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이수희
Intro
“우린 지속되어야 해. 너의 무대 영화보다 거친 시나리오 속에 The show must go on.”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시 하에 SM 아티스트의 곡들에는 나무 심기와 지속가능성 등 다소 뜬금없는 내용들이 담기기 시작했다. SM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가 최초로 기후위기 포럼을 열기도 하며 지속가능성, 특히 ‘나무심기'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초 SM 내부에서 거대한 변혁이 시작되며,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나 정작 SM의 지속가능성은 저해하던 기형적 구조와 속사정이 밝혀졌다. SM의 취약한 지배구조, 그 불완전함이 촉발한 올해 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대 핫이슈 ‘SM 인수 전쟁',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경영 개념에 대해 살펴보자.
Prologue
2019년 KB자산운용은 주주들에게 한 주주서한을 보냈다. 그 제목은 ‘에스엠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 SM의 가능성을 믿고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전개해온 운용사 중 하나였지만 KB자산운용은 SM 사업구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문점을 제기한다. 공시내용은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의 합병, 30%의 배당성향 요청,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 강화 등에 대한 요구였다. 하지만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했던 당시로선, KB자산운용의 요구안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다만 이 주주서한은 2023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전개된 거대한 지각변동의 복선이 되었다.
공시내용의 핵심, “라이크기획"은 무엇일까? 코스닥 상장을 앞둔 2000년, 라이크기획은 SM증권신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SM이 밝힌 바로선, 라이크기획은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하는 외부 회사였으며 음반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챙겨갈 수 있었다. 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이라는 기준은 그 수수료의 금액을 과도하게 키워 SM 영업이익의 46% 규모에 다다를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은 이 라이크기획이라는 회사가 사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100%의 지분을 가진 개인 회사라는 점이다. KB자산운용 자료에 따르면 라이크기획, 즉 이수만이 20년간 프로듀싱을 대가로 받은 인세 누적액만 965억원이다. KB자산운용은 이에 대해 “소액주주와 오너간의 이해상충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주주소송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였다.
라이크기획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에도 SM과 라이크기획의 관계는 공고히 유지됐다. 바뀔것 같지 않던 이 힘의 균형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등장하며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SM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있다고 판단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약 0.91%의 SM 지분을 확보한 후 공격적인 주주 활동에 나섰다. 2022년 2월,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회 감시를 목적으로 SM에 곽준호 감사 후보를 추천했고 지분율 6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그에 공감하며 곽 감사가 선임되었다. 감사 선임 이후 얼라인파트너스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저평가의 주요원인으로 뽑으며 두차례의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의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2022년 10월, SM은 결국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며, 추가로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도 대부분 수용하였다.
*(주주)행동주의 펀드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1932년 미국에서 뉴욕의 한 가스회사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루이스 길버트는 기업이 주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이후 주총장을 다니며 경영진에게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곤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건을 시작점으로 보기도 하는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세부경영과 지배구조에까지 개입하며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행동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행동주의펀드란 특정 기업의 주주가 된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기업의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헨지펀드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수합병(M&A)이나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이익 극대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단기 차익 실현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받기도 한다.
Part 1:
# 2023년 2월 3일 SM 3.0 발표
얼라인파트너스가 승기를 잡으며 SM의 점진적 변화가 시작되는 듯 보였으나, 그 변화는 훨씬 빠르고, 또 파격적으로 진행됐다. 변화의 핵심에는 SM 3.0이 있었다. 이수만 창업주의 주도로 K-pop이 확립된 SM 1.0의 시기, 전문경영인 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여전히 이수만 프로듀서 하에 K-pop 문화가 글로벌로 확대된 SM 2.0의 시기를 거쳐, SM이 이제 3.0시기를 맞이하였음을 알리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영상은 SM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되었으며 SM 공동대표이사 이성수, 탁영준이 진행을 맡았다.
[그림1. SM 3.0]
새로운 목표와 그에 따른 전략의 소개 속에 담긴 이 영상의 결론은 ‘탈(脫) 이수만'이었다. 핵심 전략인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도입은, 기존 이수만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모든 제작 및 핵심 기능이 분산됨을 의미하였다. 프로듀싱 계약 해지 수준을 넘어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배제된 완전히 새로운 체제는 SM 경영권 분쟁의 촉발제가 되었다.
