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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Aug 13. 2024

하고 싶은 것과 현실 사이에서

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오늘 교육지원청에 다녀왔다.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로 일했던 경력증명서 발급을 위해서다.

갑자기 경력증명서는 왜 필요한가 하면 기간제 교사를 지원해 볼까 싶어서다.

진로 고민을 계속하던 참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보면 좀 명확해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어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중학교에 공고가 난 걸 확인했다.

한 달짜리지만 휴직이 확정되면 내년 2월까지 연장될 수도 있는 그런 자리였다.


처음에는 해야지 싶었다가 또 망설여졌지만 경력증명서는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다녀오긴 했다.

내일 오후 1시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중학교라 수업 자료를 처음부터 다 만들어야 하고(남이 준거 안 쓰는 타입)

그러면 또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학교 수업 준비에 매달릴 게 뻔하다.


그거야 늘 그랬으니까 힘들 게 걱정이라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그렇게 되면 지금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을 쓸 시간과 여유가 없어질 거라는 게 걱정이다.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글이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진짜 대만 이야기를 다 쓰고 털어내고 싶다.

그래서 주 2회 연재라는 빡센 일정을 잡았고 한 편당 거의 10시간을 들여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말들을 다 끄집어내고 싶어서, 이제는 2021년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서

누가 읽어주든 말든 순전히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 고통스러워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런데 만약 당장 다음 주부터 학교에 출근하게 된다면 언제 다시 또 쓰게 될지 모른다.

수업 준비도, 글 쓰기도, 모두 오래 걸리니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단 한 달만 일하게 되더라도 이제 겨우 잡은 글 쓰는 느낌을 잃어버릴까 두렵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도 참 철없고 노답이라는 걸 안다.

그깟 글 쓰기가 뭐라고, 대만 워홀 에세이를 쓰는 게 내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하다고 난 이렇게 매달릴까.

지금의 나에겐 과거에 매달리는 것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나아가는 게 더 필요할 텐데.

캐캐묵은 지난 얘기, 누가 관심 가져주지도 않는 고생 얘기를 나는 왜 그렇게도 글이라는 걸로 쓰고 싶을까.

처음에는 그래도 그 이유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쓸데없는 집착'인가 싶다.

전기세가 무서워서 집에서 에어컨도 잘 못 틀고 지내는데 그럼 얼른 돈을 벌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시원한 도서관 찾아가서 글 쓰느라 하루를 다 보내는 것보다 그게 더 나에게 필요한 일 아닐까?

2학기에 근무하면 추석 상여금도 받을 텐데 돈 걱정 하면서 나는 왜 망설이고 있을까?




그 와중에 브런치에 연재 중인 대만 음식 이야기가 반응이 괜찮아서 기쁘다. 철없게도.

온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던 샤오삥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봐줬다니 너무 좋다.

글 쓰면서도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재밌었던 샤오삥 이야기.

샤오삥 배워와서 한국에서 팔까? 아니면 대만 가서 한국 스타일 샤오삥을 팔아볼까? 

또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브런치 메인을 넘겨보다가 내 또우화 글도 발견했다.

하도 또우화를 많이 사 먹어서 사진 고르는 게 어려웠던, 내 최애 또우화집들을 소개해서 너무 좋았던 글.

샤오삥 말고 또우화를 배우러 갈까? 아니, 샤오삥이랑 또우화 둘 다 배워와서 대만 음식점을 차릴까?

돈은커녕 창업할 정신머리도 없는 주제에 자꾸 헛소리만 한다. 진짜 철없다.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면서도 한편으론 워홀 에세이는 그렇지 못해서 솔직히 약간 슬프기도 하다.

뭐, 내가 글을 잘 못 쓰기도 하고 아직 워홀 시작도 못 한 이야기만 올려서 그렇겠지만.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고 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는 건 그 또한 철없는 욕심이겠지.

어찌 됐든 하고 싶은 말들을 쓰면 되고 쓰다 보면 조금씩 좋은 글이 될지도 모른다.

설령 끝까지 어디 내놓지 못할 글만 쓴다고 해도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그렇게 생각해야 지치지 않고 에필로그까지 쓸 수 있을 것이기도 하고.




그래도 내일 지원해 보기는 할까? 시도도 안 하고 지나가버리면 스스로 한심하려나?

붙여줄지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참 철도 없고 헛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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