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05
나의 마지막 순간, 누가 함께 해줄까?
엄마아빠는 없겠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친구들은 과연 날 보러 와줄까?
어쩌면 내 남편이나 자식이 함께 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은 상당히 운이 좋아야만 이뤄질 수 있는,
아주 사치스럽고 행복한 상상이다.
홀로 마지막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없이 나 혼자.
사실, 그 가능성은 있는 정도가 아니다.
100%다.
누가 내 손을 잡아주든, 누가 날 위해 눈물을 흘려주든,
두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
그 마지막을 함께 해줄 이는 오직 한 사람,
나 자신 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홀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검은 어둠 속으로.
그래서,
나를 아껴주기로 했다.
무엇 하나 잘하는 것도, 이뤄낸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고 자빠져도 울면서 다시 일어나 또 도전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나를, 살아남은 나를
나 혼자서라도 대견하다 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충분히 미워했고 질리도록 싫어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어여쁘다 해주기로 했다.
나의 수고로운 인생, 아무도 몰라줘도
나는 다 아니까, 나만 다 아니까.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할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