# 2월 7일 Kakao, SM Ent. 지분 취득 공시
‘SM = 이수만’이라는 공식을 뒤엎은 새로운 체제와 함께 이 판을 키우는 또다른 세력이 등장하였다. SM의 유상증자 신수와 전환사채를 통해 9.05%의 지분을 취득하며 SM의 2대 주주가 된 카카오가 그 주인공이다. 제 3자 배정 방식으로 취득한 보통주 신주 123만주와 전환사채를 통해 추가로 확보한 114만주는 2,171억 규모에 달하는 공격적인 투자였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 어떻게 배분할까?
유상증자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주주배정의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를 배분해야한다. 즉 신주에 대한 인수권이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상법으로 정해져있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사항이다. ‘특별한 경우’에 해당 제3자배정은 기존 주주가 아닌, 제 3자에게 신주를 배정한다. 외부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존 주주 중 특정인에게 더 많은 지분을 배정하는 경우도 포함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주주의 이익에 큰 손익을 끼칠 수 있기에 반드시 정관에 규정된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이때의 ‘정관'이란 회사의 조직과 활동을 정한 근본규칙 또는 이를 기재한 서면을 의미한다.
이 배경에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IPO가 있다. 지난 21년 계획한 미국 상장에 실패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마일스톤은 2023년 말 또는 그 다음해 초를 목표로 하는 IPO였다. 이와 같은 목표 하에서 카카오엔터는 23년 1월 싱가포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수년 내의 상장 약속과 함께 1조1600억원을 조달받았다. ‘빈 살만 펀드’로도 알려진 이 투자로부터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1조3000억원이다. SM 인수는 이 기업가치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카드였다. 카카오엔터는 애초에 투자금 1조 2천억 중 절반은 기존 글로벌 사업 자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M&A 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SM 지분을 확보할때 카카오는 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에 계약상 지위 및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충분한 자본금과 엔터테인먼트사로서의 가치 상승의 필요성이라는 배경에서 SM 인수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 2월 8일 이수만, 카카오 지분 가처분 신청
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급히 귀국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곧바로 공식적 반발에 나섰다. 그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 행위”라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M을 상대로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 방식인 제 3자 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 즉 이수만 최대주주의 지분율 하락, 혹은 지분 희석으로 이어진다. 그에 따라 이수만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인정받기가 어려우며 그 지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감소할 위험성이 발생하였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21년도부터 19%의 지분을 매각할 의사를 밝혀왔기에 이러한 경영권 프리미엄의 손실에 대해 예민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경영권 프리미엄은 거래되는 대주주들의 지분 가격과 일반 시장 가격 사이의 차이가 있을 때 그 차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시장 가치 5만원의 주식을 거래할 때 주당 7만원을 인정받아 매매가 되었다면, 2만원이 경영권 프리미엄인 것이다. 이 개념은 사실 한국에서만 통용된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가장 유사한 해외 개념은 ‘Control Premium’이다. 하지만 Control Premium이 인수 후 기업 가치 상승 및 시너지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국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영권은 재산’이라는 인식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인식 차이의 근원에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있다. 이는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소액주주의 지분까지 똑같은 가격에 사야하는 제도이다. 유럽,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는 이 제도가 존재하며 미국은 법제화되어있지는 않지만, 모든 주주를 똑같이 보호해야하는 이사회의 ‘신의 성실 의무’가 있어 사실상 공개매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기에 대주주의 지분만 사면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이 지분에만 프리미엄이 붙는다.
Part 2:
# 2월 10일 하이브 SM 인수 선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매각과 우호 세력 형성은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하이브가 그 대상이라는 뉴스에는 SM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들까지 술렁였다. 2월 10일 하이브가 공식적으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며 SM의 1대 주주가 되었다. 하지만 해당 지분만으로는 Kakao와 최대 5%의 지분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더하여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의 지분도 최대 25%까지 인수할 계획을 밝혔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하이브의 SM 지분이 최대 39.8%까지 늘어나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SM CFO 장철혁 이사는 하이브의 지분 매수가 적대적 M&A라고 규정하였다. SM 내부에서도 하이브 인수에 대한 반대율이 85%에 다다르며 부정적인 여론을 보였다.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공식 영상을 통해 장철혁 이사는 “현 경영진 및 이사회와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명백한 적대적 M&A 시도에 해당한다. 하이브는 SM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경영권을 행사하려고 하는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지배구조는 전체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하이브가 주장한 SM의 독립적 경영 보장 역시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이기 때문"에 “특정 주주를 위한 SM이라는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방시혁 의장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CNN 인터뷰를 통해 “적대적 M&A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대주주, 혹은 과점주주의 의사에 반해서 회사를 매집할 때 적대적 M&A라고”하는데 “저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본인의 동의에 따라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것을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는 것은 선전용 용어”라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방시혁 의장은 SM의 잘못된 지배구조에 대해 오랫동안 안타까워했고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서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림2. 방시혁 의장 CNN 인터뷰]
*적대적 M&A란?
