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와 음식 등을 구입할 때,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처음 보는 낯선 브랜드를 접한 적이 있는가? 이때 당신이 본 브랜드는 PB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다면 PB란 무엇일까? 이는 Private Brand 의 약자로,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을 의미한다. 유통업자 주도형 상표, 자사상표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PB는 일반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수준과 그에 상응하는 적당한 품질 등을 주 특징으로 가지며 이른바 ‘가성비’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본 글에서는 여러 가지 PB 중 의류, 대형마트 및 온라인 식료품몰, 편의점 PB에 초점을 맞추어 각 PB의 특성과 전망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의류 플랫폼 PB의 새로운 표준: 무신사 스탠다드
한국의 의류 플랫폼인 무신사의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기준 매출액으로 1,1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00억 원 규모로 큰 성장을 이루어 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많이 팔리는 상품은 슬랙스, 블레이저인데, 슬래스의 판매량은 2020년 기준 1년간 100만 장 이상을 기록하였으며, 블레이저의 경우 2019년 대비 2020년 판매량이 172% 이상 증가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단기간에 이토록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PB 브랜드 특성상 자체적으로 운영해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원가 절감을 품질 향상에 주력했다. 또한, 타 의류 브랜드는 원가율이 30~40%인데 비해 무신사 스탠다드는 70%의 높은 원가율을 가지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은 수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제품의 출시 속도에만 집중하면 품질을 희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드의 변화를 긴밀하게 읽으며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다.
또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기반의 성공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홍대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하였으며, 2022년 7월에는 강남에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했다. 의류뿐만 아니라 뷰티와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시장점유율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여성 전문 의류 PB의 약진 : W컨셉 ‘프론트로우’
한편, 여성 전문 의류 브랜드 W컨셉의 PB인 ‘프론트로우’ 는 2018년 기준 매출 72억원을 기록하면서 PB 브랜드의 인기를 다시금 확인했다. 전체 매출 역시 2017년에 비해 39% 증가한 410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프론트로우’는 김나영, 장윤주, 김태리 등의 인지도 높은 여성 모델들을 앞세워 브랜딩하며 여성 의류 PB 브랜드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프론트로우’의 성공은 의류 플랫폼 유통 기업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론트로우’는 고객들의 주문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상품군과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먼저, 주문 데이터의 확보는 생산 물량 조절 및 검증된 상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프론트로우’는 고객들의 선호도와 니즈를 분석하여 인기 상품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이는 생산 물량의 효율적인 조절과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검증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신뢰성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었고, 이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이점으로 이어졌다.
‘프론트로우’는 또한 자사 브랜드이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상위 노출은 검색량의 증가와 고객 접근성의 향상을 가져왔으며, 이는 브랜드 인지도와 온라인 판매량의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고객들은 ‘프론트로우’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신뢰도도 함께 상승했다. 이러한 ‘프론트로우’의 성공은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진출을 이끌었는데, 신세계백화점 오프라인 매장 입점 및 팝업 스토어를 개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다양한 구매 경로를 제공하고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는 고객들에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구매 기회를 제공하며 편의성을 제공하고, 브랜드의 인기와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도록 했다.
가성비 PB의 선두주자, 노브랜드
이마트는 2015년, ‘노브랜드’를 론칭하며 PB상품 개발을 선도했다. 강렬하지만 단순한 노란색 포장과 제품의 보장된 품질을 통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이끌었고, 2016년에는 첫 노브랜드 매장을 내기까지 한다.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며,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 이해하고 공감함을 어필해왔다.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조 과정부터 바꿔야 했다. 이를 위해 노브랜드는 ‘자체 상품 개발’ 프로젝트 TF(Task Force)팀을 꾸렸다. PB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PB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에 제품을 사용할 때 브랜드 노출이 거의 필요 없는 제품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수적인 기능 및 포장으로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모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 2022년 기준 운영 중인 1,500여 개의 상품 중 약 70%는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등,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견고히 하여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제품 자체의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불필요한 요소들(예를 들어, 제품 패키지 디자인, 마케팅)에 들이는 비용을 줄여, 노브랜드는 저렴한 판매가격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생수, 물티슈 등 주요 상품 25개는 일반 상품에 비해 평균 46% 저렴하다는 점은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어 더욱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뒤처지지 않는 품질로 고객들이 노브랜드를 신뢰하고 선택하게 만든다. 이마트 내에서 전문점 사업의 유일한 위안거리인 노브랜드는 2015년에 234억 원이었던 매출액을 2년 만에 2,900억 원 대로 끌어올렸고, 현재도 안정적인 영업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전문점 사업은 2022년 상반기에 노브랜드 중심의 수익 개선을 통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되었다.
