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하루
지금까지 영업을 하며 ‘쉽지 않았던 해’가 대부분이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 회사 ERP 도입 문제로 가장 큰 시장에서 판매에 차질이 생겼다.
간신히 그 문제가 가라앉나 싶더니, 이번엔 한국에서 비보가 들려왔다.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멈췄고,
제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는 쌓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정치는 왜 늘 저 모양일까?’
‘ERP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가?’
불만이 쌓이면 몸에서 가시가 돋는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듯한 상태.
속좁은 나는, 결국
제일 약한 사람에게 불만을 표출한다.
‘오늘도 또 세일이 안 됐습니다’라는 말은 듣기 싫고,
보고서를 준비하는 옆자리 동료가 웃고 있는 모습조차 신경 쓰인다.
결국엔 다 지나갈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은 견디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 풀릴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도
일의 일부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짜증을 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엔 중심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굳이 말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책임이 크면 감당도 커야 하고,
급여가 높다는 건 그만큼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얼마 전, 지인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몇 번 뵌 적 있었고, 이야기할 때마다 좋은 인상을 남기셨던 분.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셨다.
그의 아내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읽으며
문득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까지 고민하며 살 필요는 없는데.’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건데.’
‘지금의 고민도 결국 지나갈 텐데.’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잘 안 된다.
메일을 몇 번 확인해도,
전화를 해봐도,
당장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휴가를 냈다.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왔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세상을 구하는 일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힘든 척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덜 진지하게,
오늘 하루를 지나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