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죽음에게 묻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03

by 끼미

무엇을 할지 말지 고민될 때,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할래 말래?'


음, 솔직히 '내일'을 묻는 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몇 번을 물어도 '다 필요 없고 엄마 보러 갈래'라는 답만 나온다.


질문을 수정해 본다.


'6개월 뒤에 죽는다면, 할래 말래?'


아, 반 년도 짧다. 그럼 다 때려치우고 전 재산 털어 세계 여행 떠날 거니까.


좀 더 인심 써서 다시 묻는다.


'일 년 뒤에 죽는다면, 어떻게 할래?'






우리는 언제 떠날지 모른다.

냉정하게 말하면, 일 년은 커녕 당장 일주일 뒤도 모른다.

내가 이 세상에 있을지 아니면 저 세상에 있을지.

그러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지금'을 소중한 곳에 써야 한다.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는 죽음에게 물어보면 된다.


누워서 유튜브 쇼츠를 계속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상사가 한 말을 계속 곱씹으며 짜증 낼 것인가 말 것인가,

의미 없고 고통스러운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렇게 살다가 일 년 뒤에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지금처럼 살다가 일 년 뒤에 죽어도 여한이 남지 않을 것인가?


도통 결론이 안 나는 질문도 죽음에게 물으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일 년 뒤에 죽는다면, 어떻게 할래?'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죽어가던 나를 살려준 질문을 나누고 싶어서,

다른 이들의 겨울은 나의 것보다 짧았으면 해서,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쓴다.




결국 죽을 인생을 헛된 것에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 박은미, 《나답게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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