한 기업이 매수한 기업을 해체하지 않고 자회사나 관련 회사로 유지할 경우 이를 인수 Aquisition이라 하고, 매수한 기업을 해체하여 자사 조직의 일부로 흡수할 경우 이를 합병 Merger이라 한다. 이를 합쳐 인수합병, 혹은 M&A라 한다. M&A는 방식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데, 이때 기존 대주주의 협의 없이 경영권을 빼앗았다면 이는 적대적 M&A(Hostile Takeover)라고 한다. 반대로 원만한 협상을 통해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식은 우호적 M&A(Friendly Takeover)라고 한다.
적대적 M&A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격자(매수자)와 방어자(경영진)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 승부는 지분 확보에 따라 결정된다. 주주들의 의견을 거쳐 주총에서 경영진이 선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자와 방어자는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주식을 사거나 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 2월 28일 하이브 공개매수 청약 마감
SM 지분 40%를 위한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2/10~3/1일 간 진행되었다. 하이브는 SM 주식 2380만 7301주 가운데 25%인 595만 1826주를 주당 12만원에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SM의 미래가 달린 12만원선이 그어졌다. 하이브 연합은 SM 주식을 12만원 선 아래로 유지하여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 SM 연합은 주식을 12만원 선 위로 유지하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위한 총력을 기울였다. 예상치 못한 경영권 지분싸움으로 뜻밖의 이득을 보게된 개인투자자와 연기금 등도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그림3. SM 2월 주가차트]
SM 주식은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올라가며 한달간 주가가 40% 넘게 급등하였다. 15일부터 SM 주가는 12만원을 넘어섰다. 2월 한달 간 연기금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서며 SM은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이 되기도 하였다. 이를 두고 “새우 싸움에 신난 고래"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였다. 청약 마감에 가까워질수록 SM의 주가는 경영권의 주인을 결정하는 12만원 선을 기준으로 심하게 요동쳤다. 공개매수 청약 마감날인 28일, 개인과 기관, 외국인은 모두 SM 주식을 순매도하며 장중 11만8700원까지 하락했지만 ‘기타법인’이 이날 총 108만 7801주를 순매수하며 가격방어를 하였다. 결국 28일 SM 주가가 12만 7600원으로 마감하며 하이브는 최종적으로 25% 지분 인수에 실패하였다. 통상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의 주가가 투자자들의 결정 기준이 되기에 28일 ‘기타법인'의 순매수 때문에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무산되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이 기타법인은 누구일까? 이정도 규모의 자본금과 맥락을 보았을 때 기타법인은 Kakao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사실 이 주가 싸움에 하이브와 Kakao는 공식적으로 나설 수 없는 구조였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 기간에는 직접 매입이 불가능하고 카카오는 직접 매입에 나설 경우 가처분 결과와 향후 법정 다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이다.
# 3월 6일 쩐의 전쟁
하이브가 25% 공개 매수에 사실상 실패하며 SM의 경영권의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3월 3일, 법원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SM의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이로인해 카카오가 계획한 SM 지분 9.05% 취득에 급제동이 걸리며 치열한 SM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다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하이브 또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카카오의 다음 행보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면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하기에 큰 부담일뿐더러 더 높은 값에 인수할 명분도 부족했다.
하지만 3월 5일,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결과가 나온지 하루만에 카카오는 이사회를 통해 SM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하며 배팅금을 올렸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한 SM 주식 공개 매수는 2.27대 1의 경쟁률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 공개매수에 컴투스 등 SM의 주요 주주와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하이브 또한 참여하였다. 하이브는 이 공개 매수 참여를 통해 SM 지분 전량을 처분한다고 공지하였다. 결국 SM의 경영권 대신 시세차익을 택하며 사실상 이 경쟁에서 물러난 것이다. 자금 조달 능력에서의 한계 뿐만 아니라 경쟁 과열로 인해 규제당국의 관심이 커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SM 지분 39.87%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되며 한달 간 급박하게 전개된 ‘쩐의 전쟁’을 마무리한다.
