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자 뚜벅뚜벅#03 동네 뒷산
“도대체 등산을 왜 할까?“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다시 내려올 텐데, 왜 굳이 힘들게 올라가는 걸까. 그 울퉁불퉁한 흙길과 가파른 암벽을.
어릴 적 아빠 따라서 강제로 산을 올라본 기억 밖에 없는 나에게 등산이란 ‘고문’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오늘 아침, 집 근처의 얕으막한 산을 올랐다.
나오기 전 까먹은 삶은 계란 한 알의 힘으로 축축한 흙길을 찬찬히 올랐다.
김포공항 활주로가 훤히 보이는, 숨이 탁 트이는 그 전망을 상상하며.
날이 흐려 며칠 걸음하지 못했더니 그리웠다.
모처럼 파란 아침 하늘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올 정도로.
아무도 없는 산길.
저마다의 언어로 재잘거리는 새들, 완연한 초여름 기운을 담은 짙은 녹색의 이파리들, 나무 기둥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햇빛.
아무도 없지 않은 산길.
전망대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행복했다.
전망대에 도착하지 못해도 괜찮으리라.
나는 지금껏 몇 개의 산을 올랐더라?
어떤 산은 정상까지 가보기도, 어떤 산은 정상을 목전에 두고 포기하기도 했었다.
이 산도 저 산도 어쨌거나 그 끝은 하산이었다.
그 많은 산들 중에서, 다시 가고 싶은 산은 끝까지 가진 못했지만 오르는 내내 행복했던 산이다.
힘든 산길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발을 내디뎠다가 결국 중도 하차해야만 했던 그 산. 요즘도 종종 생각나는 그 산.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이 산의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에는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까지는 이 등산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올라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르고 싶은 이 산.
웃으며 올라가야지. 찬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