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뿌듯하게 시작하는 방법
별거 아니지만 별거인, 나를 행복하게 하는 행동들에 관한 이야기
아무리 바빠도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이불 개기.
아직 해도 안 뜬 새벽 5시에 빵집으로 출근하던 시절에도 머리는 안 감아도 이불만큼은 꼭 개고 집을 나섰다. 긴긴밤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준 이불을 양손으로 잡고 공중에서 탁탁 턴 다음 반으로 접고 한 번 더 반으로 접어 침대 한구석에 고이 올려둔다. 최대한 깔끔한 네모로 만들고 싶은 마음과 달리 늘 삐죽이가 된다. 요즘처럼 시간 여유가 있는 아침에는 네모 위에 고슴이 인형도 올려둔다. 매일 밤 내 머리맡을 지켜주는 고슴이 인형.
가끔 귀찮기도 하다. 혼자 사는 집이기에 이불 하나 안 갠다고 누가 잔소리하는 것도 아닌데 싶어 그냥 나갈까 하고 유혹당할 때도 있다. 그래도 결국 이불을 집어든다. 이따 집에 돌아왔을 때 널부러진 이불 대신 가지런히 개어진 이불과 고슴이가 반겨주는 편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이부자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물건을 널어놓는 걸 가만히 못 보는 정리병도 있어서 침대 위에 이불이 너부러져 있는 걸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마치 이불 속에 들어가서 숨 쉬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부모님 집에 내려갈 때마다 불편러가 된다. 부모님은 TV가 있는 거실에 이불을 펴놓고 주무시는데 그 이불이 24시간 내내 거실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밭에 나가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이불을 가지런히 개어놨더니 저녁에 돌아온 엄마가 "어차피 다시 덮고 잘 건데 귀찮게 말라(뭐 하러) 개놓노"라고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좋은 뜻으로 한 일에 욕을 먹다니, 소심한 나는 그 뒤로 부모님 이불에 손을 대지 않는다.
웃긴 점은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나의 이불 정리병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아침에 깨우러 들어와서는 항상 "이불 개고 나온나"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가끔 배가 너무 고파서 밥부터 먹으러 나가면 "이불 안 개나"하며 2차 잔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주방에 내 방 CCTV라도 달아두기라도 한 건지 뭔지.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이불을 '갰다고' 뭐라 하다니, 인간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다.
어쨌거나 그 시절의 엄마 덕분에 매일 아침 이불 정리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나의 손짓 몇 번으로 정신 사납던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하다. 늦게까지 잠을 못 이뤄 4시간 밖에 못 잤거나 또는 무거운 마음 때문에 몸까지 축축 처지는 날은 이불 개는 게 귀찮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불을 꼭 갠다. "으쌰, 그래도 해야지" 하고 이불을 개고 나면 뿌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