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사에 나를 다 갈아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

우리는 늘 열심히 일합니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밤늦게까지 회의하고,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또 짜냅니다.
분위기를 풀겠다며 술자리를 만들기도 하죠.

그렇게 과음한 다음 날, 맑지 않은 정신으로 다시 출근합니다.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쥐어짜 하루를 버팁니다.
그리고 퇴근길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돌아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실적이 더 나빠지거나 외부 상황이 흔들리면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조직은 삭막해지고, 마음속 불안은 점점 커져갑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나는 진심을 다했는데, 회사도 그걸 알아주지 않을까?’

그건, 어쩌면 나만의 착각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구조조정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평소처럼 출근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영혼을 갈아넣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까지 일하게 될까요?
버티고, 견디고, 또 버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체력은 바닥나고 감정은 메말라 갑니다.
집에 돌아와도 가족은 각자의 일상에 바쁘고,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위로해줄 시간도 없습니다.

그때서야 문득 깨닫습니다.
‘나는 그냥 돈 벌어오는 사람일 뿐이구나. 이게 다 무슨 의미지?’

그런 시간을 지나온 선배로서,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회사에 영혼까지 갈아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되,
나 자신을 위한 공부와 투자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회사에 몰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존심’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를 무시한다고 느끼면 끝까지 버티고,
후배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면 속으로 시기하고,
상사에게 혼이 나면 크게 낙담합니다.

그리고는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마치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착각 속에서 말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참 열심히 일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밤늦게까지 일했고,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을 챙기며 나름의 리더십을 실천했습니다.
상사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필요 이상으로 자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스스로를 탓하고 좌절했습니다.

그렇게 자존심을 지키는 삶을 사는 동안,
가족과는 멀어지고, 정작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자존감을 위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끊임없이 나에게 물어야 합니다.

‘배운다’는 행위는 자존감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배움이 쌓이면,
쓸데없이 야근할 이유도, 술자리를 억지로 견딜 이유도 줄어듭니다.

일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를 지탱할 힘이 생깁니다.

그리고 퇴근 후의 시간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요즘은 회식 문화도 변하고 있습니다.
함께 술 마시며 미래를 논의하는 일은 더 이상 ‘당연한 문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자리가 부담스러운 이들도 많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고민할 때입니다.
재정적 독립, 새로운 배움,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들.

그래야 회사에 나를 갈아넣지 않고도
건강한 거리감 속에서
일과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더 이상 직원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워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