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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기

짧지만 기분 좋은 한 마디

by 끼미

별거 아니지만 별거인, 나를 행복하게 하는 행동들에 관한 이야기




혼자 사는 백수이자 친구 별로 없는 사람이라 하루종일 말 한 마디 안 하고 지낼 때가 많다.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꼭 하는 말이 있다.


"안녕하세요"


출근은 안 하지만 도서관이든 카페든 매일 버스를 타기 때문에 앞문으로 승차하면서 버스 기사님께 매일 인사를 건넨다. 특히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말할 사람이 없어서 말 한 마디라도 하고자 꼬박꼬박 인사한다. 인사를 안 받아주실 것 같은 기사님을 마주치면 말 대신 목례라도 한다. 가끔 "어서오세요" 하고 받아주시는 기사님을 만나면 정말 신난다.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 인사를 잘하는 건 아니다. 그저 어릴 때부터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렇다. 대학생 때 빵집이나 식당 등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으로 인사를 더 열심히 하게 된 것도 있다. 손님이 들어오면 점원으로서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없으면 상당히 머쓱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가운 인사로 받아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도. 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도 내 눈에는 인사 잘하는 애들이 제일 이뻐보였다.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가거나 복도에서 애들과 마주쳤을 때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주면 없던 힘도 생겨났다.


짧은 인사 한 마디에 담긴 강한 힘을 느낀 건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지낼 때였다. 대만 사람들은 길에서든 버스에서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서슴없이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학당 수업 들으러 가던 어느 아침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아저씨를 마주쳤었는데, 그 분께서 먼저 "자오안(早安, 좋은 아침)" 하고 살갑게 인사를 건네셨던 기억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아저씨가 건네셨던 "자오안"이라는 인사를 특히 좋아하기도 했다. 역할로만 보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다름없지만 두 글자에 ”평안(安)한 아침(早)“이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 가장 그리운 인사는 "빠이빠이(拜拜)"다. 대만에서는 할아버지든 애기든 시장에서든 학교에서든 헤어질 때 꼭 "빠이빠이"라는 인사를 건넨다. "바이바이"도 아니고 "빠이빠이". 삐읍의 된소리 때문에 더 귀엽게 들리는 이 인사는 타지에서 건너온 이방인의 눈에 대만 사람들이 다 귀여워 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했다. "자오안"이든 "빠이빠이"든 대만 사람 대신 외로움이라는 절친과 늘 붙어 다녔던 시기였기에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그 한 마디가 더욱 따뜻하게 들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때마다 먼저 인사할까 말까 고민한다.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괜히 말했다가 안 받아주면 어색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상대든 나든 내려야 하지만.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만나는 누구에게든 "좋은 아침, 빠이빠이"라고 인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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