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장, 훌륭한 팀장, 그리고 나!
직장에서 30년을 근무하면서 내린 결론이 하나 있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직장인의 생애 주기에서 가장 매력적이고도 정열적인 순간이다.
왜냐고?
일단 나이가 아직 팔팔하다. 체력도 있고, 세상 물정도 좀 알게 되고.
그런데다가 조직 안에서는 어느 정도 '지분'도 생긴다.
위로는 임원 눈치 좀 보이고, 아래로는 직원들의 탄식을 들어주며, 실무도 알고 전략도 아는…
바로 그 중심에서 균형 잡힌 곡예를 펼치는 묘기단장 같은 포지션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팀장들과 함께 일하면서
어떤 이는 "아… 좀 더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고,
어떤 이는 "와, 이 분 진짜 팀장 맞네!" 하며 존경심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좋은 팀장 vs 훌륭한 팀장,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상사와의 케미가 좋다
사원들이 기껏 아이디어 내고 기획서를 들이밀었는데,
위에서 결재가 안 떨어지면 무슨 소용인가.
좋은 팀장은 상사와의 미묘한 기류를 잘 타서,
직원들의 '작업물'에 사인을 잘 받아온다.
(물론, 본인은 내면에 많은 걸 삼킨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한다
영어가 필요한 회사에서
자기 발표 자료를 직원에게 맡기고,
영어 설명도 직원에게 넘기고,
그러고는 월급은 100% 가져간다?
이건 팀장이 아니라 그냥 '직원의 상사 탈을 쓴 클라이언트'다.
(게다가 파워포인트 편집도 못 하는 건 덤…)
칭찬은 직원에게 돌린다
팀장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좋은 팀장은 직원의 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팀장 밑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팀장도 스타로 만든다.)
상사와 직원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한다
어떤 팀장은 임원의 말만 받아 적어 전달하고,
어떤 팀장은 그 말에 에어백을 달아 충격을 흡수한 뒤 전달한다.
후자는 본인이 스트레스 받겠지만, 조직은 오래 간다.
(덕분에 소화제와 두통약은 팀장의 필수품…)
위로도 쓴소리를 할 줄 안다
시장에서 들려오는 진짜 이야기를,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상사가 듣기 싫어해도
적절히 전달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
그런 팀장은 드물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뭘 맡겨도 믿음이 간다
“이 분이면 된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사람.
기획을 맡기든, 발표를 맡기든, 위기 상황을 맡기든
항상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이런 팀장이 진짜 ‘조직의 보석’이다.
(하지만 진짜 보석은 희귀하다는 게 문제…)
직원 성장에 진심이다
자기계발도 꾸준히 하면서
직원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팀장.
사실 이런 분은 전설 속에나 등장할 것 같지만,
실제로도 몇 명은 봤다.
(정말로… 몇 명.)
돌아보면,
내가 팀장이었을 때가 직장 생활의 황금기였다.
그땐 몰랐다.
알려고 하면 뭐든 더 배울 수 있었고,
배운 걸 실행에 옮기기에도 최고의 시기였다.
그 시기를 지나오고 나서야 안다.
그 자리가, 참 특별했다는 걸.
그리고 팀장이 된다는 건
단순히 ‘승진’이 아니라,
한 조직의 방향을 잡아주는 리더가 된다는 뜻이었다는 걸.
지금도 누군가는
그 짜릿한 황금기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도,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팀장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