 손등에 불룩 박혀있지 않겠어요.
그제야 저는 기억해냈어요. 저한테 원한을 가진 건 손뿐만이 아니라는 걸요. 눈들도 저 때문에 댄스파티를 한참 동안 못했었죠. 저 비열한 두 가해자들끼리 힘을 합친 거였어요.
어쨌든 저는 기세 등등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등을 돌렸어요. 솔직히 그 쪽은 손 열 세 개고, 전 손 두 개인데 상대가 되겠어요? 그리고 제가 등을 돌리자마자 바로 저의 등을 향해 돌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답니다.
“아야!”
저는 빨리 집 안으로 도망치려고 했어요. 그런데 돌들이 하도 던져지는 통에 그럴 수가 없었어요. 어찌어찌 집 안에 도망치긴 했는데, 돌 때문에 머뭇거렸던 순간들이 너무 많았던 통에 손들까지도 저를 따라 집으로 들어오고 말았답니다.
-퍽! 퍽! 퍽!
그리고 손들은 지금까지 낸 적 없는 소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그건 다름 아닌 저를 때리는 소리지요. 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어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봐주는데 없이요. 멍석만 안 말았다 뿐이지, 거의 멍석말이 수준으로 때렸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손이 제 목을 쥐었답니다.
“으…….”
누가 제 목을 조른 건 처음인데. 정말 죽겠더라고요. 머리가 엄청나게 아파졌고요, 온몸이 절로 버둥거려졌어요. 제가 버둥거리자 목을 조른 손 이외의 다른 손들이 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 사지를 잡아 바닥으로 눌렀답니다. 덕분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진짜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머릿속에 그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죽을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답니다.
저는 정신을 잃고 만 거예요. 아니, 정신을 잃은 게 아니라, 어쩌면 죽은 걸지도요.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짹짹. 짹짹. 저는 힘겹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어요. 온몸이 다 아팠어요. 뼈가 덜컹거리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죠. 하지만 가장 아픈 곳은 목이었어요. 아직까지 누가 목을 조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으니까요.
“헉!”
어느 정도 의식이 돌아오자, 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주변이 더는 어둡지 않았어요. 아침이 온 거예요. 저는 혹시 몰라서 목을 매만졌어요. 다행히도 목에 더는 손 같은 것은 매달려 있지 않았답니다. 어쩌면 꿈이었을까요? 저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졌지만, 아무래도 꿈같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대문은 아직도 활짝 열려있었고, 저는 대문 앞에 쓰러져 있었고,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으니까요. 저는 망연자실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봤어요. 그들은 다 가버린 걸까?
아.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어젯밤이 꿈이 아니란 증거를 하나 더 찾고 말았어요. 난나를 가둬두었던 서랍장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거든요. 그 부서진 서랍장 옆에는 어제 내가 들고 있었던 골프채가 구부러진 채 놓여 있었답니다.
“꿈이 아니었어.”
저는 구부러진 골프채를 보자마자 덜컥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전 어제 정말 죽을 뻔한 거예요. 세상에. 손들이 왜 나를 죽이지 않고 살려둔 걸까요? 아니, 그것보다 전 왜 그런 괴물들과 맞서 싸울 생각을 했었던 걸까요? 잠깐 미쳤었던 걸까요? 저는 기운이 빠져서 다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가는 숨을 헥헥 내쉬며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제 손 옆에 무언가가 놓여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건 플라스틱 포장이 된 작은 무언가였지요. 이게 대체 뭘까요? 저는 대문 앞에 이런 걸 두지는 않았었는데. 저는 손을 뻗어 잡히는 것을 눈앞으로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말문이 턱하고 막히고 말았어요.
세상에. 그건 새 귀마개였답니다.
아시잖아요. 부드러운 스펀지 같은 걸로 돼서 귀에 우겨넣는 형식의 귀마개 말이에요.
저는 이게 뭔지 알 수 없어 당황하다가, 결국 손들이 어젯밤에 두고 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믿을 수 없게도, 손들이 어제 저를 죽이지 않은 건 저와의 공존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어요. 제가 귀마개를 쓰고 자기들을 참아주기를 바랬었나봐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죠. 저는 어제 죽을 뻔했으니까요. 저는 그들의 반갑지 않은 선물을 문 밖으로 내던진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이대로 가까운 부동산에 갈 생각이었어요. 이 괴물 잔치인 집은 팔아버리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어요. 부디 다음 거주자는 이 괴물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그렇긴 해요. 진작에 귀마개를 하면 됐었는데. 왜 저는 귀마개를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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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글은 2017년에 타사이트에서 먼저 발표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