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옹이
모든 시작에는 어떤 식으로든 끝이 있다.
지나버린 계절의 끝에서 시든 것들을 바라보며, 유한한 것들에게 마음을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엇나간 기회들과 비껴간 마음들이 제멋대로 흩날리는 계절이었다. 변해가는 것들이 두려웠다.
유한의 궤적이 남기는 공허함에 대해 생각했다.
끝은 시작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에, 시작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단조로운 시간들이 무채색으로 물들어갔다.
괴롭지는 않았지만 외로운 계절이었다.
너를 만난 것은 그 무렵이었다.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행복은 박제된 영원이 아니라 불안함을 안은 시작에 있는 거라고.
영원하지 않기에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고.
그러니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는 그날부터 끝이 있는 것들의 시작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들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유한한 것들이 자꾸만 내게 손을 내밀었다. 너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너의 손을 잡아보았다.
여전히 나는 영원에 대해 믿지 않는다. 시작의 찬란함만큼 끝이 아프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시작을 사랑하게 된 것은 아마
그날 눈부시게 아름답던 네가
시작을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