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교통사고가 알려준 것
3년 전, 평범한 하루의 끝자락에서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인대가 좀 늘어났는지, 오른쪽 팔이 자꾸 ‘나 아직 안 나았어’라는 듯 신호를 보내왔다. 일은 계속 쏟아졌고, 팔은 그 속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조금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씩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이면 조기 퇴근 버튼을 과감히 눌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결정이 나를 지켰다.
그 전에는 참 바보 같았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곧 프로페셔널의 미덕인 줄 알았고, 몸이 아파도 참는 걸 책임감이라 착각했다. 그런데 회사는 생각보다 쿨하다. 내가 조퇴한다고 속상해하지도 않고, 야근한다고 감동하지도 않는다. 정작 나만 체력 방전 상태로 “이 정도 했으면 뭔가 돌아와야 하는 거 아냐?” 하며 서운해했다.
물론 회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회사도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한 적은 없다. 내가 몸을 아끼지 않은 건 내 선택이고, 그 책임도 내 몫이다.
그 이후 나는 깨달았다. 일은 잠깐 멈춰도 괜찮지만, 내 몸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걸.
모든 걸 내 위주로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내 몸만큼은 내가 먼저 챙겨야 한다. 왜냐고?
몸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써야 하니까. 여행도 가야 하고, 캠핑도 가야 하고, 나중에 북카페도 열어야 하니까.
그러니 3년 전 그 조기 퇴근은, 그냥 팔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다.
그건 회사와 나 사이의 건강한 거리두기 선언이자, 미래의 나를 위한 작지만 현명한 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