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이태준
들어가며
지난 상경논총 92호 [흔적]에서 필자는 “패권국을 원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경제 전반의 문제점에 대하여 고찰하는 글을 기고하였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는 분명 전 세계적으로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세계 경제에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단행하는 경제 정책이 세계 경제에 큰 파급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전 92호에서는 세계 경제, 특히 우리나라 경제에 큰 파급을 가져오는 동아시아 국가 중 중국 경제에 대하여 살펴보았기에, 이번 93호에서는 일본의 경제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일본 경제에 대하여 지금부터 알아가 보자.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Bank of Japan)은 17년 만에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지난 17년 동안 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이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던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9일 기준 금리를 -0.1%에서 0.0%로 0.1%P 인상하였다. 여기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란 0% 이하의 금리 정책을 의미하며, 시중 은행에서의 금리가 아닌, 중앙 은행과 금융 기관 사이에서의 금리를 뜻하게 된다.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게 되면 금융 기관이 중앙 은행에 예금을 할 때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닌, 보관료를 지불하게 되며, 이에 따라 금융 기관은 예금을 진행하지 않고, 시중 금리 역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중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바로 금고 소비의 증가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적해서 유지되며 일본에서는 금고 판매량이 꾸준하게 늘었고, 금고 속에 잠자고 있는 화폐는 최대 107조엔까지 추산된다고 한다. 화폐의 유통량을 늘리고자 했던 일본 정부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곧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금고의 판매량과 늘어나는 금고(장롱) 속에서 잠 자고 있는 돈인 단스 예금을 통하여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하 FED)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비롯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의 금리 인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국가가 금리 인하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재무성은 이전에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일본 국채의 금리 인하 정책을 더 이상 단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일본 국채 금리 인하 정책은 시장에서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갈 때 일본 정부가 막대한 돈을 지불하여 국채를 다시 사들임을 통하여 국채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발표는 지난 17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일본 정부의 통화 정책을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 정부는 지난 17년 동안 유지하던 금융 정책을 폐기한 것일까? 또한 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동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지속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국채의 금리 인상을 억제했던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플라자 합의 이후의 일본 경제와 잃어버린 30년, 일본 통화 정책, 그리고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0. 그래서 플라자 합의가 뭔데?
앞선 서론에서 플라자 합의 이후의 일본 경제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하였다. 분명 우리에게 익숙하고 많이 들었을 만한 합의이지만 이것이 어떠한 내용인지, 이것의 파급력이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플라자 합의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일본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준 플라자 합의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플라자 합의에 대하여 알아보기 위해서는 1980년대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하여 알아보아야 한다. 1980년대 전반 미국의 금융긴축과 재정적자 확대의 영향으로 미 달러화의 이상 강세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출을 대폭 축소시키며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줄이고 감세를 단행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하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경기회복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고착화시키는 결과 역시 가져오게 되었다. 당시 레이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하여 정부부문은 자금 수요가 늘어났고, 이는 곧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미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율의 하락과 맞물려 달러화의 상승세를 유발하였다. 달러화의 상승세는 곧 수출 경쟁력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로 인하여 일본의 무역 흑자는 증가, 미국의 무역 적자가 쌓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1985년 9월,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 G5 회의가 벌어진다. 이 회의에서 합의한 결과로 엔화와 마르크화의 가치를 10~12% 높이기로 하였고, G5 국가들은 달러화를 매각하기 시작한다. 합의를 이행하고 난 후, 플라자 합의 이전에 비해 엔화의 환율이 17% 낮아지며 엔고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위의 [그림 1]을 보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면 1985년 초기 엔/달러는 260엔/1달러이었으나, 약 3년 정도 지난 후에는 125엔/1달러가 되었다. 단 3년 동안 7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러한 엔고 현상의 발생은 곧 일본 수출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환율이 낮아지며 엔화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수입한 국가에서 동일한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가격의 상승은 곧 수출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라자 합의의 결과와 이에 따른 수출 산업의 위축은 결국 미국에 대항하는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의 경제를 불황으로 이끌고 만다.
