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지수원
들어가며
몇 년 전부터 가전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인 ‘비스포크(bespoke)’는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맞춘 생산을 의미한다. 최근 금융투자 분야에도 비스포크가 도입되었는데, 본인 취향에 따라 지수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비스포크 인덱싱’을 별칭으로 하는 ‘다이렉트 인덱싱’이 그 주인공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이란 개인의 선호와 투자목적 등을 반영해 벤치마크 지수를 구성하고, 이를 고객의 계좌 내에서 개별 종목 단위로 직접 운용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통칭한다. 빅데이터, AI 기술 발달과 함께 최근 ‘초개인화’가 각광받는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생태계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초대형 운용사들의 인수전쟁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으며 운용업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회사들이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투자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다이렉트 인덱싱의 운용 방식과 특징을 통해 그 매력을 알아보고, 다이렉트 인덱싱의 확산 배경을 살펴본 후, 다이렉트 인덱싱의 전망 및 투자 시 주의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스마트 베타
다이렉트 인덱싱의 투자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다이렉트 인덱싱이 구현하고 있는 ‘스마트베타’ 운용 방식에 대해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스마트베타에 대해 통일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나, 본 글에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인 ‘장기적으로 주가지수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매우 체계적이고 투명한 운용 방식’으로 정의하겠다. 먼저, 기존의 베타(Beta)와 알파(Alpha)의 개념을 통해서 스마트 베타를 이해해보자. 베타란,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움직임에서 오는 수익률, 즉 시장수익을 뜻하며, 인덱스펀드가 베타 수익을 추구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반면, 알파는 시장을 웃도는 성과, 즉 초과수익을 의미한다. 결국, 베타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전제로 주가지수 혹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운용 방식인 반면에 알파는 벤치마크 지수 대비 초과 수익 혹은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한 운용 방식을 의미하게 된다. 사실 운용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양(+)의 알파를 창출하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꾸준히 시장을 이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과거에는 시장을 이기는 초과 수익이 매니저 개인의 특별한 능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금융의 발전과 관련 연구를 통해 초과 수익이 특정한 팩터(Factor)에 의해 발생하며, 정해진 규칙을 통해 팩터에 대한 노출이 투명하게 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과거의 알파가 현재의 베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알파로 여겨졌던 것들이 최근에 체계적인 방식으로 복제가 가능해지며 베타화(Beta化)되고 있으며 이를 스마트베타라 한다.
[그림1] 스마트베타의 성격
결국, 규칙에 따라 투자하며 동시에 시장 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스마트베타는 시장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운용’와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얻고자 직접 주관하여 투자 대상이나 종목을 구성하는 ‘액티브 운용’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스마트베타는 벤치마크가 되는 패시브 인덱스를 상회하는 액티브 상품의 성격을 띄면서도 동시에 패시브 상품처럼 투명한 사전 규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스마트베타는 시장베타에 대비되는 의미로, 대안적베타, 어드밴스드베타, 전략적베타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예측이 가능한 패시브 투자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섞었다는 점에서 '세미 패시브(semi-passive)' 투자, '패시브의 탈을 쓴 액티브' 투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베타의 장점은 무엇일까? 베타는 시장지수를 따라가지만, 스마트베타는 기업의 내재가치, 성장모멘텀, 배당 등 특정 기준을 통해 선정한 팩터을 활용해 만든 지수를 따라간다. 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고 체계적이고 확인 가능한 철저한 규칙 기반의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스마트베타는 액티브 운용에 비해 객관성과 투명성이 매우 높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위험 감소 효과도 가진다. 스마트베타의 숨겨진 운용 철학 중 하나는 장기 투자 시 큰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 급등 구간에서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가급적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물론 특정 구간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클 수도 있지만, 기간을 충분히 확장해 장기적으로 파악할 경우 주가지수에 비해 적은 위험을 가짐이 실증되었다. 또한, 스마트베타는 펀더멘털 방식과는 달리 확장성이 뛰어나다. 펀더멘털 방식에서는 어떤 매니저가 오랜 기간 주식 운용에서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하더라도 즉시 리서치 범위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 운용만 했던 펀드 매니저가 바로 미국 주식 운용에서 기존에 쌓아왔던 자신의 리서치를 바뀐 시장에서 즉시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베타는 본래의 국내 사용 방법을 개별 시장의 특성에 맞게 세부 조정하여 해외 시장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훨씬 적다. 마지막으로, 스마트베타 전략을 활용하면 분산 전략을 구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이 의도하거나 선호하는 특정 팩터들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도 있다. 스마트 베타 방식을 이용하면, 투자자 선호도에 따라 지수의 특정 부분을 분리하여 고객의 유연성과 맞춤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특징
다이렉트 인덱싱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기존 개인투자자들은 저변동성주, 고배당주 등 오랜 시간 동안 수익률을 내는 데 공헌한 팩터를 기준으로 특정 성향의 주식만 골라서 편입하는 스마트베타 ETF를 통해 스마트베타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ETF로는 다이렉트 인덱싱만큼 직접적인 스마트베타 구현이 불가능했다. 펀드, ETF와의 비교를 통해 다이렉트 인덱싱의 등장이 어떻게 더욱 직접적으로 스마트베타 구현에 기여하고 있는 지 알아보자.
