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02
죽음이 필요한 날, 나는 요가를 한다.
내가 따라하는 요가 영상의 마무리는 99%의 확률로 ‘사바 아사나’라는 자세로 끝난다.
시체처럼 눈 감고 가만히 누워 있는, 이른바 ‘송장 자세’.
오늘 아침에도 요가 매트 위에서 미래의 나를 상상했다.
내 몸에 딱 맞는 크기의, 좁고 어두운 관짝 안에 혼자 누워 있는 나를.
마침 밖에서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서늘한 공기와 함께.
나는 오늘도 예비 송장에게 물었다.
‘지금 이대로 흙 속에 묻혀도 괜찮겠니?’
아니. 아직은 아냐.
빙하도 봐야 하고 사막도 가야 하고 열대 우림도 가봐야 해.
존재할진 모르겠지만 남편도 자식도 만나고 싶어.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친구들도 한 번은 더 봐야 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시험에 떨어져도, 도전에 실패해도, 남들보다 뒤처져도, 그래도 된다고,
그런다고 죽을 것까진 없다고. 그냥 살면 된다고. 좀 쉬고 나니 살아지더라고.
이미 뒤처진 인생, 배째라 하고 살다가 저승도 좀 늦게 가면 된다고.
어차피 우리의 끝은 모두 똑같다고. 혼자 관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오늘도 기적처럼 부활한 나는 요가 매트를 돌돌 말며 언젠가 다이어리에 써뒀던 에피쿠로스의 말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오직 딱 한 번 태어난다.
두 번은 허락되지 않는다.
- 에피쿠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