1. 플라자 합의 이전과 이후 일본 경제, 그리고 잃어버린 30년
플라자 합의 이전, 일본의 경제는 분명 찬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 기업은 국내외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경제 성장의 배경이 된 부동산 가격과 주가의 상승은 도쿄가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세계 금융센터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하였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과 주가의 폭등은 결국 버블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버블이란, 시장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이상적으로 높게 측정된 것을 말한다. 이는 곧 과열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버블의 발생 원인은 금융정책의 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버블이 발생하는 것과 버블이 꺼지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과정이다. 버블의 발생은 우선 사회 전반에 지속적인 자산 가격의 상승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일본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목적으로 기업과 가계가 토지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새로운 토지를 구입하는 거래 형태가 확산되었다. 이렇게 구입한 토지를 다시 담보로 대출을 받고 또 다른 새로운 토지를 매입하는 상계대출이 급증하며 기업과 가계 모두 자산과 부채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산 가격 하락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보았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정부는 엔고 현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금융을 완화하고 금리가 인하하며 자산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1987년 이후 금리를 인상하여 통화 공급을 줄이는 금융 긴축정책을 펼친다. 모든 경제에서는 지나친 버블의 형성을 피하고자 한다. 일본 당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0년 부동산 투기 방지 정책을 시행하였다. 투기 방지 정책의 내용은 토지세제 개정과 거래규제 지역 지정 등이었는데, 이러한 투기를 막고자 하는 정책과 금융 긴축 정책의 시행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이끌 수 있었다. 부동산 가치의 하락은 가계와 기업의 자산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였고, 소비와 투자 활동을 저하하게 되었다. 또한, 이들의 가격 하락으로 인하여 금융 기관은 대출을 규제하게 되었고,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급이 더욱 어려워지는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1994년 다시 일본 정부는 확장적 금융 정책을 실시하였는데, 1985년 이후 거듭하여 금융 정책의 변화를 가진 일본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게 되어 민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물가 상승률은 1991년 3.3%에서 1995년 -0.1%로 낮아지게 되며,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플라자 합의 이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잦은 금융 정책의 변화가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소비 및 투자에 악영향을 주었고, 경기 침체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간 이후,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디플레이션의 발생이 지속되자 일본은행은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하였다. 시장 통화량을 늘리고자 하는 정책의 집행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소비는 증가하지 못했다. 이는 곧 아래의 그림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했다.
물론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본 경제가 계속해서 경기 침체 국면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1996년에 들어서면 제로 금리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며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1997년 한국의 IMF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경제 전반의 쇼크로 인하여 일본의 경제 역시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1998년 다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어, 2000년 8월에 제로 금리 정책을 해제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간에서 제로 금리 정책을 실시하였다. 제로 금리 정책의 실시 효과는 그러나 크지 않았다. 초고령화 사회, 고령층에게 몰려 있는 금융 자산 등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들로 인하여 디플레이션은 해결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의 지속 속에서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제로 금리 정책을 실시하며 양적 완화를 시도하였고, 그 효과는 2005년 실질경제성장률이 2%로 상승하며 경기 회복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7년 리먼 브라더스 쇼크와 2008년 세계 금융 금융위기로 인하여 일본의 경제는 다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2년 그리스 위기로 인한 유럽 경제의 불안성 확대 등의 악재의 연속으로 인하여 장기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2. 그렇게 나온 아베노믹스
이러한 상황의 반복 속에서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의 출범 후 엔고 현상과 디플레이션 현상을 탈피하기 위하여 아베 내각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였다.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화살’을 기본 축으로 단행하였다. 제1의 화살은 대담한 금융 정책이다. 이는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본원 통화 공급을 확대하고자 한 것이었다. 시장 전반에 화폐 공급을 늘리고자 하였던 아베노믹스 정책의 영향으로 일본은행은 장기국채의 매입을 확대하였다. 제2의 화살은 기동적 재정정책이다. 이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산업을 부흥하고 경기 회복에 국가가 개입하고자 한 것이다. 제3의 화살은 새로운 성장전략이다.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하여 산업 부흥을 이룩하고자 한 것으로, 규제를 개혁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화살을 통하여 아베 내각은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일본 경제 재생의 성과를 얻고자 하였다. 궁극적으로 아베 내각은 “10년간 평균 명목 GDP 성장률 3%”, “실질 GDP 성장률 2%”, “10년 후 1인당 명목 국민 총소득 150만엔”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러한 목표와 내용을 가진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통화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서 무제한의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3년 4월 일본은행 총재에 구로다 하루히코가 취임하며 아베노믹스는 더욱 탄력을 받았고, 구로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과 아베 내각의 호흡으로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일본은행은 40년 만기 국채를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국채를 매입 대상으로 확대하고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국채를 매입하였고, 주식과 부동산 관련 위험자산의 매입 역시 증대시켰다. 이러한 아베노믹스는 도입 직후 효과를 가져오는 듯했다. 2013년 1분기부터 실질 GDP 성장률이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2014년 1분기에는 성장률이 5.5%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14년 2분기, 다시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하였고, 이후에도 아베노믹스의 목표였던 2% 성장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후 일본 경제는 위의 [그림 3]을 보면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 못하게 되었다. 2019년 이후 다시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일본 경제는 2020년 겨울,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2020년 -4.5%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물론 코로나 19로 인하여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2%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아베노믹스가 완벽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아베노믹스는 올해 3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막을 내렸다. 아베노믹스 등의 경제 정책을 통하여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하고자 하였던 일본 경제는 아직 저성장 국면과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완벽하게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3. 그렇다면 최근 일본 경제 상황은?