[표1] 펀드, ETF, 다이렉트 인덱싱 비교
일반 펀드는 위탁자인 고객들이 본인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즉각 알 수 없으며 펀드의 설정/해지 단계에서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이러한 기존 펀드의 불투명성과 거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출시된 상장지수펀드, 즉 ETF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ETF는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이므로 실시간으로 투자 대상과 비중을 확인할 수 있기에 기존 펀드의 단점인 불투명성이 해소되며,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 투자자가 원할 때 매수/매도할 수 있기에 거래의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ETF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투자자들은 공급자들이 제시하는 상품군 중에서만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운용하는 사모펀드 등의 형태가 존재하기는 하나,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는 비스포크가 도입되지 않았던 기존 전자제품 시장에 비유해볼 수 있다. 판매점에 아무리 다양한 종류의 냉장고가 있더라도, 고객들은 완성품으로 제시된 상품군 중에서 자신의 취향과 그나마 ‘가까운’ 냉장고를 선택할 수 있을 뿐, 취향을 완벽히 반영한 상품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팩터를 이용한 기존의 투자법들은 아무리 우수하여도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개개인이 원하는 맞춤 팩터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하기에 투자자들은 좋은 전략을 발견해도 상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한, 펀드의 투자 유니버스는 보통 중대형주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 유니버스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개인 투자자와 투자 가능 대상의 불일치도 발생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본인만의 지수를 만드는 것으로 고정된 방식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한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마치 인덱스 펀드 ETF나 스마트베타 ETF가 특정한 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듯이 정해진 룰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그러나 공급자가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커스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S&P500, KOSPI와 같은 시가총액가중방식지수도, 펀드매니저가 만들어 낸 인덱스도 아닌,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개인별 인덱스를 만들어 투자할 수 있도록 고객의 투자 성향을 확인하고, 투자 성향에 맞는 아이디어를 건네주고, 그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마음에 드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KB증권은 다이렉트 인덱싱을 ‘상품’이 아니라 ‘전략’을 선택하는 서비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림2] 다이렉트인덱싱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 예시 : KB증권 다이렉트인덱싱 - 전략편집 과정
[그림2]의 KB 증권 다이렉트인덱싱이 제공하고 있는 것과 같이, 투자자가 투자하고자 하는 시장을 선택하고 원하는 팩터 및 세부 값을 조절하면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는 이에 해당하는 종목을 선정해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이후 투자자가 추가로 개인의 선호 혹은 현실적 제약 조건에 따라 종목을 추가하거나 빼는 등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꾸는 개인화 작업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 투자 유니버스의 제한도 없기 때문에 시장을 선택할 때 미국 혹은 한국 전체 시장을 선택하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팩터 지수도 생성할 수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에서는 지수 구성 종목이 이미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의 계좌내에서 해당 지수의 종목과 비중만큼 직접 투자하게 된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등장으로 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한 기존 스마트베타 ETF에 비해 더욱 개인화되고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지고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매력
이러한 다이렉트 인덱싱의 무궁무진한 개인화의 가능성과 자율성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현대사회가 주목할 만한 매력을 이끌어낸다. 먼저, 투자자들은 개인에게 맞는 위험통제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스톡옵션 소유로 IT 섹터에 대한 자산의 노출도가 클 경우, IT 섹터의 비중이 40%에 가깝게 큰 상황에서 단순히 국내 인덱스에 투자를 하게 되면 IT 섹터에 중복투자를 하게 된다. 이 때,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해 IT 업종의 비중을 낮춘 지수를 구성하여 투자함으로써 더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근로소득과 투자소득의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며 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국가의 경제 요인 위험에 비교적 크게 노출되므로 해당 국가 주식의 비중을 낮춘 지수를 구성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다음으로 투자자들은 개인의 선호를 포트폴리오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지속 가능 투자를 의미하는 ESG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에 있어 수익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선호에 따른 특정한 수요를 표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펀드나 etf들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ESG펀드, 