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밖에 난 자식

by 이립

우리 팀은 임원 보고 때 팀장과 실무자가 항상 같이 들어가는 조직문화가 있었다. 첫 보고 때 이후로도 본부장님은 늘 불같이 화를 내셨는데 어느 순간 그 자리는 본부장님의 자존감을 채우는 자리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팀장님이 지시한 사항에 대하여 본부장님이 실무자에게 역정을 내실 때 그녀는 항상 입을 닫았다.


여느 때처럼 나는 팀 동료 A 그리고 팀장님과 함께 본부장 보고를 들어갔다. 역시 이 날도 본부장님은 명분을 만들어가시며 자존감을 채우셨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으셨는지 역정으로 시작하다 훈화로 마무리를 하셨다. 문제는 보고가 끝나고 일어났는데 보고를 마치고 팀장님은 우리 둘과 팀원들을 회의실로 집합시켜 나와 팀 동료 A에게 분노를 표출하셨다.




팀장님께서 격양되신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본부장님 훈화 말씀을 하실 때 우리 둘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습니다라고 반응한 태도였다. 팀장님은 경력으로 들어왔으면 훈화 말씀할 때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정도는 알아야지 뭘 알고 이해한다고 반응을 보이냐라고 우리 둘을 질책하셨다.


두 번째는 명백한 내 잘못이었다. 팀장님은 내게 오늘 우리 회사 사명은 00이다라고 말했는데 왜 자료에 회사 CI가 이전 회사명으로 되어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별첨 자료로 3년 전 최초 자료를 붙이는 건이기에 CI 수정을 안 해도 된다고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갑자기 실소를 하시더니 그걸 변명이라고 말하는 것이냐 하시면서 감정이 크게 격양되시면서 나를 나무라셨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나는 눈 밖에 난 자식이 확실히 되었다.




이후의 일들이 이전의 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팀장님과 같이 일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우선, 팀장님께서는 본인에게 올 때 질문다운 질문을 가지고 오라고 하셨는데 난 늘 갈 때마다 혼났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걸 혼자서 해결하려 하다 시간이 팀장님의 예상보다 경과되면 물어보지 않는 태도로 야단을 맞았다. '질문다운 질문'의 기준을 판단하지 못하는 나는 늘 혼이 났다.


초반의 팀장님께서 하신 본인에 대한 소개로 잘 보이려는 처세보다 깔끔하게 일로 성과를 보여주고자 말을 아끼던 나는 조직 부적응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타 속에서 더욱 말을 잃어갔다. 욱 내가 마음이 좋지 않았던 건 이러한 태도마저도 팀장님 싫어하신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뭔가 얼른 흘러가 딱 1년만 버티어 온전히 내가 내 업무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상황이 나아질까라는 생각을 수 없이 홀로 그려보며 희망을 가지려 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팀 동료들은 웃으면서 회사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왜 안 먹냐며 같이 먹자고 하고는 했는데 일일업무보고로 아침에 혼날 걱정 없는 그들의 그런 여유가 부러우면서 나는 내 자신의 비참함을 몸소 느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9화피해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