그렇다면 최근 일본의 경제 상황은 어떠한 상황일까? 독자 중 경제 뉴스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2024년 3월부터 일본의 닛케이 지수가 신고점을 돌파하였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위의 [그림 4]는 2024년 5월 16일까지의 일본 닛케이 225 지수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보면 버블 형성기까지 급격한 상승을 하던 닛케이 지수가, 버블이 꺼지고 난 후에 하락을 거듭하다가 2012년 이후부터 반등을 시작하여 결국 신고점에 도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가의 상승은 2013년 이후로 시작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시작 이후 상승한 것이다. 이를 보면 분명 아베노믹스는 성공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아베노믹스 단행 이후 일본의 부진한 GDP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같이 주가만 상승하고 총소득은 성장하지 않았다. 즉, 기업과 국가만 부유해진 것이고, 국민들의 삶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림 5]를 보도록 하자. 분명, 우리는 [그림 4]에서 2012년 이후 즉,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후로 닛케이 지수가 상승하기 시작하여 2024년 신고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인당 GDP를 보면, 오히려 2012년 이후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에는 2012년 대비 19%가 하락하였고, IMF의 2024년 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2024년 1인당 GDP의 경우 34,554 달러로, 1인당 GDP 집계를 시작한 1980년 이후 최초로 한국보다 낮은 1인당 GDP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1인당 GDP는 올해 추월을 예측한 것에 더하여,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Power Parity)는 이미 2017년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였다. 분명, 아베노믹스의 큰 목표 중 하나는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고, 국민총생산을 증가시켜,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곧, 국민들의 소득 즉, 임금과 직결되는 것이며,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상승했을까? 아래의 [그림 6]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자.
[그림 6]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일본 국민의 실질 임금을 나타낸다. 현금 급여의 경우 상승하였으나,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아베노믹스로 정부의 막대한 부채가 발생하였으나 주가지수 외에는 크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 반쪽짜리 성공에 그친 상황 속에서 기시다 내각과 일본 은행은 2016년부터 시작하였던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2012년부터 지속되어 온 아베노믹스의 막을 내리는 결정을 하였다. 그리고 3월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2024년 3년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 접어들게 되었다.
4. 일본의 금리 인상이 가지는 의미와 그 영향은?
앞서 보았던 것처럼,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이어오던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고 금리 인상을 결정하겠다고 지난 3월 19일 발표를 하였다. 이는 곧, 이전까지 지속해 왔던 아베노믹스를 포기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012년부터 10여년간 지속해 왔던 아베노믹스를 포기한 이유가 무엇일까? 혹자는 아베노믹스의 종료가 일본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술했던 것과 같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2%를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실질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깝고, 2024년 역시 실질 경제성장률이 1% 미만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아베노믹스의 단행으로 엔저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대기업의 수출과 증시 부양은 가능했으나, 엔저 현상으로 인하여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가게 되었기 때문에 내수 중심의 기업에는 부담이 가해지고, 서민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며,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정부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고, 정부의 지출을 늘리는 상황 속에서 세수를 늘리는 대책은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부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22년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54.5%로 OECD 국가 중 정부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OECD 국가 중 정부 부채 비율이 200%가 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한 상황으로,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부채는 곧 미래의 세대가 갚아야 할, 미래 세대에게 지워지는 짐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중단했다고 해서, 정부 부채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확신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베노믹스에서 단행한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의 끝으로 이전과 같은 부채의 증가는 줄어들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 인상이 불러올 영향은 그렇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기준 금리 인상 이후,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승이 있다. 5월 22일, 일본 장기 금리가 1%를 기록하였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1%를 기록한 것은 2013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장기 금리의 상승과 더불어, 수년간 지속되어 온 엔저 현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월 말, 1달러당 160엔까지 엔화가 하락하며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엔화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였다.