녹색ETF 등의 상품들을 시장에 내놓기는 했으나, 투자자들은 자신의 선호에 그나마 가까운 상품을 선택했을 뿐, 개인의 선호를 완벽하게 반영한 상품은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이렉트 인덱싱을 이용한다면 투자자들은 개인의 선호에 신속・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트렌드가 급부상하던 시점, 투자자 입장에서 메타버스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트렌드라는 명확한 확신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관련 인덱스가 없어 손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하면, 메타버스 관련 펀드나 ETF가 시장에 나오기 전에 본인이 본인의 정확한 선호 정도를 반영한 인덱스를 신속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해 본인에게 적합한 개인별 TDP(Target date portfolio, 생애주기 반영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TDP는 특정 시점 이후로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개인을 위해 설계되는 장기투자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TDP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산 배분 비중을 투자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구축해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저위험 자산 비중을 확대해 안정적 운용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투자자의 국적 등을 고려한 TDP 솔루션들이 제공되고 있었지만, 솔루션을 만드는 주체들은 잠재적인 고객 그룹에서 객관적으로 파악 가능한 요소들만 고려할 수 있었기에 개인에게 딱 맞는 TDP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포트폴리오에 향후 가족 계획과 기대소득의 현재가치 등 타인이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개인적 요소까지 반영할 수 있게 되면, 개개인에 더욱 적합한 노후대비가 가능해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소득의 원천이 다양화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해 TDP 성격을 띄는 포트폴리오를 개인이 직접 구성할 수 있게 된다면, 개개인 맞춤형으로 안정적인 노후대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현재와 미래
개인화 가능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매력을 가진 다이렉트 인덱싱은 ‘ETF의 미래’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실제로 2020년 찰스 슈왑이 로보어드바이저 모티프의 기술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프랭클린 템플턴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운용사들이 앞다투어 다이렉트 인덱싱 업체 인수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이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을 인수하는 이유는, 다이렉트 인덱싱이 폭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확신 아래 시장을 조금이라도 먼저 점유하기 위해서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 와이만은 미국 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규모가 2025년 1조 5,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며, 2025년까지 고액 자산가의 패시브 투자의 20~25%가 다이렉트 인덱싱으로 대체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한번쯤은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다이렉트 인덱싱. 너무 간단한 개념인데, 왜 이제서야 갑자기 성장하고 있지?” 사실 다이렉트 인덱싱은 과거 Parametric, Aperio Group 등을 중심으로 미국시장 내 SMA를 개설한 소수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하는 서비스였다. 다이렉트 인덱싱이 어떻게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자.
먼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직접투자가 일반화되었다. 2020년, 각 나라의 자산시장은 단기간에 믿을 수 없는 수익률을 보이며 상승하여 ‘코로나 버블’을 만들어냈다. 팬데믹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였다. 처음 시작한 투자에서 상당한 수익률을 맛본 만큼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는 꾸준히 유지되었고, 펀드에서 ETF로 투자 트렌드가 확연히 바뀌기도 했다. 다이렉트 인덱싱의 경우 투자자들이 선택한 전략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본인 계좌에서 직접 매매되기 때문에, ETF와 비교해서도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를 더욱 충족시켜줄 수 있다.
더불어, AI 기술의 발전도 다이렉트 인덱싱 도입의 기반이 되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전략 설정에 앞서 테마를 추출할 때부터 AI 기술을 활용한다. AI 자연어 처리 기법을 활용하면 유행 종목에 대한 핵심 단어를 신속하게 조합해 테마를 캐치할 수 있다. 또한, 과거 펀드나 ETF 포트폴리오의 경우 펀드매니저들이 수많은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목을 골랐는데, AI 기술이 적용되며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대량 주문의 집행에도 AI 기술이 활용된다. 모든 고객이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갖는 펀드 상품과 달리, 다이렉트 인덱싱에는 수많은 개별 고객이 각자 보유한 많은 양의 포트폴리오가 존재한다. 이 다양한 주문을 일괄 매매하려면 기존 주문 집행 시스템에 비해 훨씬 발전된 기능이 필요한데, AI 기술의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는 개인투자자 리밸런싱의 현실적 어려움을 완화하여 다이렉트 인덱싱의 대중화 가능성을 높인다. 개인 투자자는 투자 실력, 시간 등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종목이 다양해질수록 투자 조건 변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렵고, 주기적인 리밸런싱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AI의 발전으로 목표 비중에 따른 자동 매수/매도가 가능해지면서 리밸런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완화될 수 있게 되었다.
