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편집장 유현지
들어가는 글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던 2021년 2월, 쇼핑의 불모지로 불리던 여의도 한복판에 새로운 백화점이 오픈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3대 명품인 ‘에루샤’, 즉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도 없이 시작한 이 백화점은 한 달 만에 매출 1000억원, 첫 해 매출 6637억원을 달성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번 글에서는 팬데믹의 여파에도 소비자와 전문가들에게 리테일 매장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더현대 서울’에 대해 알아보자.
[그림 1] 더현대 서울 로고
더현대 서울은 현대백화점의 대표 매장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기에 오픈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와 달리 소비자들은 더현대 서울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2021년 10월 말 기준 SNS에 업로드된 더현대 서울 관련 게시물은 약 22만 개에 달하며, 현재는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2위에 올랐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던 소비자들은 더현대 서울의 어떤 점에 반해서 몰려든 것일까?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수백만 명의 인파를 불러모은 더현대 서울은 다른 백화점과 무엇이 다를까?
차별화 전략 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랜드마크 포지셔닝 전략
더현대 서울의 성공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객들의 자발적 반응이다. SNS에 하루동안 올라오는 더현대 서울 관련 게시물은 3000건이다. 또, 더현대 서울의 원거리 매출 비중이 76%에 이른다. 경기 지역 고객은 26%, 대구와 부산 등의 지역에서 온 고객이 50%를 차지한다. 더현대 서울은 글로벌 브랜드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기 위해 이름에서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빼고 ‘서울’이라는 말을 집어넣었다. 서울의 심장부인 여의도에 백화점을 짓고 이름도 타 백화점과 차별화하여, 고객의 마음 속에 서울에 오면 한 번은 들러야 하는 쇼핑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한 것이다.
차별화 전략 ② MZ 타겟팅
(1)가치소비 브랜드 입점
더현대 서울은 타 백화점에 비해 MZ 세대의 매출 비용이 높다. 매장 내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20, 30대 소비자 비율이 전체 고객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백화점에서 2030 소비자 비율이 2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도표 1] 더현대 서울 연령별 매출 비중 그래프
어떤 소비자를 타겟팅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비자들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더현대 서울이 타겟팅한 MZ 세대의 소비 패턴에 대해 알아야 더현대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크게 4가지이다. ‘가치소비’, ‘디깅 소비’, ‘경험 중시’, ‘가심비’ 가 그것이다.
이 중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가치소비’이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만족도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이다. MZ 소비자는 상품의 질뿐 아니라 자신의 구매가 사회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비건 제품 구매나 유기견에게 기부가 되는 제품을 사는 것도 가치소비에 해당한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를 통해 드러내는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가 MZ세대 사이에서 SNS의 힘을 빌려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가치소비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디깅 소비’는 자신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경험 중시’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는 MZ세대의 특성으로, 구독경제와 중고거래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하는 용어로, 가치소비와 연결되는 개념이다.
[도표 2] 친환경에 관한 MZ세대의 미닝아웃 트렌드
더현대 서울은 MZ세대를 겨냥한 신규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예시로, 더현대에 입점한 ‘아르켓(ARKET)’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H&M 그룹 내 최고급 버전의 브랜드이다. ‘아르켓과 함께 리사이클’이라는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진행해 환경보호를 지향한다는 브랜드 가치관을 내세웠고, 이는 MZ세대의 가치소비 가치관과 일치했다. 또 다른 예로 ‘뱀포드(Bamford)’가 있다. 뱀포드의 모든 뷰티, 스파 상품들은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토양협회(Soil Association)’의 천연·유기농 인증을 받아 제작되었다. 환경 친화적인 상품을 이용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웰니스(Wellness) 문화’를 전파한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뱀포드 역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그림 2] Bamford 매장 사진
(2) 팝업스토어
더현대에서는 2년동안 321개의 팝업을 열면서 약 460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서울 시민 두 명 중 한명은 더현대 서울 팝업에 방문한 것이나 다름없다. 팝업의 주요 고객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 세대이다. 팝업스토어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와 소비자간 소통이 가능하게 해준다. MZ 세대에게 있어 팝업스토어는 자신의 취향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기업에게 있어 성공적인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 구축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에게 SNS 콘텐츠의 재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바이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팝업스토어와 MZ세대의 시너지 효과로 인한 바이럴은 자연스럽게 더현대의 홍보 효과로도 이어진다. 또한, 대면으로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팝업스토어 운영의 장점이다. 더현대에서는 패션/뷰티 브랜드, 아트&컬쳐, 캐릭터와 아이돌 팝업 등 다양한 팝업을 선보였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팝업스토어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가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표 3] ‘팝업스토어’ 연령대별 검색량과 최근 1년간 팝업스토어 연관어 순위
차별화 전략 ③ 오프라인 공간 활용
더현대 서울을 생각하면 탁 트인 중앙부와 높은 천장, 큰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쾌적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백화점 자체 조명을 사용해 늘 밝은 내부를 유지하고 창문과 시계를 없애서 안에 있는 고객들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도록 하는 일반적인 백화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더현대는 왜 다른 백화점들과 내부 공간을 다르게 만들었을까? 이는 이커머스 업체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을 위한 더현대의 차별화 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다. 지금까지 리테일 매장은 백화점에 있는 물건들을 사는 ‘용도’를 가진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더현대는 공간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공간이 쾌적할수록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문다는 점에 착안해, 더현대 서울은 매장의 절반 정도를 방문객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고, 매장과 매장 사이 고객 동선 너비를 8m까지 넓혔다. 또, 1층부터 건물 중앙부를 빈 공간으로 오픈해 전 층에 자연 채광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보이드(Void) 건축 기법’을 도입해 백화점의 전 층에서 고객들이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시야가 답답하지 않고 탁 트여있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더욱 쾌적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 내부에 녹지를 조성하기 위한 ‘플랜테리어’에도 힘썼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더현대는 고객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다.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강점을 내세워 고객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이다.
[그림 3]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나가는 글
지금까지 백화점의 위기 상황에서 오픈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와 ‘가치 있는’ 브랜드를 입점시켜 MZ를 타켓팅하고, 공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만드는 등의 전략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을 모든 백화점에게 일반화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백화점의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구매력이 큰 4050 세대이기 때문이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MZ세대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것은 타 백화점에 있어서 오히려 독일 수 있다. 이는 더현대 서울 역시 백화점의 모든 층이 아니라 일부 층만 MZ 타겟팅 목적으로 꾸민 것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더현대 서울의 성공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그것은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능력과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능력이 위기를 맞은 리테일 산업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MZ세대 타겟팅과 활발한 바이럴 마케팅은 더현대 서울이 찾아낸 백화점 업계에서의 블루오션이었다. 또, 고객들에게 단순히 물건 사는 곳이 아닌 ‘더현대 서울에 간다’라는 사실 자체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포지셔닝한 것 역시 리테일 업계가 배워야 할 전략이다. 산업 트렌드는 늘 변하고, 오늘의 고객이 내일도 우리 백화점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역량을 갖춘다면 ‘위기의’ 백화점 산업은 더이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참고자료
문헌
김난도 외,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사람들이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의 비밀)」, 다산북스, 2022.
신문기사
오경천, “2022년 국내 5대 백화점 70개 점포 매출 순위”, 어패럴뉴스, 2023-01-05.
조윤경&신호영, ““경영진이 모르는 브랜드여야 OK” 명분 있는 가성비로 MZ세대 사로잡아”, DBR, 2021-12.
그림 및 도표
[그림 1] 알바몬
[그림 2]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2jyani/222310239063)
[그림 3]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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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3]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hanabank.com/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