마켓컬리, PB에 철학을 담다
까르푸,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마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우리나라 식품 유통 사업에서 최근 그야말로 ‘샛별’처럼 떠오른 기업이 있다. 뉴칼라(new-collar)기업의 대표로 손꼽히는 트렌디한 유통 회사 ‘마켓컬리’가 그 주인공이다. 마켓컬리는 ‘고객은 물건이 아닌 가치를 사러 온다.’라는 모토 아래 ‘좋은 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을 타겟팅(targeting)해왔다. 선택에 대한 고민과 재료에 대한 걱정없이, 장보기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까다로운 식재료 검증을 대신 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아이덴티티로 발전시켜 온 것도 이러한 고객 가치의 특화를 위한 맥락이다. 그래서인지 마켓컬리의 PB는 다른 유통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통 유통사가 PB 상품을 기획하는 주요 목적은 ‘가성비 좋은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컬리의 경영 철학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PB 상품을 만든다. 고객들의 니즈는 있지만, 마켓컬리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상품이 없는 제품군에서 직접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마켓컬리의 첫 PB 상품인 Kurly’s 동물복지우유에는 이러한 마켓컬리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마켓컬리는 우유에 ‘젖을 짜고 가공해 끓인 뒤 몇 시간 안에는 고객의 집에 도착해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기준과 함께, ‘소가 몇 시간 동안 볕을 쬐는지, 어미와 송아지가 붙어 있을 수 있는지’와 같은 동물복지 원칙을 적용했다. 까다로운 원칙으로 인해 기획 1년여만에야 철학이 맞는 목장주를 만나 우유를 론칭하는 어려움이 있었다지만, 이 동물복지우유는 판매 1위 품목으로 굳건히 자리잡으며 마켓컬리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 되었다. 마켓컬리의 깐깐한 기준 덕분에 공급사들 사이에서는 ‘마켓컬리 납품은 곧 품질 인정’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마켓컬리 입점이 시장에서 하나의 자격이 된 것이다. 유통의 중심축이 가격에서 상품의 질로 옮겨가는 순간, 마법은 시작된다. 공급사는 자기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 고객은 가치 있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유통 플랫폼은 적정한 이윤을 꾸준하게 확보할 수 있어 행복해진다. 이렇게 마켓컬리의 PB는 마켓컬리가 아이덴티티로 내세우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마켓컬리의 철학을 공급사와 고객들에게 ‘샛별배송’하고 있다.