소수점 거래 허용, 거래 수수료 인하, 금융투자세와 같은 제도적 배경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소수점 거래의 허용과 거래 수수료 인하는 다이렉트 인덱싱의 적용 대상을 소액자산가들까지 확대하는 효과를 낳았다. 주식의 소수점 거래가 불가능 한 경우, 다이렉트 인덱싱은 어느 정도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만 유효하다. 자금이 불충분하면, 가격이 비싼 주식은 사기 힘들다는 제약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구성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지며, 인덱스를 구성하기 위한 금액도 혁신적으로 낮아졌다. 또한, 다이렉트 인덱싱은 고객 계좌 내에서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형태이다 보니 거래수수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는 로빈후드와 같은 온라인 브로커리지 회사들이 생겨나며 사실상 0원에 가까운 거래수수료를 통해 매매가 가능해졌고, 기존의 증권사들도 거래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NH투자증권 다이렉트 인덱싱의 경우 자문수수료가 50bp로 여타 펀드나 ETF 보수보다 낮으며 23년 5월 말까지 체결된 계약에 한해 3개월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우리나라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는 추세이다. 마지막으로, 금융투자세에 대응하는 세금손실수집 전략 또한 투자자들이 다이렉트 인덱싱에 유입되는 큰 유인이 되었다. 금융 투자로 번 돈에 대한 세금을 매길 때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적용하는 손익통산 방식이 적용되는 경우, 자산 매각 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통산함으로써 실현수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실이 난 종목을 미리 매도하고 유사한 자산을 편입하여 지수를 추종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세금손실수집 전략은 단순 지수 추종과 비교했을 때 연간 0.82~1.08%의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이렉트 인덱싱은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검증되었다. 이러한 절세 효과는 기존 펀드나 ETF에서는 얻을 수 없으며, 모든 주식이 투자자의 계좌 내에서 직접 거래되는 다이렉트 인덱싱이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다이렉트 인덱싱의 성장 가능성은 어떨까? 우리나라 역시 서학개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이미 대중화되어 있고 AI 기술 발전에 힘쓰고 있는 만큼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이 예정된 것과 더불어, NH, KB 등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들이 소수점 거래와 해외주식 거래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이렉트 인덱싱의 성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 먼저,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의 매매차익을 통합 과세하고 손익통산 및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외국 시장에서 이미 실증된 효과적인 절세 전략으로서 부각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해 통산되는 손익 규모를 줄여 절세 효과를 누리고, 실질적인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22년 9월부터 해외 주식에 이어 국내 상장주식까지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진 것도 좋은 신호이다. 소수점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다이렉트 인덱싱에서도 단주 매매가 가능해진다면, 최소 200만 ~ 300만원인 지수 투자비용이 20만 ~ 30만원 정도로 줄어듦과 동시에 같은 투자 비용으로도 소수점 거래 이전에 비해 투자자가 원하는 비중에 더 가까운 일괄 주문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다이렉트 인덱싱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지며 더욱 접근성 있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아직 초기에 있는 국내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통해서는 국내 주식 거래만 가능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해외 주식까지 거래가 가능해지면 종목이 다양화되며 투자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다이렉트 인덱싱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포트폴리오에서 수많은 증권을 거래하는 것은 포장된 제품에 한 번 투자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들이 직접 지수 구성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위해 ‘대가들의 투자 전략’이라는 콘셉트로 워렌 버핏 등 유명 투자자들의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기능과 같이 다양한 지원 기능과 함께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투자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의 개인화’라는 흐름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다이렉트 인덱싱도 장점만을 가지는 만능의 투자 방식일 수 없으며 스마트베타도 항상 ‘스마트'한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해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항상 주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인덱스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들이 투자 전⠂중⠂후 과정에서 제공하는 성과분석, 자문, 리밸런싱 관리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인덱스의 성과를 꾸준하게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자문을 맹신하거나 AI의 관리에 완전히 의지해서도 안된다. 예를 들어, 다이렉트 인덱싱 포트폴리오 구성 후, 투자 결정 단계 이전에 포트폴리오의 과거 성적에 대한 검토인 백테스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백테스팅 시행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의 시장과 미래의 시장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없으므로 추후의 성적을 보장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위한 실용적인 도구들을 제공하며, 고객의 성향에 알맞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고객이 가장 마음에 드는 방향을 수월하게 선택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수 구성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기에 매 순간의 선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주의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문헌
김민기, 「다이렉트 인덱싱과 패시브 투자의 개인화 」,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2-17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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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AI 접목한 다이렉트 인덱싱…상품 아닌 전략 판다」, 한국경제매거진, MONEY 2023년 05월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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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rWyman, 「Competing for growth」, Wealth and asset management report, 2021 edition, 2021.
책
김병규, 이현열, 『감정을 이기는 퀀트투자, 스마트베타』, Water Bear Press, 2017.
신문기사
김기훈, [비즈人워치]"투자도 비스포크, 지극히 개인적 취향도 OK", 비즈워치, 2023-03-10.
그림 및 도표
[그림1] 스마트베타의 성격
[그림2] 다이렉트인덱싱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 예시 : KB증권 다이렉트인덱싱 - 전략편집 과정
[표1] 펀드, ETF, 다이렉트 인덱싱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