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거리를 둔 건, 결국 나였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좋은 사람도 있고, 솔직히 말해 싫은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내가 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는 저런 사람을 안 만나고 살 수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불편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을 직장을 떠난 후에 다시 보면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기도 하다.
직장이라는 좁고 치열한 공간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얽매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직장을 떠난 뒤에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면 굳이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친구도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성격이 무던해 보이지만, 사실은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왜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 감정을 덜어내기보다는 오히려 과장해서 쏟아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일할 때 느꼈던 불편함보다 더 강하게 말하게 되고, 그럴수록 말한 뒤의 기분은 후련하기는커녕 텅 빈 물잔을 보는 것처럼 씁쓸했다.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만큼, 나 자신에 대한 인식도 함께 나빠진다.
그럴 땐 나에 대한 자존감이 무너진다.
결국 ‘그냥 말을 하지 말걸’ 하는 생각이 남는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던 사람을 다시 마주치게 되면 괜히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쌓이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피하게 되고, 더 멀어진다.
이야기 속에서라도 내 입장을 변명하듯 그 사람에 대해 또 나쁜 말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직장에서의 인연은 떠나고 다시 생기기를 반복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단지 내 인상에 남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습관은 이제는 좀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면, 멀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도 조금은 덜 어색하고 덜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 말을 아끼는 것도 용기지만,
누군가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태도이고 습관이다.
그 습관은 생각보다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너는 왜 친구가 별로 없어?”
그 순간, 내 안에서 작게 울리는 대답이 들렸다.
내가 한 말들과, 내가 만든 거리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