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야기였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녹았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모든 종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어느 날은 하루에 영화를 4~5편을 볼 때도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는 대부분의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였다. 때리고 부수는 영화가 별로 머리를 쓰지 않고 마음의 화도 풀릴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조용한 영화는 좀처럼 보기가 힘들어졌다. 점점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영화만 보게 되었다. 어쩌다 잔잔한 영화를 보다 보면 안절부절 하기까지 하였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면 회사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메일에 밀려 진지한 이야기를 하러 온 직원에게는 간단하게 이야기 하라면서, 잡담을 하러 온 동년배에게는 시간을 후하게 쓰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때리고 부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예전처럼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다. 쉰다는 것은 인지 기능이 쉰다는 것이다. 액션 영화는 인지 기능이 잔뜩 긴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더 쌓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스트레스 푼다고 액션영화를보았다. 시간 죽이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을 죽였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TV에서 '눈의 꽃'을 보았다. 잔잔한 영화였다.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잃어버린 감성이 살아나는 느낌이 이었다. 창밖에는 눈이 하얗게 와 있을 것 같았다. 모처럼 포근한 오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