Epilogue
SM 공개 매수의 성공으로 카카오의 Beyond Korea 전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의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인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한다는 카카오의 미션이다. 웹툰, 음악과 기획사,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더해 K팝이라는 글로벌 시장이 더해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이전의 약점이 보완된, 완전한 엔터테인먼트사로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하지만 막대한 인수금액과 인수 과정에 대한 수사 진행으로 카카오엔터의 IPO는 발목 잡힌 모양새가 되었다. 카카오의 SM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시세조종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운데 최악의 경우, 카카오 내부의 핵심 경영진이 이 사건에 연루되거나 SM 지분 처분 등이 결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의혹에 대한 해소와 처벌 규모 등이 확정되어야 카카오 엔터의 IPO 계획을 다시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금융당국이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어 검찰과 금융당국이 기소를 진행할 경우,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Outro
상대적으로 긴 기간동안 견고하게 유지되던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순위가 최근 들어 급변하며 K-pop 시장의 방식과 특성 자체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발생한 SM 지배구조 개편과 인수 전쟁 사태는 기존 체제와 새로운 체제 또는 기존 기업과 신생 기업간의 충돌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카오와 더불어 하이브 또한 인수 전쟁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결국 SM 인수 전쟁터에는 잔해만이 나뒹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기업 지배구조 그리고 업계 독점구조에 대한 활발한 논의과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자각은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정화와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진과 주주의 입장과 관계에 대한 논의는 지속가능성에서 거버넌스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고자료
문헌
KIS Credit Issue Review_㈜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관련
웹페이지
이지은, “[기자수첩] SM, 사태, 중심엔 이수만과 라이크기획 있다", 뉴스핌, 2023-02-21
박민석, “[K-행동주의펀드 5] 1% 기적 보여준 얼라인, ‘주주활동 돌풍의 주역', 데일리임팩트, 2023-05-03
강서구, “행동주의펀드는 왜 침체기에 고개 들까", 더스쿠프, 2023-03-06
SM Town, “SM 3.0: IP 전략 -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Youtube, 2023-02-03
황지영, “SM 3.0 열겠다…이수만 없는 미래 청사진 공개한 SM엔터", 중앙일보, 2023-02-28
ZUZU, “주주배정, 제3자 배정"
장윤서, “에스엠 품었더니 예상 기업가치 11조 → 17조로 급증 카카오 엔터, 상장은 언제?”, 조선일보, 20203-03-17
이선명, “SM 카카오와 분쟁 속 이수만, 급거 귀국해 입원", 스포츠경향, 2023-02-08
이지혜, “이수만, 경영권 프리미엄 ‘타격' 불가피", the bell, 2023-02-10
유창재, “[토요칼럼] 경영권 프리미엄은 콩글리시다", 한경 오피니언, 2022-11-11
송영인, “카카오는 X, 하이브는 O? 숨가빴던 이수만의 지분넘기기", 연합뉴스, 2023-02-10
이혜리, “4228억과 역사 맞바꿔… SM 직원 85% “방시혁 인수 반대”, 이코노미스트, 2023-02-14
SM Town,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 Youtube, 2023-02-20
진정호, “새우싸움에 신난 고래, 연기금 SM 대거 팔아치웠다", 연합인포맥스, 2023-02-27
정준범, “하이브, 에스엠 공개매수 사실상 종료, 기타법인 막판 집중 매수", 글로벌이코노믹, 2023-02-28
이상은, “법원, SM 엔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인용, 지분 싸움 동력 약화한 카카오", invest chosun, 2023-03-03
임지선, “카카오는 왜 SM을 사려는 걸까", 경향신문, 2023-03-07
박경은, “4년째 표류 중인 카카오엔터 IPO, 이번엔 SM엔터가 발목잡나", 연합인포맥스, 2023-04-07
그림
[그림1. SM 3.0]
[그림2. 방시혁 의장 CNN 인터뷰]
[그림3. SM 2월 주가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