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錄)#01
나는 어제 죽을 뻔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도'를 붙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짝 더운 햇빛과 속 시원한 바람이 반가웠다.
늘 그리운 대만은 지금쯤 이미 산책이 힘들 정도로 더울 테지.
나는 어제 오토바이에 깔릴 뻔 했다.
그래서 공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아침 8시 반, 엄마랑 통화하기엔 낯선 시간에.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이 아침부터 왠일이냐며 물었고,
나는 어제 저 세상 갈 뻔 했는데 엄마 생각이 났었다고 했다.
나이만 먹은 딸래미는 울었고, 언제나 젊은 엄마는 웃었다.
나는 어제 바로 코앞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올 여름에 꼭 같이 여행 가자고 말했다.
그동안 나 혼자 대만으로 네 번이나 여행을 갔고, 일 년을 살았고, 일본에도 두 번 다녀왔다.
하지만 35살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엄마랑 해외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엄마 모시고 가기엔 돈이 없어서, 쉬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엄마랑 가면 피곤할 것 같아서 나중으로 미뤘다.
돈이야 알바해서 벌면 되는데, 쉬는 날도 어떻게든 맞추면 되는데, 피곤해도 우리 엄마인데.
이만하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고 나는 바로 대답했다. "엄마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좋다. 엄마랑 같이 갈 수 있다면.
더 이상 나중을 미루고 싶지 않다. 그 나중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어제 119 신고자가 아니라 응급 환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창가에 앉아 양 입꼬리를 올린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멀쩡한 두 다리로 걷고 멀쩡한 두 손으로 글 쓰는 게 행복하므로.
당연하게 존재하는 건
어쩌면 기적일 지도 모르지
- 윤하 <태양물고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