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by 이립

업무가 재분장된 이후에 일일업무보고로 질타를 받는 것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때부터는 팀 동료 A도 혼나는 빈도가 잠깐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나와 번갈아가며 혼나는 일이 잦아졌다. 정확히는 우리 둘 중 일일업무보고를 먼저 하는 사람이 혼이 났다.




우리 팀은 팀장을 포함하여 총 5명이었다. 팀 동료 A는 나보다 한 달 먼저 들어온 경력사원이었다. 팀 동료 B는 특이하게 프로그래밍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계약직으로 들어온 사원이었다. 마지막으로 팀 동료 C는 직급은 낮지만 직장생활은 10년차 사원이 있었다.


팀 동료 B와 C는 일일업무보고로 단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었다. 특히, 팀 동료 C는 내가 그녀의 업무를 상세히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똑같은 업무를 한 달 가량 Follow up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한 번도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내가 3일만 그렇게 하면 진도가 안 나간다고 면박을 주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 점은 지금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가지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팀 동료 A와 나는 경력사원이라는 이방인이라는 동질감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겪는 어려움을 서로 이야기하며 무언의 응원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일일업무보고로 시 내가 주요 타켓이 되어 혼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때부터 나쁜 피해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팀 동료 A가 혼나는 것을 벗어난 이유는 그의 처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 동료 A는 정말 좋은 의미로 처세술이 뛰어났다. 직장에서 누구에게 잘 보이려 하는 태도를 나는 알랑방구나 아첨과 같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일을 처세로 해결하려는 부류들은 당연히 싫어하지만 업무를 하면서 상사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태도는 노력이자 능력이라 생각한다.


팀장님은 팀 동료 A의 기분 좋은 말과 행동들을 듣고 보며 많이 웃어하셨다. 팀장님이 어느 날 본인이 먹었다는 잡곡 즉석밥을 팀원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팀원들에게 맛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그때, 나는 맛있었다라고 간단히 대답했는데 팀 동료 A는 밥알 하나 하나 씹을 때 고소함과 단맛이 너무 좋다고 하며 상세한 묘사와 함께 극찬을 했다. 나는 옆에서 그걸 듣고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팀장님은 웃으면서 무척 좋아하셨다.




팀장님은 맨 처음에 본인은 보통의 회사에서 팀원들이 팀장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들을 싫어하신다고 하셨었다. 래서 나는 더 헷갈렸다. 내가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팀장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팀장님으로부터 나에 대한 미움이 더 커진다는 피해의식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미움을 받는 건 팀장님에게 싹싹하게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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