일본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바로, 타 국가들과 일본 사이의 금리 차이 때문이었다. 코로나 19 시기 많은 국가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를 단행하였으나,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하여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반면 앞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의 탈피와 경기 부양을 위하여 금리 인상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는 5.6%P에 해당할 정도로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일본 엔화의 약세가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엔화 약세 즉, 엔저 현상의 지속은 결국 일본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엔화의 약세를 끊어내기 위하여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일본은행과 정책 당국은 지난 10여년간 실시하였던 아베노믹스 정책의 절반뿐인 성공을 뒤로한 채, 아베노믹스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나가며
우리는 이번 글에서 플라자 합의부터 시작된 일본 경제의 흐름과 최근 일본은행이 단행한 금리 인상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 버블이 꺼지게 되며,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어두운 터널에 진입하게 되었다. 일본 정책 당국에게는 이 터널을 벗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경제 흐름 속에서 마이너스 금리 등의 확장적인 금융 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닛케이 지수가 버블이 꺼지기 전을 넘어 신고점을 기록하였고, 끊어내고 싶었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등 아베노믹스는 완전한 실패를 기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표하였던 경제성장률의 제고 실패, 실질임금의 하락 등 국민들에게는 큰 도움으로 다가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과 유동성 증가로 수출에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내수 시장에 집중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일반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결국 일본 당국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확장적인 금융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중단하고 난 이후로, 일본은행과 정책 당국은 분명히 추가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이다. 앞서 보았던 지속적인 엔저 현상에서 벗어나야 하고, 금리 인상을 통하여 국민들이 금고(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현금인 단스 예금을 시장으로 되돌릴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본의 경제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일본의 경제는 약 20~30년 앞서간 한국의 경제라고 말하곤 한다. 일본과 유사하게 전후 짧은 시간에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수출의 비중이 높은 국가이며,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부채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고도의 성장 시기를 지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난 많은 일들과 데이터에 집중을 하고, 그것들로부터 교훈을 얻어내고자 한다. 비단 우리가 우리나라의 역사만을 배우지 않고 여러 나라의 역사까지 배우는 이유도 다른 과거의 유사한 상황들을 통하여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향한 방향을 잡기 위함이다. 만약, 일본의 경제가 약 20~30년을 앞서간 우리나라의 경제라면 우리는 일본의 지난 경제 정책이라는 역사를 통하여 현재를 비추어보고, 앞날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잘못된 것들은 반면교사 삼고, 좋았던 것들은 차용함을 통하여 우리의 경제가 길고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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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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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진, “日 이유 있는 금고의 이례적 인기”, 해외시장뉴스, 2016-10-27
김기중, “‘아베노믹스’ 대리 집행한 일본은행…日 장기 경제불황 불렀다”, 서울신문, 2024-02-23
이상석, “일본 작년 경제성장률 1.7%...3년 만에 플러스 성장”, 오피니언 뉴스, 2022-02-15
정영효, “”우린 이제 후진국” 일본의 한탄…국민소득 ‘2위→28위’ 추락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한국경제, 2022-06-07
김명진, “한국 1인당 GDP 전망치, 사상 처음으로 일본 역전”, 조선일보, 2024-01-26
김태일, “모건스탠리 “일본, 7월 기준금리 인상 나설 것””, 파이낸셜뉴스, 2024-05-21
김빛나, 정목희, “”막내린 아베노믹스…잠재성장률 여전히 낮다””, 해럴드경제, 2024-03-24
오수연, “日 10년물 국채 금리 1% 찍었다…11년만 최고치 경신”, 아시아경제, 2024-05-22
그림 및 도표
[그림 1]-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엔/달러 환율 추이
김진옥, [일본의 엔화변동 사이클과 통화정책: 1988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국제금융학회, 2016
[그림 2]-디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
[그림 3]-일본 경제의 GDP 성장률 추이
이상석, “일본 작년 경제성장률 1.7%...3년 만에 플러스 성장”, 오피니언 뉴스, 2022-02-15
[그림 4]-닛케이 225 지수 추이
[그림 5]-한일 1인당 GDP 추이
정영효, “”우린 이제 후진국” 일본의 한탄…국민소득 ‘2위→28위’ 추락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한국경제, 2022-06-07
[그림 6]-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실질 임금 추이
김현정,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의 한계점], 동국대학교 대학원, 2021
[그림 7]-최근 5년 엔화/달러 환율 추이
[표 1]-2013~2016 일본 내화 금고 출하량 추이
조은진, “日 이유 있는 금고의 이례적 인기”, 해외시장뉴스, 201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