다양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편의점 PB
PB 상품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단연코 편의점이라고 할 수 있다. CU를 필두로 한 편의점 3사(이하 CU, GS25, 세븐일레븐)는 유명 식당 및 특정 업체와의 협업을 통하여 다양한 PB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과거 낮은 가격을 통하여 소비자들이 찾도록 만들었던 PB 상품은 CU의 ‘연세우유크림빵’, GS25의 ‘메이플스토리빵’ 등은 각 편의점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각 편의점에서 PB 상품의 매출은 CU 기준 2016년 전체 매출의 35%를 돌파하였을 정도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의 싼값으로 인식되던 PB 상품은 협업을 통하여 다양성과 고급화를 추구하였고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양새이다. 이 단락에서는 편의점의 PB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먼저 PB 상품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CU의 PB 상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CU는 2000년 ‘포너스’라는 브랜드로 우유와 안주류의 PB 상품을 출시했다. CU는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PB 상품의 인지도를 형성하였다. 또한 CU는 2015년 업계 최초로 PB 상품 개발을 위한 상품연구소를 만드며 PB 상품 개발에 총력을 다하였다. 이후 타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하여 차별화된 제품 생산에 노력을 가했다. 2020년 곰표와 합작하여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2년 동안 하루에 47,000개씩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CU는 업계 단독으로 TV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과 협업하여 상품을 출시하였고, 2021년 6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였다. PB 상품 출시 초반, 낮은 가격 경쟁력의 생필품과 우유 등으로 인지도 형성과 판매량 증대시키고자 하였던 것과 비교하였을 때 유명 업체 혹은 대학과의 협업과 바이럴을 통하여 MZ세대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자 한 CU의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SNS에서의 바이럴을 통한 CU의 성공적인 PB 상품은 연세우유크림빵과 고대1905 시리즈이다. 2022년 1월 연세우유 크림빵을 선보인 BGF리테일은 2022년 1년 동안 2500만 개의 판매량을 보이며 큰 인기를 보였다. 연세우유 크림빵을 통하여 CU의 디저트 매출은 2021년과 비교했을 때 120.6% 증가했다. 또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말차맛 크림 빵을 출시해달라는 고객들의 지속적인 요청을 반영하여 말차맛 크림빵을 출시하였다. 이는 SNS 바이럴을 통하여 크게 성장한 연세우유 크림빵의 성격을 활용하여 더욱 PB 제품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CU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고대1905 시리즈는 출시 이후 약 세 달 동안 200%에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하며 매출이 크게 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CU의 이러한 공세에 GS25와 세븐일레븐 역시 PB 상품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우선 GS25부터 살펴보자. 비록 최근 몇년 간 CU가 선보인 콜라보 위주의 PB 상품들에 이목을 빼앗겼지만, GS25의 경우에는 이미 2006년 업계 최초의 PB라면인 ‘틈새라면’을 출시한 바 있다. 기존의 PB 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많은 양을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져왔다. 하지만 GS25는 PB시장에서 가격과 양이 아닌 상품의 질과 특색을 중점을 둔 상품 역시 출시해왔는데, 이는 GS25가 그간 선보인 컵라면 PB 상품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틈새라면은 당시 존재했던 동명의 라면프랜차이즈점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며, GS25의 스테디셀러인 ‘공화춘’과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 역시 각각 차이나타운의 유명식당과 숙성김치 전문업체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PB제품에 특색을 살린 결과,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의 경우 기성 제품들을 모두 제치고 컵라면 판매 1위를 3년간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GS25는 지난해 11월, 성수동에 ‘도어투성수’라는 이름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하였다. 이곳은 GS25의 PB 상품과 단독운영상품들을 한 데 모아둔 곳인데, 기존 매장과 달리 상품 수를 줄이고 특색 있는 브랜딩을 담은 PB 상품들을 위주로 진열하였다. 여기에 트렌디한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해냈는데, 여러모로 GS25가 단순히 가격과 양을 경쟁력으로 하는 PB 상품을 넘어 특색있는 제품요소와 브랜딩을 갖춘 PB 상품으로 전략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에는 ‘세븐셀렉트’라는 명칭의 P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최근 행보에서는 캐릭터 IP(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를 활용한 PB 상품들이 눈에 띄는데,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포켓몬 스낵과 젤리를 출시한 것이 그 예시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븐일레븐은 도라에몽이나 산리오와 같은 캐릭터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는 등 캐릭터 IP를 PB 제품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앞선 타 편의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PB 상품의 눈에 띄는 브랜딩을 위해서는 외부업체와의 협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편의점 브랜드 자체는 독특한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갖추지 않았기에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하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 IP를 자신들의 PB 제품군에 적극 적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재미있는 제품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의류 영역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와 W컨셉의 프론트로우, 대형마트 및 온라인 식료품몰 영역에서는 이마트와 마켓컬리, 마지막으로 편의점 영역에서는 CU와 GS25의 PB 상품들을 알아보았다. 본론에서도 분석했듯 각 기업의 PB는 각자만의 특성을 가지고, 각기 다른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어필하고 있다. 일반 브랜드들과 PB의 차이가 무엇인지 기업이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차별적 요소로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장기적인 PB 산업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PB, 지금 확인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