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를 치유해준 연고들
6년 전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살고 있을 때였다. 가난한 워홀러는 저렴한 도시락 가게를 찾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대차게 넘어졌고 아스팔트 위에 무릎을 갈아버렸다. 무릎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데도 꾸역꾸역 도시락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 한국인에게 집주인이었던 젊은 대만인 엄마는 소독을 해주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 연고는 다 까진 무릎과 이방인의 설움을 치료해 주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새 출발을 결심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한국인의 마음에는 더 크고 더 깊은 상처가 생겼다. 도무지 나을 것 같지 않은 상처가. 한국 엄마와 대만 엄마는 멀리 있었고 친구들은 바빴다. 연고를 발라줄 사람이 없었다. 고개 들 힘도 없어 어둔 방 안에서 턱을 떨구고 피나는 마음만 들여다 보며 울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새 소리가 들렸고 어둔 방 안으로 빛 한줄기가 비치었다.
‘백날 쳐다봤자 더 아프기만 해. 밖에 나가서 걷기라도 하자.’
모든 걸 내려두고 세상을 걸었다. 휴대폰도 이어폰도 걱정도 근심도.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가만히 밖을 걷기만 하는 데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아침 산책 나온 하얀 말티즈, 귀여운 랍스타 가방 매고 지하철 계단 오르는 어린이, 벚꽃 나무 아래서 해맑게 웃고 있는 연인...
온 세상이 후시딘이었다. 너적대기가 된 외톨이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연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두 발로 세상을 걷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보며 연고를 발랐고 피투성이였던 마음은 조금씩 나아갔다. 천천히, 은근히, 하지만 완전하게.
서서히 아물어 가는 상처를 보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이제 내가 연고를 발라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내가 찾은 연고들을 보여주자.'
그래서 시작한다.
나의 상처를 치유해준 세상의 연고들을 담은 <온 세상이 후시딘> 시리즈를.
당신과 함께 웃고 싶어서.
<온 세상이 후시딘> 시리즈는 일상에서 마주친 작고 따뜻한 순간을 전하는 글입니다.
사진과 짧은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연고처럼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