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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Aug 11. 2024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지는 않아

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2024.05.20 월 오후 4시 51분


지금 양화 한강공원에 혼자 나들이를 나와 있다.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엎드려 글을 쓰고 있다. 방금 전까지는 《취향의 기쁨》이라는 책을 읽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지만 해가 없는 덕분에 누워서 책을 볼 수 있었다. 햇볕에 탈 걱정도 안 해도 되고 좋네, 흐린 날도. 좀 춥긴 하지만 견딜만하다.


요즘 들어 특히 '왜 집에 가만히 못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오늘 이렇게 나온 것도 결국은 집에만 있기 싫어서였으니깐. 하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정말 거의 매일밖에 나오고 그랬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자 집에 있기 싫어서'인 듯하다. 혼자 산 지 오래되긴 했지만, 이렇게 아무도 곁에 없으면서 마음이 불안할 때는 없었다. 잠깐의 산책만으로도 답답함이 누그러지고 괜찮아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온전히 나 혼자이고 고독함을 자주 느낀다.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영상을 틀어놔도, 드라마를 봐도, 존재의 공백이 주는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집에서도 할 일이 많지만 굳이 갖은 이유와 핑계를 대면서 운동화를 챙겨 신는다. 밖에 나오면 길에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귀여운 강아지들도 산책하고 있다. 모르는 존재들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들에게서 생동감을 얻는다.


같은 맥락에서 요즘 집에서 나와 주로 향하는 장소들을 보면 사람들의 활력을 '적당히'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점, 도서관, 공원, 마트, 카페... 혼자이지만 혼자는 아닌 장소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집 안에서 느끼는 것과는 결이 다른 편안함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시끄러우면 안 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명 핫플은 가지 않는다. 특히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불편하다.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면 외톨이가 된 것 같다. 그런 이유로 한떄 내 최애 동네였던 성수동에는 발걸음을 끊은 지 오래다.


혼자 공원에 앉아 있는다고 해서 절대 혼자는 아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속으로 대답하거나 맞장구치기도 한다. 혼자 있으니 외부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서 오히려 다채로운 시간이 된다. 다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 왜 여기에 있을까, 무슨 관계일까. 혼자가 좋다고 하면서도 타인을 궁금해한다.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이러다가도 언젠가는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날이 오겠지. 난 원래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함께 있는 걸 더 좋아하니까. 그래도 지금의 이 고독을 즐기는 나도 나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걸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거다.


미래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가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지 않다면', 돗자리와 책 한 권을 들고 한강공원에 가보라고 말해줘야겠다. 오늘의 이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며, 내 평온함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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