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07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나섰다. 밤잠을 설쳤다.
어젯밤 자기 전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라는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가 오히려 죽음에 가까워지고 말았다.
산을 오르다 보니 묘지가 보였다. 어제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났다.
묘지에 가서 죽음을 명상해 보라고, 그리고 자신의 묘비에 새겨질 문구를 생각해 보라고.
시키는 대로 했다. 난 착실한 독자니까.
역사적인 인물의 것으로 보이는 묘지를 가만히 쳐다봤다.
음, 묘비명... 뭐라고 해야 하나... 머릿속이 멍했다.
결국 발걸음을 옮겨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김포 공항이 내다보이는 곳, 나의 최애 전망대.
윤하님의 <별의 조각>을 들으며 관제탑과 비행기, 활주로를 멍하니 쳐다봤다.
오늘따라 ‘우연했던 먼짓덩어리’라는 가사가 마음에 쑥 들어왔다.
그렇지, 나는 우주 먼지일 뿐이지.
원자와 원자가 우연히 결합한 먼짓덩어리에 불과하지.
이 지구에서 아주 찰나의 순간을 머물다 떠다는, 우주 먼지지.
우리 모두 그렇지.
그때 활주로에서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어디로 가는 비행기일까?
나는 언제쯤 새로운 지구로 떠날 수 있을까?
비행기 타고 떠나는 언젠가를 상상하다 보니
문득 묘비에 새기고 싶은 문구가 떠올랐다.
찰나의 지구별 여행을 만끽하고
다시 다정한 먼지로 돌아가
영겁의 우주 여행을 떠나다
그렇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이대로 눈 감으면 억울할, 딱 한 가지,
나에게 그것은 ‘세계 탐험하기’다.
진심이 맞나, 도피하고 싶은 건 아닌가, 일 년 동안 고민하고 참고 또 생각해도,
언제나 같은 답이다.
이 아름다운 지구별을 구석구석 누리고 싶다.
이 눈부신 지구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마지막 순간까지.
나에게도 그 ‘언젠가’가 올까?
역시 떠나야겠다.
통장이 텅장이 돼도 마음이 텅 비는 것보다 나을 테니.
‘언젠가’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악뮤의 <Freedom> 가사처럼
‘두 눈에 담은 것도 없이 방에 갇혀 있긴 싫어‘
죽음은 우리에게 살아야 할 인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