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자 뚜벅뚜벅#김포 한강01
오늘 아침, 운전 면허를 따야 하나 또 고민했다. 서울은 답답한데 인천 바다는 지하철로 가긴 멀고 내일 월요일이니 속초 바다는 못 가고. 결국 차선책으로 김포에 왔다.
고촌역에서 내려 걷고 걷다 보니 한강이 나왔다. 인도가 없어서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걸었다. 왼편의 도로 위로는 차들이 달리고 있고 이따금 자전거들이 나를 앞뒤로 지나쳐 갔다.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역시 떠나려면 면허를 따거나 자전거를 사야 하나. 근데 난 걷는 게 좋은데.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내 무게를 느끼며 계속 걸었다. 그러다 뒤에서 자전거 오는 소리가 들리기에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역시 걷는 게 좋아.'
눈앞에 이름 모를 앙증맞은 꽃이 피어 있었다. 걷지 않았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 작지만 큰 아름다움이.
철조망 너머 한강을 보며 계속 걸었다.
이어폰도 안 꽂고 새 소리와 바람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터덜터덜 또는 털래털래.
멍, 했다. 꿈 같기도 하고.
계속 걷는데 풀밭에 버려져 있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쟤는 왜 저기 있지? 고장 났나?
잠시 멈춰서서 한참 배를 바라봤다.
마치 지금의 나 같았다.
제 자리가 아닌 곳에서 쓸모를 못 하고 있는, 또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낡은 배.
난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난 어떻게 하면 강으로 나갈 수 있지,
배도 좋지만 새가 좋은데, 난 새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게 욕심일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 좀 답답해졌다.
이정도로 더울 줄 모르고 입은 니트 때문인가, 아님 캥거루처럼 앞으로 매고 있는 무거운 가방 때문인가.
모르겠다. 그냥...
즐겨! 이 바람과 이 한강을!
생각은 집 가서 해!
PS. 이러고 나서 윤하님의 '살별'을 틀었는데 이 가사가 나왔다.
"질문은 접어두자 지금 이 순간 의심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