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6만 원보다 소중한 것

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04

by 끼미

어젯밤, 운동화 한 켤레와 눈싸움을 했다.


'너 반품돼서 돌아갈래, 아니면 나랑 살래?'


회색과 아이보리색이 섞인 운동화에게 집요하게 물어봤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포기하고 다른 이에게 물었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자, 생각해봐.

반품하면 엄마 돈은 아끼겠지. 운동화 한 켤레에 6만 얼마면 꽤 큰 돈이니까.

하지만 엄마가 서운해 할 수도 있어. 딸래미 깜짝 선물 보냈는데 비싸다는 이유로 반품해 버리면.


자, 다시 생각해봐.

나중에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둘 중에 뭘 후회할까?

엄마가 나 때문에 돈 쓰게 한 거? 아니면 6만 원 때문에 엄마 섭섭하게 한 거?'




오늘 아침 7시 53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신발 너무 편하다~ 폭신하고 가볍고~"

"맞제? 역시 신발은 비싼 게 좋다니까~ 사이즈는 맞나? 색깔은 아이보리색 맞나?"


준 사람은 받은 사람보다 더 신나서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고

받은 사람은 선물 자체보다 준 사람의 신난 목소리가 더 좋아서 선물이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평소보다 길었던 엄마와의 통화를 마치고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만약 오늘 내가 죽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전부터 신발 사주고 싶었다는 엄마를 기쁘게 해줬으니까,

엄마에게 6만 원보다 값진 뿌듯함을 선물해줬으니까.'





사랑은 우리가 자유롭게 주는 데에 있었다.
꼭 그만큼 되돌려 받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존 릴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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